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란

<1>
[닉네임]은(는) 캐럴에게 마법사길드로 가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 곳에서 일을 도우며, 선생님으로의 샤란이 아니라, 마법사 길드의 길드장으로서의 업무를 보고 오라고 이야기하였다.
캐럴은 긴가민가해하며 [닉네임]에게 소심한 대답을 전했다.
[닉네임]은(는) 샤란에게 전달해 주면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주머니에서 편지를 한 통 꺼내 캐럴에게 건네주었다.
조용한 가운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하늘성 조사를 위한 파견으로 부재중이었다.
캐럴은 샤란에게 다가가 인사하였다.
샤란은 기쁜 마음으로 캐럴을 맞이하였다.
물론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캐럴은 샤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캐럴양이 마법사 길드로 올 것이라는 연락을 미리 받았습니다. 정확한 시간에 온 것을 보니 역시 캐럴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감사해요.
이 이건…[닉네임]의 편지에요.
샤란은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편지를 책상 위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란은 잠시 주변을 둘러본 후, 캐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에게 캐럴양의 실습을 맡긴다고 하여, 마법에 관한 것을 부탁할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네? 그럼…
[닉네임]님은, 마법사 길드의 업무중, 직접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업무를 부탁하였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어떤 의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앗…
캐럴은 조금 시무룩한 기분이 들었다.
샤란은 그런 캐럴의 기분을 눈치챈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직접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업무라고 분명히 적혀있었습니다. 즉 마나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면 상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마법 약품의 연구와 제조, 약품 관리, 마물 혹은 그 흔적에 대한 분석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캐럴양은 실기보다 이론에 강한 학생이었으니, 아마 이런 분야가 더 적성에 맞을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서류 작성과 정리, 청소도 업무에 포함이긴 합니다.
캐럴은 조금은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실기가 약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아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캐럴양. 마법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마법사로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꽤나 많습니다. 그렇게 주눅 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일을 시작하도록 합시다.
샤란은 캐럴에게 약품과 소재, 도구들의 정리와 재고 파악을 지시하였다.
길드원들이 하늘성을 조사한 후 방치되어 널브러져있는 물건들이었다.
캐럴은 약품의 활용도에 따라 정리를 하였고, 남은 용량을 표시하였다.
실험을 위한 도구들은 깨끗이 세척한 후 용도에 맞춰 정리를 해두었다.
완벽에 가까운 정리입니다. 훌륭합니다.
다만, 현재 길드는 하늘성의 마력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플라스크 종류의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보기에 깔끔한 정리도 훌륭하지만, 사용 빈도에 따른 정리도 익혀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럼, 오늘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캐럴은 샤란에게 인사한 후 집으로 향했다.
다…다녀왔습니다.
캐럴은 지친 얼굴로 돌아왔다.
[닉네임]은(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캐럴은 마법 약품의 정리와 실험도구 정리를 업무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정리가 조금 부족하여 완벽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서 했다.
완벽에 가깝다는 샤란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조금 시무룩한 캐럴의 표정을 본 [닉네임]은(는) 캐럴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 누구도, 마법사 길드에서 일 한 첫 날 그렇게 완벽에 가깝게 일을 해내지 못했을 거야.
네가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잘 해낼 수 있었던거지.
네…
네가 그 오랜시간 공부했던 마법은, 네가 꼭 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될거야.
마법사 길드가 아니더라도, 너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네가 맡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마법사가 되지 않더라도, 넌 시간낭비를 한게 아니야. 이 점을 꼭 기억하렴.
네. 감사합니다.
캐럴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마 [닉네임]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에 와닿진 않았을 것이다.
캐럴은 모험가에게 인사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많이 피곤해서인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2>
선생님, 안녕하세요.
캐럴양, 오셨습니까.
샤란은 캐럴을 마법사 길드의 서고로 데려갔다.
책들의 절반 정도는 책장에서 빠져있었고, 이곳 저곳에 책이 흩뿌려져 있었다.
최근 길드원들 모두가  참고 서적을 본 후 대충 아무 데나 두었기 때문에, 서고의 책 정리 상태가 엉망입니다.
아마 하루로 끝나진 않을테니…천천히 진행 하셔도 무방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캐럴은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제별로 분류 한 후, 그 분류 내에서 책 제목의 이름 순으로 정리하였다.
책의 높낮이가 맞지 않는 것이 영 불편했지만, 그 부분은 포기 해야했다.
캐럴은 책을 정리하며, 흥미있는 책을 조금씩 읽어가며 천천히 정리를 진행했다.



<3>
안녕하세요.
오셨습니까, 캐럴양.
샤란은 캐럴을 마법사 길드의 실험실로 데려갔다.
실험이 진행중인 상황인지, 각종 실험도구와 약품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 도구들을 정리하면 되나요?
아니요. 아직 실험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실험 보조를 부탁드리려 합니다.
성실한 학생이었던 캐럴은, 샤란의 실험을 완벽하게 보조해냈다.
샤란은 이런 캐럴의 모습을 보며 조금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4>
안녕하세요, 선생님.
캐럴양, 오셨습니까.
음. 오늘은 약품과 도구들의 정리를 부탁드릴까 합니다.
캐럴은 길드원들이 사용했던 도구들과 약품을 능숙하게 정리해나갔다.
지난번 샤란의 조언대로 비커와 플라스크류를 손에 닿기 쉬운 위치에 배치하였다. 



<5>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 캐럴양. 오셨습니까.
최근 길드원 모두가 하늘성 조사를 위해 업무가 과중되어, 어제 오늘은 길드원들에게 특별 휴가를 지급하였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딱히 일이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길드의 청소가 업무의 전부입니다.
캐럴은 길드의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그러던 중, 한 쪽 구석에 떨어져있는 브로치를 발견했다.
처음보는 장식으로 꾸며져있는 브로치였다.
이 브로치는…아마도 GBL교의 브로치 인 것 같습니다.
음…누구의 것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캐럴은 청소를 마친 후, 샤란에게 보고하였다.
샤란은 더 이상 업무가 없으니, 책이라도 보며 쉬었다 가라고 이야기 하였다.



<6>
안녕하세요~.
이정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다니…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건…그 것 뿐인걸요.
후후. 본인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캐럴양은 아직 모르고 있을지 모르지만…케럴양에겐 정말 다양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길 추천합니다.
샤란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화려한 명속성 마법을 보여주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원소를 본 캐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샤란의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멋져요…이정도까지 순수한 명속성 원소는 학교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얼마전 하늘성 상층부의 광천수에서 채취한 원소입니다. 다른 사념이 섞이지 않게 분리해 내는 작업이 꽤나 어려웠습니다.
캐럴양이라면 그 난이도를 짐작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정도로 순수한 원소에 대한 관찰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 캐럴양이 실습 내용은 이 원소를 관찰하여 기록하는 것입니다.
원소와의 교감은 괜찮지만, 절대 마나를 사용하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캐럴은 하루 종일 원소를 관찰하였다.
캐럴은 꽤 오랜시간 동일한 원소를 바라보고 기록하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마 이 순수한 원소에 강하게 매료되어 시간이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일것이다. 



<7>
아, 캐럴양.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은 연구도구의 정비와 주문을 부탁드리려합니다.
최근 조사와 연구가 길어지면서, 길드의 탕비품목이 전혀 정비되지 않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나 소모품들의 현황이 정리되지 않고 방치된 상황입니다.
신규로 주문을 하려 했지만, 현황표와 실제 현황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부분도 쉽지 않습니다.
보호고글과 마스크, 보호장갑이 대표적입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정리가 필요합니다.
캐럴은 샤란이 이야기한 소모품들을 모두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제품, 새제품은 아니지만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으로 분류한 후, 수량을 체크했다.
정리된 수량을 현황표에 반영했고, 새로 구입이 필요한 물품들의 가격까지 정리하였으며, 길드의 남은 예산을 체크하였다.
마법사 길드와 계약된 구입처는 칸나의 잡화점.
구입처의 양식에 맞춰 주문서까지 작성하여 샤란에게 가지고 갔다.
완벽합니다. 연구 진행 정도와 예산 상황까지 파악해서 여유분을 만들어 두는 것 까지…
그럼 캐럴양, 이 일을 마무리까지 진행 해 보는건 어떠십니까?
이 주문서를 칸나의 잡화점에 전달해 주시겠습니까? 이후에 바로 퇴근하셔도 좋습니다.



<8>
캐럴양, 뭐하고 계십니까?
아,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캐럴의 손에는 "명속성의 마법 심화편" 이라는 책이 들려있었다.
게다가 아직 시간이…캐럴양 혹시 평소보다 일찍 나오셨습니까?
아, 네. 죄송해요. 오늘 기분이 좋아서…평소보다 일찍 나왔거든요.
아니오. 죄송할 건 아닙니다. 다만 평소와 다른 것이 조금 신기해서 물어본 것 뿐입니다.
샤란은 웃으며 자리를 피했고, 캐럴은 책을 마저 읽었다.
어느새 실습을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캐럴은 시간에 맞춰 샤란을 찾아갔다.
마법 이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참 좋은 현상입니다. 물론 이론은 약하지만 실정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마법사들도 있습니다만…
저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선, 탄탄한 이론이 뒷받침 되어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법 이론에 흥미도 있고, 재미도 느끼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답니다. 전 400년을 넘도록 마법을 연구했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이론들이 있는걸요.
캐럴양 만큼의 열정이라면 머지 않아 자신만의 이론까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얼마든지 읽어도 좋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셔도 됩니다. 오늘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마음껏 책을 볼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공짜로 일하는 캐럴양을 위한 저의 작은 성의 표시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럴은 평소보다 늦게까지 길드에 남아있었다.
항상 칼같이 시간을 체크하는 캐럴이었지만, 책에 빠져들어서인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것이다.



<9>
안녕하세요~.
캐럴은 밝게 인사하며 샤란에게 다가갔다. 캐럴과는 반대로 샤란은 꽤나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선생님…혹시 몸이 안좋으신가요?
아, 요새 진행중인 연구가 막바지에 접어들어서…마지막 박차를 가하느라 잠을 자지 못하여 피곤 할 뿐입니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기분인데…피곤해서인지 좀 막혀있는 상황입니다.
일단…지금까지 정리된 연구 결과를 정리해주시겠습니까. 저는 딱 한시간만, 눈을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샤란은 길드의 숙직실로 이동하였다. 샤란이 앉아있던 큰 테이블에는 연구 결과로 보이는 종이들이 잔뜩 흩어져있었다.
캐럴은 각 페이지의 내용을 요약하여 메모지에 적어 해당 페이지에 붙여두었다,
메모지의 내용에 기반하여 연구 결과를 정리하였다.
분량이 꽤나 많았기에 정리하는데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연구의 내용으로 보아 하늘성의 메커니즘과 하늘성에서 발견된 순수한 사념에 대한 연구였다.
순수한 사념, 순수한 원소, 강한 공격력…?
타인을 헤치기 위한 수단이 이 정도로 순수할 수 없을텐데…?
보호 혹은 방어에 기반한 사념이라면, 자금까지의 조사 내용과 연결 할 수 있을 것 같아,
캐럴은 연구를 요약한 메모지를 모아 칠판에 붙여가며 마인드맵을 만들었다.
마인드맵의 중앙에는 캐럴의 가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건…
아앗. 죄송해요. 제가 멋대로 연구 자료를…
아닙니다.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하늘성의 마물들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념이 공격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하늘성의 마물들은 저희를 공격한 적이 없습니다. 공격과 침입 행위는 저희들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하늘성의 감시자가 가진 기록을 확보한다면 이 연구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샤란은 캐럴을 크게 칭찬해주었다.
샤란은 캐럴에게 해당 보고서에 보조 연구자로 이름을 올려주기로 약속하였다.  



<10>
캐럴양. 잠시 이리 와보시겠습니까?
너무 어두워요. 불 켜도 될까요?
아뇨, 주변에 있는 촛불에 의존해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입니다.
자 이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어둠을 느껴봅니다. 눈을 감고 어둠 사이사이에 있는 빛을 바라봅니다.
눈을 감았지만 빛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과 항상 함께하는 어둠까지 함께 느껴봅니다.
자. 천천히, 천천히 손을 올려봅니다. 손끝에 마나를 집중해보시겠습니까? 더, 조금만 더 집중해봅니다.
손이 따뜻한 것 같아요. 앗, 차가워요. 따듯한데…차가워요.
자 눈을 뜨고 손안을 보세요.
와… 제 손바닥에 빛이 있어요. 그리고…손등에는 어둠이 느껴져요.
빛을 다루기 위해서는, 어둠도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둠을 다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을 다루어야 합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네.. 빛과 어둠은 함께…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에요.
어둠의 원소는 학생이 다루기 까다롭다고 해서, 실습 없이 이론만 배웠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빛의 원소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아둠의 원소를 다룰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곳이 어둡고 습하긴 하지만, 빛을 끌어내고, 어둠을 다루기엔 최적의 장소입니다. 오늘은 이 곳에서 빛의 원소를 관찰하는 업무를 진행 할 예정입니다.
캐럴은 하루 종일 빛과 어둠의 원소를 관찰하였다.
어둡고 습한 마법사 길드의 지하실, 캐럴은 그곳을 빛의 놀이터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11>
안녕하세요, 선생님~.
캐럴양. 조금 늦으셨습니다.
죄송해요.. 바깥공기가 너무 맑고 상쾌해서 바람을 느끼며 오다가 조금 늦었어요.
그렇습니까. 처음 있는 일이라…조금 걱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할게요.
괜찮습니다. 아주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오늘은 마력을 담은 소재들을 살펴볼 생각이었습니다만…간단히 정리한 후 바람을 쐬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와~! 그래도 되나요?
자연을 느끼는 것도, 마법의 일환입니다. 마법은 결국 자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캐럴은 조금 충격을 받았다. 어린시절, 슬프거나 외로울 때면, 숲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입학 후, 숲에 가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반을 만들어준 숲을 외면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란은 캐럴을 마법사길드의 옥상으로 데리고 갔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있었다.
이 곳의 바람은, 내륙의 바람과는 다릅니다. 바다의 기운을 담은 바람입니다.
산이나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바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바랍니다.
바람은, "숲에서 다시 보자. 숲이 널 기다리고 있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12>
안녕하세요!
오셨습니까, 캐럴양. 준비물은 가지고 오셨습니까?
네! 잔뜩 받아왔어요!
좋습니다. 정말 많이 가지고 오셨습니다. 혹시 이 무색 큐브 조각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네! 집에서 간단하게 들었어요. 큰 기술을 사용할 때 마나를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들었는데…사실 잘 이해는 안 가요.
음…[닉네임]도 언제 한번 불러서 수업을 해야겠습니다.
무색큐브조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물질과는 다른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원이 어디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생산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며, 최근 다량으로 생산이 가능해진 것일 뿐, 아직 미지의 물질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표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이야기는 생략하고, 무색큐브조각의 사용 방법에 대하여 배워보겠습니다.
샤란은 캐럴이 가지고 온 무색 큐브 조각중 1개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큐브조각을 오른손으로 지긋이 눌렀다.
왼손은 아무것도 없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샤란은 잠시 집중하였고, 양손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오른손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앗, 눈부셔요.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무색 큐브 조각을 사용한 마법이 훨씬 강했어요. 아앗, 무색큐브조각이 사라졌어요…
그렇습니다. 한번 사용한 무색 큐브조각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집니다. 기체가 되어 사라진다는 가설이 있지만, 그 또한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무색 큐브 조각을 사용합니다. 귀신을 통제하는 힘으로 사용하거나, 근력을 순간적으로 늘리거나…
그리고 마법사들은 무색 큐브 조각을 원소의 힘을 끌어내는 것에 사용합니다. 마법사가 지닌 마나의 운용만으로는 원소의 모든 힘을 끌어내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색 큐브를 사용하면, 그 무한한 힘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샤란은 칠판을 사용하여 무색 큐브 조각의 운용에 대한 심도 있은 수업을 이어갔다.
캐럴은 절반 정도 이해한 것 같다.



<13>
캐럴양. 혹시 빙결마법에 대하여 알고계십니까?
이론을 알고있어요. 불과 물의 원소를 활용한다는 정도만요.
맞습니다. 원소를 다루는 난이도가 꽤 높기때문에, 학교에서도 이론 수업만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빙결마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꽤 많아져서, 커리큘럼에 추가를 할까 하는데…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마법서적도 단순히 시전자의 감각에 의존하는 설명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매커니즘과 원소의 비율, 원소의 운용 방식이 필요합니다.
캐럴양은…마법에 대한 지식도 있고, 통찰력도 있으니…캐럴양에게 이 실험을 맡겨볼 생각입니다.
샤란은 실험을 위해 불의 원소와 물의 원소가 담긴 플라스크와 각종 실험도구들을 준비해주었다.
캐럴은 실험 일지를 작성할 준비를 하였다.
실습에 마나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으니…이 마나의 속삭임 포션을 드리겠습니다.
그래도…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마나를 사용하시는 것을 허가하겠습니다.
캐럴은 실험을 준비했다.
밀폐된 유리통에 고무관 2개를 연결했고, 각 고무관을 원소가 들어있는 플라스크에 연결했다.
캐럴은 마나의 속삭임 포션을 사용하여, 불의 원소에게 더 뜨거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하였다.
불의 원소는 캐럴의 속삭임에 반응하여 주변의 열기를 모아 온도를 올렸다.
빈 유리통 속의 기체는 불의 원소에게 열을 빼앗겨 점점 온도가 내려갔다.
유리통에는 서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캐럴은 물의 원소에게 높은 습도가 필요하다고 속삭였다.
물의 원소는 캐럴의 이야기에 반응했다.
물의 원소는 머금고 있던 수분을 주변으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수분은 고무관을 타고 유리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영하의 기체와 만난 수분은 눈이되어 유리통에 쌓이기 시작했다.
첫 시도는 성공이었다. 캐럴은 원소들에게 조금 더 세세한 부탁을 하며 실험 일지를 작성했다.
이건…제 예상보다 더 뛰어난 실험 기록입니다. 게다가…본인의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이정도의 실험을 진행하다니…
샤란은 캐럴을 칭찬하였다.
평소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샤란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럴은 샤란의 칭찬이 조금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살짝 돌린채 미소지었다.



<마지막>
캐럴양. 혹시 저번 보고서에 캐럴양의 이름을 올리겠다고 했던 이야기 기억하십니까?
네. 하늘성의 매커니즘에 관한 연구였죠?
맞습니다. 보고서는 벨마이어 공국과 흑요정 왕국에 전달되었습니다.
연구의 내용이 괜찮았는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보너스 급여가 지급되었삽니다.
아쉽게도 캐럴은 정식 길드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괜찮아요.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었는걸요.
전 캐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졸업식날 선물을 주고싶었지만, 교장으로써 다른 학생들과 차별을 둘 수 없어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캐럴양에게 조금 늦은 선물을 해도 괜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샤란은 캐럴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는 고급스럽게 포장되어있었다.
지금 열어봐도 괜찮습니다.
가…감사해요.
캐럴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가죽 표지의 노트와 고급 만년필, 그리고 가방이 들어있었다.
많이 늦었지만, 졸업 축하합니다, 캐럴양.
캐럴양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지만, 전 앞으로도 캐럴양을 응원 할 것입니다.
정말…정말 감사해요.
캐럴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샤란은 살짝 웃으며 캐럴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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