각성 - 세이렌

한번 시작된 의심은 물밀듯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한 줄기 균열은 벽을 무너뜨리고, 작은 파문은 바다를 뒤집는다.

오지 않는 지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초조함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잊혀지지는 않았을지, 버림받지는 않았을지.
그럼에도 애써 고개를 저었다.
골든 니들은, 그녀는 제국의 검이었다.
버려질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짙은 해무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여기 있었군.”

“단장님!”

로드릭 빈덱스.
골든 니들을 총괄하던 기사이자, 한때 그녀가 존경해 마지않던 사령관.

“아직도 명령을 기다리고 있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제국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빈덱스는 차분히 선고했다.

“골든 니들은 여기까지다.”

그녀의 숨이 흔들렸다.

“그럴 리 없습니다. 제국은, 제국은...”

피 흘려 세운 공로, 지켜 온 이상, 온 힘을 다해 바친 충성.
우리는 제국의 기사로서 제국에 충성해야 한다.
제국은 결코 충성을 다한 이들을 저버리지 않는다, 제국은 절대적인 정의의 수호자다.
해답이라 믿으며 두려움 속에서도 되뇌었던 모든 것들이, 필사적으로 틀어막아 온 의문이 되어 그녀를 휩쓸었다.

휘몰아치는 생각을 끊듯, 그가 고개를 저었다.

“선택은 네 몫이다. 눈을 감고 휩쓸릴지, 아니면...”

끝맺음 없이 빈덱스는 등을 돌렸다.
굳이 끝까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는 홀로 남겨진 채 혼란과 분노가 뒤엉킨 눈을 조용히 감았다.

‘제국은 악하다.’

그 한 문장이, 차마 답할 수 없었던 수많은 질문을 해소하는 쐐기처럼 박혔다.

무수한 이들이 제국에게 물었다.
악행을 추궁하고, 울분을 토하고, 원망을 쏟아내고, 책임을 묻는 목소리들.

그 모든 격랑을 보고 들었으나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답하려면, 지금껏 알고 있었던 세계를, 이상이라 애써 믿었던 모든 것들을 깨트려야 했으므로.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의 도시.
그곳으로 이끌어줄 거라 믿었던 약속.
눈부신 미래를 위해 바쳤던 충정과 헌신.

하지만 의심의 파도는 그녀가 붙잡고 있던 믿음의 닻줄을 무자비하게 툭 끊어내며 속삭였다.

감미로운 노래에 홀려 제 한 몸을 파멸로 던지는 불쌍한 선원들처럼,
그녀 역시 피로 얼룩진 ‘정의’를 지키겠다며 누군가의 탐욕 아래 창을 휘둘러 온 건 아닐까.

몸에 익은 습관대로 제국의 이름 아래 대답하는 대신 그녀는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했다.
불안과 분노, 질문, 믿음, 모든 것이 뒤섞여 서로를 거세게 할퀴는 의심의 격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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