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풋의 음유시인
알프라이라 산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짙은 안개와 유독가스를 둘러입은 산도
보석같은 별이 흩뿌려진 하늘은 가리고 싶지 않았던 걸까.
잠시 감상에 젖은 채 숨을 돌리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잔잔한 선율과 함께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여신이 사랑한 인간, 인간이 사랑한 요정, 질투에 눈 먼 난쟁이가 여신의 분노를 샀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끼 덮인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은 여인이 현을 퉁기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여신이 앗아간 아름다움, 밤에 물든 피부와 바래진 머리칼, 등 돌린 연인, 상처뿐인 가슴♪ 어찌할 것인가, 떠날 수밖에, 짙은 어둠 속으로♬
'숙명'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삶에 나타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삶을 바꾸어 놓는다.
어쩌면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감내하려는 여인을 보며,
모험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베히모스의 여신전에서 베누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도 같은데.
네? 베누스 여신전에 가 보신 적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곳이 어디죠? 저도 꼭 가 보고 싶은데… 제 노래를 완성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모험가님께서 직접 안내해 주시겠다고요? 정말이신가요?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라르멘을 베히모스 위 GBL 여신전에 데려다 주기
GBL 교의 은인, 모험가님이시군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어째서 여신전 주변에 저런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거죠?
저들은 베누스 여신의 은총을 받은 헌터들입니다. 사도 로터스가 사라지고 나서 GBL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오필리아 님과 신도들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여신전은 주변의 헌터들 때문에 복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은총이라고요? 저건 저주에요! 저들을 괴물이라 불렀던 게… 부끄러워지네요.
여신전 내부를 좀 보고 싶은데.
현재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만, 모험가님이라면 괜찮겠지요. 신전으로 향하는 비밀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퀘스트 완료>
아아, 여기가 베누스 여신전…
여신의 흔적
모험가님, 이것 보세요! 벽에 묘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GBL교는 여신 베누스와 관련된 고대 유적을 연구 대상으로만 보는 줄 알았는데, 여신을 숭배하던 자들도 있었던 걸까요?
모, 모험가님! 몬스터가…!
<퀘스트 완료>
휴, 정말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는 곳이군요.
베히모스의 눈물
모험가님께서 처치한 사도의 기운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베누스 여신의 기운은 이곳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저주를 받은 헌터들과 제정신이 아닌 신도들이 그 증거이지요.
베누스 여신은 이제 옛날 이야기에나 남아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여신의 저주 따위, 사실이 아닌 지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한 적도 없지 않았지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그리고 이 기록을 읽고 전 확신했어요. 여신은 실재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기록?
네, 베히모스의 눈물에 관한 기록이었지요. 모험가님, 흑요정의 전설 속 영웅, 요정 기사 룽겔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흑요정으로 변해버린 저주를 풀기 위해 직접 베누스 여신을 찾아가 간청했다는 전설 속 영웅이에요.
아무래도 직접 보시는 게 이해가 더 편하시겠지요. 함께 가시겠어요? 이번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라르멘과 함께 흑요정 영웅의 지하무덤으로 향하기
도착했습니다. 여기 새겨진 비문을 보세요.
`여신 베누스, 요정 룽겔의 영웅심에 감복하여 앗아간 것을 돌려주고 여기 무덤을 만들다.`
그렇습니다. 본래 모습을 돌려달라는 요정기사 룽겔의 간청에, 여신 베누스는 불가능한 일곱 가지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모두 성공하면 저주를 풀어주겠다 약속했지요.
룽겔은 갖은 고난을 이기고 일곱 가지 임무를 완수했지만, 여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룽겔은 결국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이 무덤은 그가 죽은 후에야 여신 베누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지요.
그저 전설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룽겔의 수행했다는 일곱가지 임무 중 하나, 베히모스의 눈물을 가져오는 것에 대한 기록이 그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여신 베누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룽겔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지요. 정확히는 여신 베누스를 숭배하던 자가 룽겔을 시기하여 베히모스의 눈물을 평범한 물로 바꿔치기한 탓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베누스 여신이시여!
<퀘스트 완료>
요정기사 룽겔의 영혼이… 저희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걸까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베히모스의 등에 올라 본 고대 유적들, 여신을 따르다 저주를 받게 된 존재들, 눈 감지 못한 영웅의 영혼까지… 모험가님이 아니었다면 겪어보지 못했을 일들이지요.
지금이라면 저의 노래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험가님, 그동안 동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래가 완성되면 제일 먼저 모험가님께 들려드릴게요. 그날까지 부디 안녕히…
라르멘의 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르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대와 많이 다른 것이었다.
모험가님, 그날 이후 여신님께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눈을 뜰 수 있었지요. 저는 여신님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저는 곧 여신님의 품으로 떠납니다. 여신님께서 저를 찾으시기 때문이지요. 모험가님께 여신님의 아름다움을 담은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합니다. 여신님께서 살아계시니까요. 어리석은 저희가 잊고 있는 동안에도 저희를 내려다보며 때를 기다리고 계셨으니까요. 아아, 여신이시여…
어쩐지 내용이 불길하다.
아무래도 라르멘을 직접 만나 괜찮은지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황금굴에서 라르멘의 소식을 아는 자를 찾기
아이고, 난쟁이 살려! 말할게, 한다니까!
웬 미친 여자가 하나 있었어. 지가 여신의 은총을 받은 음유시인이라나 뭐라나? 내 신성한 작업장에서 여신에 대해 함부로 떠들어대다니, 재수 옴 붙었지.
베누스 여신을 잘못 건드렸다가 난쟁이들이 요모양 요꼴 난 거잖아! 그래서 요 채찍맛을 좀 보여줬지.
어휴, 내가 네 일행인 줄 알았겠냐? 살짝 겁만 줬으니까 걱정 마라. 지금은 어디에 있냐고? 나야 모르지! 저 쪽으로 갔으니까 따라가보든가.
여신께서 우릴 내려다 보시네, 온 세상에 여신의 은총…♪ 결국에 하나로 돌아갈 운명, 종말이란 가혹한 천명…♬
라르멘!
아아, 모험가님. 오셨군요. 여신님의 말씀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여신님께서는… 모험가님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십니다.
<퀘스트 완료>
인간 주제에 제법이구나.
?!
허나 고대의 신을 유희 거리로 삼은 대가는 똑똑히 치러야지.
기쁨에 젖어 기다리거라. 내 힘이 돌아 오는 날, 가장 먼저 너를 찾아가 네 오만한 심장을 짓뭉개 줄테니. 하하하하!
라르멘? 라르멘!
아아… 우…
라르멘의 입안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짧은 단어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게 되버린 라르멘이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혀를 잃은 고통 때문인지, 다시는 노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설움 때문인지,
이젠 그조차 답할 수 없게 된 라르멘은
애먼 땅을 맨손으로 긁으며 서럽게, 또 서럽게 울어댔다.
핏방울과 함께 눈물을 뚝뚝 흘리는 라르멘의 곁에서
모험가는 한참을 조용히 서 있었다.
여신의 저주 때문일까.
선명한 심장의 박동이 느껴질 때마다 욱신한 아픔이 잔잔히 따라붙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
네? 어떻게 그런 일이…
지금 그 라르멘이라는 흑요정은 어디에 있습니까? 치료라면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믿을만한 치료사에게 부탁해 어떻게든 그녀를 도울 방법을 알아 보겠습니다.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치료가 끝난 뒤에도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계속 살피겠습니다. 저희 왕국의 시민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모험가님은 괜찮으십니까? 여신의 저주… 말입니다.
베누스 여신이 아직도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나 흑요정과 같은 존재가 아님을 알면서도, 막연히 시간 따라 소멸했을 거라 여겼지요.
두렵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그렇습니다. 고대의 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 펜네스 왕국을 찾아 오는 여러 위험들 속에 고대의 신의 힘이 미칠 수 있는 틈이 남아 있다면…
펜네스 왕국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여신의 저주가 다시 저희 흑요정을 향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모험가님께서도 조심하십시오. 자, 여기 이걸 받으십시오.
'펜네스의 붉은 열매'라 불리는 물건입니다. 흑요정들 사이에선 사악한 저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을 꼭 지니고 계십시오.
흑요정들의 여신이 남긴 저주가 먼훗날에라도 모험가님을 괴롭게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흑요정의 역사를 담은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 라르멘을 만났다. 모험가의 도움으로 베누스 여신에 대한 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고, 마침내 노래를 완성하게 된 라르멘은 여신 베누스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여신은 여전히 존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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