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숲

숲의 불청객
글: 건 / 그림: Aoba

아름골이 한눈에 담기는, 깨어난 숲속 어딘가.
에르곤은 밤하늘의 별빛을 머금고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마을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로즐리는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색을 방해하기 싫어 잠시 기다리려던 그때, 에르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정말이었다. 로즐리가 깨어난 숲을 떠난 지도 꽤 되었기에.
요기가 선계 전역에 드리워지며 요수들이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천해천의 유랑 조합에서 모임이 열렸다. 로즐리 역시 아름을 이끄는 하모니로서 모임에 참여했다.
원래대로였다면 모임이 끝난 뒤 바로 깨어난 숲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그사이 백해 항로의 안개가 더욱더 짙어지며 쉽게 오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에르곤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백해 밖의 세상들은 어땠는가? 필시 느낀 점이 있었을 것 같네만."

그녀는 쉽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아름은 초대 하모니의 뜻을 이어 모두와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해 왔다.
백해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전까지, 중천과 천해천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얻은 지식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모두와 교감할 수 있는 음악..."

모두와 교감한다. 그렇다면 요수, 본능에만 충실한 그런 존재들과 진실로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을까?
로즐리의 고민이 계속해서 깊어지는 사이, 요기는 계속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름의 음악은 그 사이로 퍼져나가지 못했다.
계속해서 마수를 뻗쳐오는 요기, 실패하는 연구. 그녀는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걸어왔던 길을 다시금 돌아봤다.

'...정말 요수들과 소통이 가능한 걸까?'

모두와 소통하고 교감한다. 그리하여 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로즐리에겐 당장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그리고 신수들을 지키는 것.
요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할수록, 이로 인해 위험에 내몰리는 이들은 없을지 늘 고민스러웠다.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고는 있지만, 연구를 더 해나가야..."
"아, 그 이야기는 잠시 넣어두지.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만큼의 일화가 생겨났을 것 아닌가. 여행 이야기나 좀 듣도록 하지."
"아... 네, 알겠습니다."

로즐리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천의 어느 숲에서 있었던 이야기, 천해천에서 유랑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
에르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여행기를 귀담아들었다.
이야기는 마침내 깨어난 숲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긴장한 듯, 미묘하게 굳어 있던 로즐리의 표정도 이야기와 함께 풀어졌다.

"그래, 수고 많았네. 큰일 없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군."

말을 끝낸 에르곤은 아름골을 다시금 내려다보았다.
로즐리도 말없이 그의 옆을 지켰다.


아름골은 더욱더 밝고 다양한 빛을 내고 있었다.
자연의 소리는 아름의 연주와 어우러져 음악처럼 들려왔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마을을 바라 보고 있었다.

"청연에서부터 불어오는 안개의 기운이, 점점 맑아지고 있군."
"제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카밀라가 저 대신 고생을 해주었군요."

숲은 어느새 밤이 깊었다. 여전히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적막했다.
적막만이 감돌던 그때, 숲 어딘가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에르곤은 작게 전해지는 진동을 감지했다.  

"청연에서 퍼지는 안개의 기운, 숲에서 불어오는 정기, 그리고 멀리서 자리한 요기까지...
...아니, 그것들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군."

에르곤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깨어난 숲으로 흘러오는 기운들을 느꼈다.
순간, 그는 눈을 크게 뜨며 하늘 너머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백해의 하늘로, 다시 깨어난 숲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깨어난 숲을 노려보았다. 처음 보는 모습에, 로즐리도 의아하여 물었다.

"에르곤 님? 깨어난 숲에 무슨 일이라도...?"
"아무래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것 같군."

그녀도 그의 시선을 따라 숲을 바라보았지만, 당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에르곤 님의 마력으로 지켜지고 있는 곳에 침입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단순한 기우였다면 좋았겠지만, 흔들리는 에르곤의 눈빛을 보니 상황이 마냥 심상치만은 않다는게 느껴졌다.

'안개신을 위협하던 그 기운이... 숲 어디에선가 느껴지는군.'

에르곤은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다, 지팡이를 고쳐 잡고 머리덮개를 올렸다.
어느새 결연해진 그의 표정은, 마치 긴 여정이라도 떠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로즐리. 아무래도 이건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네. 그전까진 숲에 들어서지 말게. 사람들에게도 그리 당부하게나. 그리고..."

"마을을 잘 부탁하네."

평소였다면 그저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끝으로 더 이어지지 않을 대화였을 테지만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불안했던 것인지,
혹은 일련의 사건들로 방황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숲에 정말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인지...
로즐리는 에르곤을 불러 되물었다.

"에르곤 님!"
"만약 숲에... 에르곤 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땐,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슨 일이라.
만약에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내가 초대한 손님이 숲으로 찾아올걸세.
어쩌면...'

에르곤은 마음 속을 떠도는 말을 삼켰다.
대신 고개를 돌려 짧게 말을 전했다.

"괜찮네, 그럴 일이 없도록 할 테니."

그는 말을 마친 후 숲속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로즐리는 점점 희미해지는 그의 뒷모습에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에르곤 님이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생각, 그녀는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이 더 떠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고개를 멈추고 다시금 숲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는 숲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숲은 밤하늘과 같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있었다. 어쩐지 숲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로즐리는 불안한 생각을 떨치고, 아이들과 신수들을 지키고 대비하기 위해 아름골로 발걸음을 옮겼다.


숲의 선율 - #1. 흐르는 선율





숲의 선율 - #2. 기억될 선율



선선한 바람이 일자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렸다.
에르곤은 은자림 한편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대로군.”

이곳을 스쳐 간 이들, 흘러간 시간, 그 외의 모든 것들.
많은 게 변했다.
그 모든 순간이 흐르는 와중에도, 이곳만큼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은자림을 찾을 이유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

에르곤은 그런 것들을 떠올렸다.
오래전, 숲과 마을의 경계가 사라졌던 순간.
신수와 인간이 하나 되었던 순간.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걸음을 내디뎠던 순간.
모든 게 영원할 거란 기대가 가득했던 순간.
그런 것들은 대부분 찬란하고 눈부셨다.

"모든 게...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갔네만..."

에르곤은 주변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곧 이 모든 게 한없이 낯설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에르곤은 손에 움켜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빛을 받아서인지 유난히 투명하게 반짝였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오래전 마이어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이걸 꼭 그자에게 건네주라 했건만... 약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겠군."

그 순간, 엄청난 파동이 은자림을 덮쳤다.
에르곤은 곧장 뒤돌아 걸음을 뗐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바람결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만이 그 자리에 남아 계속해서 울려 퍼질 뿐이었다.


은자 에르곤
'이것은 내게 주어진 몇 번째 삶이었던가.'

선계의 어느 숲.
알에서 갓 태어난 어린 신수는 자신의 지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돌이켜 보았다.

'이번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소멸을 맞이했군.'

신수의 소멸과 순환. 그것은 영생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전 삶의 기억이 보전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자신이되 자신이 아닌 존재로서의 순환이었다.
어린 신수는 지난 삶의 기억을 오롯이 간직한 채 다음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기억이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던 두 번째의 삶.
어린 신수는 자신에게만 허락된 다음 삶으로 이어지는 기억을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쌓여가는 억겁의 시간은 어린 신수에게 곧 그것이 저주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혼자서 무한히 이어지는 기억을 살아가는 일은 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생을 살아간다는 것이기에.
지나온 삶의 끝엔 언제나 홀로 남아야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던 첫 번째 삶.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던 스무 번째의 삶.

요수에 의해 끝맺어진 서른 두 번째의 삶.

선계의 모든 안개가 사라졌던 밤. 아마도 마흔여섯 번째였을 삶.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번째의 삶.

이 모든 삶을 지나오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해왔지만, 누구도 자신을 기억해 주지는 못했다.
주어진 시간이 달랐기에, 자신의 시간이 세상과 다르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번민 속에 시작된 이번 삶에서도 역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몇 번째인지도 세지 못할 이번의 삶.
여전히 시간은 다르게 흘렀으나,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어린 신수는 이번 삶에서 에르곤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에르곤은 이번 삶에서 한 소녀의 죽음 앞에 조화로운 미래를 열 것을 약속했다.

에르곤은 이번 삶에서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 선계의 안정을 가져왔다.

'나는 이 삶의 기억들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인가.'

그리고 지금, 깨어난 숲의 어딘가.
에르곤은 요동치는 오염된 기운을 막아내고 있었다.
모든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느껴보지 못했을 정도의 위협을 느꼈다.
온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렸다.

'그래, 이것이 불안이라는 마음이었지...'

에르곤은 처음으로 다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 기운에 잠식당한다면, 다음번의 삶은 없으리라.
'나' 로 살아왔던 모든 기억을 잃고, 저 오염된 존재의 일부로 잠식되리라.
육체적 소멸이 아닌 자아의 소멸.
어쩌면 그토록 바라던 영생을 끝낼 유일한 방법을 마주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많은 이들을 만나 많은 의미가 생겨버린 이번의 삶.
아직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한 약속에 미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금 더 이어져야 해.'

짧은 회한을 느낄 새도 없이 오염된 기운은 날카롭게 에르곤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에르곤은 오염된 기운을 밀어내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내 에르곤의 기운과 오염된 기운이 뒤섞여 숲을 뒤덮었다.
두 기운의 충돌이 빚어내는 빛으로 인해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풍경이 숲을 물들여갔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어쩌면 나 또한 그대에게 모든 것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조금의 방심에도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순간, 에르곤은 꿈결 속에서 마주했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못할 것 같네.'

한 시대의 이름을 짊어진 자.
영원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자.
에르곤의 시간은 처음으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붉은 깃의 베아티
"베아티, 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을까?"

사색의 낙원 전체가 보이는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던 아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한 소리를 들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스스로가 부진함을, 그리고 모두에게 민폐가 되고 있음을.
그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혼날 때마다 사색의 낙원에 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베아티가 함께했다.
그저 말없이 함께 노을을 보다 갈 뿐이었지만, 오늘따라 소녀는 푸념을 내뱉어보고 싶었다.

"난 아름에 어울리지 않는 걸까?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걸까?"

사실 답이 없는 물음이었다. 부정과 상념이 합쳐진 아샤의 걱정은 오롯이 그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베아티가 입을 열기 전까진.

"...이 씨앗들 말이다."

베아티가 막대기에 달린 씨앗들을 어루만지며 입을 떼자, 아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색의 낙원에 여러 번 왔지만, 베아티는 곁에 있을 뿐, 단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의외의 행동에 아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씨앗들은, 내가 불꽃을 담기 전부터 생기를 잃었었다."
"생기를 잃었다고?"
"그래, 원래라면 땅속에 들어가 단단한 껍데기를 깨부수고 싹을 피웠어야 했건만, 그러지 못해 지상에서 숨을 거둔 녀석들이지."
"아하, 그러면 불꽃을 담아두려고 들고 다니는 거구나?"

달그락, 소녀의 질문에 항의라도 하듯 씨앗들 틈에서 작은 일렁임이 올라왔다. 불꽃의 온도가 조금은 올라간 듯 보였다.
그런 씨앗들 중 하나를 베아티가 쓰다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불길이 잦아들었다.

"과거 불꽃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나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숲을 불태울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불태우기까지... 온통 실수투성이에 쓸모없는 애물단지였지. 마치 이 씨앗들처럼 말이지."
"그런 적이 있었어?"

아샤가 봤던 베아티는 숲에 따뜻함을 전하는, 그리고 실수 하나 없이 모든 걸 능숙하게 해내는 신수였다.
의외의 과거에 그녀는 다시금 그가 입을 떼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이 녀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나처럼 너희들도 쓰임이 있다는 것을."
"쓰임...."

아샤는 조용히 단어를 되뇌었다. 그의 위로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뿜어냈다.
그녀는 조금이나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은 듯 싶었다.

"그리고...."

베아티가 막대를 휘두르자 불꽃을 품은 씨앗이 떨어져 나갔다.
아샤 또한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베아티가 던진 씨앗은 곧 터진다는 것을.

"꺄악! 위험해!"
"괜찮다."

던져진 씨앗은 쩌억 소리를 시작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갈라진 씨앗 껍데기 사이로 불꽃이 일었고, 그 불꽃은 이내 거대한 화염이 되어 붉게 물들었다.
깨어난 숲의 그 어떤 꽃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씨앗을 통해 드러났다.

"와...."

그곳에는, 불꽃으로 수놓인 한 송이의 꽃이 피어있었다.

"적어도 씨앗이라면 꽃을 한 번 피워야지."
"불꽃인데?"
"그것도 꽃이지 않나."

그제야 아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숲에 온기를 전하는 것은 비단 베아티의 불꽃만이 아니었음을.


영생의 아르보
"에르곤 님, 신수들은 왜 기억을 잃은 채 순환하는 것입니까?"

신수들의 소멸과 순환이 이루어지는 영원의 땅.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던 영생의 아르보는 반복되는 신수들의 소멸과 순환을 지켜봤지만,
생의 모든 기억을 내려놓은 채 순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의 질문에 에르곤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지팡이를 휘둘러 영원의 땅 아래 마력으로 응축된 기억들을 아르보에게 보여줬다.

"아르보, 자네의 눈에는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동안 깨어난 숲에서 나고 자란 신수들이 느낀 감정과 기억이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이 보입니다."

에르곤이 다시 한번 지팡이를 휘두르자 기억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 기억들이 보이는가?"

"...슬픔과 두려움이 보입니다."

에르곤은 지팡이를 거둔 후 아르보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신수들은 기억을 지닌 채 순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네.
처음에는 자신과 교감했던 이들과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꼈지.
그러나 순환을 경험하며 생긴 슬픈 기억들도 함께 지녀야만 했네.
함께 교감했던 이가 부재하거나 요수를 마주쳐 위험했던 그런 순간들마저 말일세."

잠시 말을 멈춘 에르곤은 아르보를 바라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부정적인 기억은 신수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네.
이미 경험했던 기억을 통해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모두 알고 있으니,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점차 소극적으로 변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지.
그러던 어느 날, 영원의 땅을 찾아온 신수가 소멸을 앞두고 있던 신수와 교감을 했네.
여태껏 소멸을 앞둔 신수와 교감을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모두가 숨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지.
그리고 교감을 마친 신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기억들을 이 땅에 내려놓은 채 소멸을 이루기 시작했네.
모든 기억을 잃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툴렀으나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며 자신만의 길을 나아갔네.
이 모습을 목격했던 신수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영원의 땅에 묻어둔 채 순환의 과정을 거쳤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르곤은 아르보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은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군.
이전의 삶에서도, 그 이전의 삶에서도 자네는 나에게 항상 똑같은 질문을 했었네.
답을 얻은 자네는 신수들의 소멸을 돕기 위해 항상 노력했지.
이번에도 그래줄 수 있겠는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아르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깨어난 수호자
홀로 광활한 하늘을 날아다니며 숲의 모든 곳을 살피는 깨어난 수호자에게는,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수의 신수가 무리 짓고 사는 것.

'어째서 저들은 무리를 짓고 사는가?'

깨어난 숲을 홀로 지켜온 깨어난 수호자에게는 영원히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이었다.
그런 깨어난 수호자의 생각이 바뀐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앉은 몸을 기댄 곳에서, 깨어난 수호자는 덩그러니 방치된 작은 알을 하나 발견했다.
혹시나 싶어 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봤지만, 그곳에 남은 건 알들의 잔해와 갓 태어난 신수들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알이야 어떻게 되든 자리를 떴겠지만, 깨어난 수호자의 변덕은 알과 함께 그를 이곳에 잡아두었다.

그때부터 깨어난 수호자는 알을 보호했다.
혹여라도 알이 깨질까 봐 품 안에 끌어안기도 했고, 혹시라도 추울까 봐 양지바른 곳에 알을 두기도 했다.
점차 알의 부화가 가까워지면서 깨어난 수호자의 생각 또한 변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에 대해 서서히 깨달아갔다.

시간이 흘러 알이 깨졌고 신수가 태어났다.
깨어난 수호자는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생명이 태어나는 황홀한 광경을 목도했다는 사실은 깨어난 수호자를 더욱 비장하게 만들었고,
그의 가슴속에는 기쁨과 함께 이 작은 신수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찼다.

깨어난 수호자에게 더 이상 태고의 언덕은 잠시 쉴 곳이 아니었다.
그의 사명감과 따뜻함을 충족시키는 곳, 그리고 그가 앞으로 살아가며 지킬 곳이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아이가 있을 테지.'

깨어난 수호자는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그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알들을 찾기 위해 다시금 하늘로 날아올랐다.


신규 타운 - 아름골
깨어난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신수와 교감하는 조직, '아름'의 일원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늘 잔잔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서 신수들과 아름의 일원들이 교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풀려난 독기


다들 보셨소이까?
아무래도 큰일난 것 같소이다.
엄청난 기운이 깨어난 숲 방향으로 몰려들고 있소이다!



깨어난 숲 방향으로 몰려드는 기운에 대해 슈므와 대화하기



퍼지는 기운



<퀘스트 완료>
너무나 강력하고 위험한 기운이오이다...
저 불길한 기운은 대체 뭐지? 꽤 멀리 있는데도 피부가 따끔거릴 지경이야.
마침 스피리티아에서 확인하고 오는 길이에요. 주변의 안개들이 한순간에 밀려나는 게 보였어요.
얼핏 보기엔 요기같은데... 어둑섬 때보다도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요.



숲을 향한 기운


안개신님이라면 저 기운에 대해 분명 알고 계실 것이오이다.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좋겠소이다.



청연에서 목격된 이상 현상에 대해 안개신 무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다들 모이신 걸 보니... 여러분들도 보신 거군요.
안개신님, 어떤 상황인지 알고 계시는 게 있을까요?
......
이 기운, 단순한 요기가 아니에요. 아주 불길하고 치명적인 기운이 섞여 있어요.
밀려나는 안개를 마주하자마자, 바로 느꼈어요.
절 오랫동안 위협해 왔던 기운의 근원임을...
분명 에르곤 님께서는 그 기운이 안개신님께, 백해에 향하는 것을 막고자 하셨어요. 어째서 이런 일이...
차원 어딘가에서 기운을 흘려 보내는 것까진 막을 수 있었겠지만, 기어이 차원을 찢어낼 거란 건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 말씀은...
중천 어딘가에 차원이 찢긴 흔적이 있어요. 그 틈으로 퍼지는 기운이 요기와 섞여 깨어난 숲 주변으로 빠르게 향하고 있어요.
말씀대로라면 에르곤 님이 위험해요. 분명 홀로 이 일을 막기 위해 애쓰고 계실 거예요.
그렇기에 더 지체해선 안 될 것 같아요.
모험가, 부탁드릴게요. 깨어난 숲으로 가 에르곤과 그곳의 신수들에게 보탬이 되어주세요.
전 이곳에서 안개의 힘을 모아 찢어진 차원의 틈을 막아내고 있을게요.
이 기운, 모든 걸 망가뜨릴 것처럼 위협적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안개의 힘으로 여러분들을 보호해드릴 거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을 수 있어요.
모두들 부디 조심하세요.



깨어난 숲으로


네, 안개신님. 꼭 그럴게요.
다들 준비되신 것 같으니 바로 가실까요?
우선 깨어난 숲을 향하기 전, 인근에 위치한 '아름골'에 먼저 가고자 해요. 제 고향이자 '아름' 소속의 동료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아름을 이끄시는 하모니, '로즐리 님'을 찾아 무슨 일인지 확인한 후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아름'이라... 카밀라 님께서 이전에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깨어난 숲을 살피고 관리하는 분들이라 하셨죠?
네. 정확히 말하자면, 저희는 숲의 신수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함께 숲을 살피고 지켜왔어요.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이젠 저희가 그들을 지켜줘야만 해요.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 숲으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할 방법이 있을까요?
오기 전에 캡틴에게 미리 말해놓았으니, 지금쯤이면 세인트 혼의 준비가 끝났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그 소식을 전하러 왔네만! 한발 늦었군.
송구하지만 소인은... 함께 가지 못할 것 같소. 청연의 뒷수습을 위해 이곳에 남아야 하오이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 슈므. 그 대머리 형씨도 그렇고...
청연의 혼란을 수습하려고 얼마나 바쁘게 뛰어다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럼 갈 사람들은 정해진 것 같으니 바로 세인트 혼에 탑승할까요?



세인트 혼을 타고 깨어난 숲 상공에 접근하기



<퀘스트 완료>
지독하군요. 이렇게 높은 상공에서 접근하는데도 손에 잡힐 듯한 요기라니. 어둑섬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예요.
아직까진 안개신님이 말한 다른 기운 같은 게 섞여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잠깐! 저기 좀 봐. 이 기운이 유독 많이 퍼져 있는데?
이럴 수가...
저곳은 '아름골'이에요. 이미 마을까지 모두 잠식해버렸군요.
이보게! 초 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저런 요기를 뚫고 세인트 혼을 착륙시키는 건 무리일듯싶네만?
최대한 가까이라도 가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릴게요.
흠... 좋아, 한번 해보지! 다들 꽉 잡게!



빛을 잃은 숲


엄청난 운전이군요. 비공정을 이런 식으로 모는 건 처음 봐요.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봤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할 건가? 최대한 마을에 가까이 댔네만, 더 진입하는 건 어려울 것 같네.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아무리 나라도 저런 걸 뚫고 내려가는 건 무리야.
에르곤 님이 주신 곡옥의 힘이라면 한 명 정도는 저 기운을 뚫고 갈 수 있게 보호할 수 있을 거예요.
모, 모험가님! 잠시만요! 아직 곡옥이 준비가...
이미 뛰어내렸군요.
걱정하지 마. 저 녀석이라면 무사할 테니까.
그럼 남은 한 명은... 숲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카밀라 님이 동행하는 게 낫겠군요.
알겠어요.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바로 합류할게요. 그때까지 조심하셔야 해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다만 이미 여러분들껜 충분히 많은 도움을 받았는걸요.
깨어난 숲에서의 일은 아름의 동료들과, 모험가님과 함께 최대한 해결해 볼게요.
제게 아름의 동료들이 소중하듯 여러분들도 서로가 그런 존재란 걸 알고 있어요. 이 일로 누군가 다친다면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 될 거예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았어요. 다만, 카밀라 님도 모험가도 저희에게 그런 존재니, 꼭 조심하셔야 해요.
네. 걱정 마세요.
그럼, 곧 뵐게요.



카밀라와 함께 아름골에 진입하기



<퀘스트 완료>
후우... 곡옥의 힘을 빌려도 역시 버겁군요.
이런... 여기 담겨 있던 신수들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어요.
마을에 퍼진 기운이 너무도 강해 버텨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녹일듯한 기운


문제는 곡옥만이 아니에요.
숲에서 퍼져 나오던 신수들의 마력도 느껴지지 않아요.
로즐리 님이라면 분명 신수들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향하셨을 거예요. 이런 상황을 그저 바라볼 분이 아니니까요.
숲 초입에 들어가 물길을 따라가면, '시작의 샘'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엔 작고 어린 신수들이 머무르고 있어요.
분명 그들부터 구하려 하셨을 거예요.
저희도 더 늦기 전에 가서 도와야 해요.



시작의 샘에서 로즐리를 찾기



윽...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군요.
신수들도 너무나 공격적으로 변했어요. 이 기운 때문이라면...
모험가님, 신수들을 막아주세요.
마음이 좋지 않지만,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을듯해요.
조금이라도 빨리 상황을 해결하려면, 여기서 주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안 돼... 여기서 멈췄다간...
아샤!
하아... 카밀라 님?
대체 무슨 일이야? 괜찮은 거니?
로즐리 님이... 위험해요. 얼른 가서 도와드려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카밀라 님이 자리를 비운 동안 천해천에 가셨던 로즐리 님이 돌아왔어요.
에르곤 님과 얘기를 나누시고는 한동안 표정이 어두워지셨어요. 그러던 중 숲의 중심부에서 어마어마한 요기가 퍼져 나왔어요.
안 그래도 청연에서 확인하자마자 곧장 왔어. 로즐리 님은 그럼 그걸 해결하기 위해 숲 안쪽으로 가신 거니?
네. 숲의 신수들과 함께 요기가 퍼지는 걸 어떻게든 늦춰보겠다고 하셨어요.
그럼 넌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로즐리 님이 걱정됐어요. 그래서 숲에 왔고, 로즐리 님이 베아티와 함께 계신 걸 발견했어요. 그랬는데...
갑자기 베아티의 눈빛이 변하더니 저희 둘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마을로 향하던 중에 카밀라 님을 만난 거예요.
그런데 이분은... 누구세요?
모험가님이야.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곳에 오셨어.
아! 정말 감사해요. 처음 뵙는데 도움부터 받게 되었네요...
아샤, 일단 계속 가야 할 것 같아. 넌 괜찮니? 함께 갈 수 있겠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퀘스트 완료>
일단 로즐리 님이 계신 곳까지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



꺼져버린 불꽃


이 위로 걸어가다 보면 '사색의 낙원'이 나올 거예요.
사색의 낙원은 베아티와 신수들, 저희 아름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쉬어가던 곳이었어요.
어차피 곧 아시겠지만... 예전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어요.
내려 앉았던 노을도 빛을 잃었고, 베아티가 폭주해 쏟아낸 불꽃만이 모든 곳을 태우고 있어요...



로즐리를 찾기 위해 아샤를 따라 사색의 낙원에 가기



으윽...
로즐리 님! 괜찮으세요?
윽... 아샤...
카밀라도... 무사히 돌아왔구나.
네. 해드릴 얘기가 많지만, 우선 뒤로 미루는 게 좋겠어요. 괜찮으신 거예요?
베아티를 덮친 기운을 몰아내려 하던 중에, 공격을 받았어.
베아티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도 제어를 못하고 있어.
이런. 모험가님, 서둘러야겠어요.
당신이 모험가라는 분이군요. 언젠가 에르곤 님께 당신에 대해 전해 들은 적 있어요.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얘길 나눴겠지만, 우선 숲의 일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일 것 같군요.
이 기운... 처음엔 그저 요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호막으로 막아지지 않을 만큼 무언가 강력한 기운도 섞여 있더군요.
막아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그런...
알고 있는 게 있으시군요. 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모험가는 오래전 노스마이어에서의 일과
차원 속으로 찢기며 사라진 사도 디레지에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너희들은 그저 고통 속에 녹아내리면 그뿐.
이 땅을 모두 검게 물들이면 분이 조금 풀릴지도 모르겠군.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차원 속으로 흩어졌다라...
차원 속으로 사라졌던 '디레지에'라는 자의 기운이 지금 이곳에 요기와 섞여 퍼져 있다는 건가요?
말씀대로라면 안개신님을 위협해온 그간의 일과 깨어난 숲을 노리는 이 상황들, 단순히 우연이라 생각되진 않아요.
에르곤 님은 이미 이 모든 인과를 알고 계셨을 거예요.
이 일이 있기 직전, 숲의 일을 예견하셨어요. 홀로 해결하시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 기운이 퍼져 나오고 신수들에게까지 여파가 닿았다는 건...
예상 밖의 일이 에르곤 님을 움직일 수 없게끔 만들고 있는 듯해요.
저희가 대신해 숲의 일을 해결해야만 해요. 신수들을 구하고 은자림으로 가 에르곤 님을 돕는 게 좋겠어요.
우선 그전에 독기로부터 몸을 보호해 드릴게요.
제 마력으로 보호막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건 안개의 힘?
정말 다행이지만, 어째서 이런 힘이 저희를 지켜주는 걸지...
안개신님께서도 힘을 보태주고 계시는군요.
하아! 이제야 살 것 같아요!
네. 조금은 나아졌어요. 일단 한숨 돌렸으니, 보호막이 옅어지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기운이 계속해서 강해진다면 막아내기 어렵겠지만... 조금은 버티실 수 있을 거예요.
깨끗한 안개의 마력이 보호막에 스며들어있어요. 제 마력보다도 훨씬 강력하군요.
이 힘으로부터 보호받는 한 당분간은 안전할 것 같아요.
카밀라, 아샤. 좀 괜찮아졌니?
안개가 이전보다도 확실히 옅어져서, 상황이 해결되었단 건 짐작하고 있었어요.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할 텐데 이렇게 도움을 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저기, 베아티가 있어요!
베아티, 괜찮은 거야?
베아티의 눈빛... 어떻게든 버텨내려는 게 느껴져요.
단지 이 기운이 베아티의 의지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
모험가님, 부탁드려요. 베아티를 부디 진정시켜 주세요.



<퀘스트 완료>
크흐흑... 으윽...
베아티! 정신이 들어?
...추한 꼴을 보였군.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다.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베아티! 부상이 꽤 심해요.
이럴 때가 아니다. 이 독기... 요기와 함께 퍼지고 있지만 요기와는 달리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은자림에서 퍼져나온 독기에 닿았을 때, 머릿속을 파고드는 존재의 의식을 느꼈다. 단순한 요기였다면 어찌어찌 막거나 피할 수 있었겠지만...
나를 무릎 꿇리려는 진득한 악의 앞에서... 부끄럽게도 사방에 불꽃을 쏟아내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 버틴 게 고작이었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곳을 지켜낼 테니, 얼른 가서 영원의 땅의 신수들을 구해라.
그곳의 신수들은 소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누구보다도 약한 존재들이다.
이 독기에 잠식되어 소멸을 맞는다면... 그들 모두 이 땅에 다시 태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르보 홀로 그들에게 독기가 퍼지지 않도록 막고 있지만,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러니 아르보를 도와 이 땅의 순환을 지켜내라.

저건 대체...!
걱정 마라. 아르보에게 가는 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뚫어줄 테니.
저것들은 내가 맡는다. 서둘러 영원의 땅으로 가라.
지금 상태론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울 거예요. 이미 많은 힘을 쏟아냈단 거 알고 있어요.
이 정도론 끄떡없다.
베아티...
부탁드려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버텨주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할게요.
다들...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베아티 말대로 더 늦어진다면, 숲의 신수들이 모두 위험해질 거예요.
어쩌면 방금이... 마지막 인사였을지도 모르겠군.
크윽, 더 이상은....

이 소리는... 베아티에게 문제가 생겼으면 어떡하죠?
아샤, 슬프지만 저 독기가 다시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영원의 땅으로 가야 해.
베아티도 그걸 바라고 우릴 위해 나서줬을 테니...



더럽혀진 마음


마음이 좋지 않지만... 아르보 혼자 버텨내고 있다고 했으니 어서 가는 게 좋겠군요. 



영원의 땅에서 독기를 저지하고 있는 아르보를 돕기



더 이상 숲을 어지럽히게 둘 순 없습니다!
아르보!
엄청난 독기... 이건 어쩌면...
아무래도 이 기운을 모두 자신의 내면으로 흡수한 것 같아요. 
아직 버텨내곤 있지만, 의식을 잃는 순간 독기에 집어 삼켜질지도 몰라요.
방법이라면 하나 있어요.
아르보의 내면으로 들어가, 아르보를 둘러싼 독기를 처치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저도... 그곳을 가본 적은 없어요. 아르보의 내면은 오직 아르보만이 머물 수 있었거든요.
신수들의 소멸을 지킬 때마다 쌓여왔던 기억이 만든 공간이었으니까요. 그만큼 아르보는 영원의 땅을, 이곳의 신수들을 소중히 여겼어요.
아마 이 기운을 삼켜내기로 결심했을 때 각오했을 거예요.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단 걸.
그러니 도와야 해요. 더 위험해지지 않도록...
제가 갈게요. 어떻게든 보호막으로 보호하고, 아르보를 위협하는 자들을 막아낼게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
말씀대로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 해요.
이미 너무 많은 신수들을 잃었어요.
저 기운이 이미 아르보를 잠식했다면, 저 독기가 내면을 장악하려 든다면... 영원히 저 안에 갇히실지도 몰라요.
아르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인 건 알지만, 로즐리 님마저 잃게 된다면...
카밀라.
이 기운이 숲에 퍼진 그때부터 모든 신수들이 자신을 잃을 각오로 이곳을 지키려 하고 있어.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어떤 결단이든 내려야만 해.
신수들을 이 기운으로부터 구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니까.
...알겠어요. 그래도 꼭 조심하셔야 해요.
이게 방법이 될진 모르겠지만... 연주를 해볼게요.
연주로 교감을 하면, 내면으로 향하는 틈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바로 가는 게 좋겠어요.
아직 아르보가 조금이라도 버텨주고 있다면, 이 소리에 분명 반응할 거예요.
크윽... 결국 이곳까지 와주었군요.
그런데 당신은...
모험가님이에요. 저희를 돕기 위해 오셨어요. 아르보, 상황이 좋지 않아요. 우선 이 독기부터 막아야겠어요.
이럴 수가... 보호막조차...
모두 소용없을 겁니다. 이곳의 기운이... 모든 걸 밀어내고 있습니다...
독기가 더 이상 숲에 퍼지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고 있었지만... 슬슬 힘에 부치는군요.
이대로라면 끝없이 되살아나는 독기에 저도 잠식되어 버릴 겁니다. 그전에 절 잠식하는 이 독기를 처리해 주세요.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로즐리 님! 아르보도... 다들 무사하셨군요.
다행이에요. 잘 해결되어서... 혹시나 해서 마음 졸이고 있었어요.
아르보, 괜찮은 거예요?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켜내지 못한 신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아르보...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이 기운... 오로지 분노와 고통만이 가득합니다.
어떻게든 밀어내려 했지만, 서서히 파고들어 온몸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에도, 그자의 이유 모를 적대는 소멸조차 쉬이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묻고 싶습니다. 그자를 이토록 악에 받치게 한 이유가 무엇일지.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삭지 않는 고통이라... 어떤 면에선 요괴와 비슷하군요.
'디레지에', 그자의 기운엔 어떤 의식이 더 선명히 자리하는 것 같지만요.
그자는 이제 단순히 기운만 퍼뜨리는 게 아닙니다.
이곳에 자신의 파편을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자의 더러운 파편들이 태고의 언덕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른 저지하지 않는다면 수호자가 위험에 처할 겁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그자가 이곳에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고작 숲의 순환이 멈추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부디 에르곤 님을 도와 '디레지에'라는 자가 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막아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이럴 시간이 없어요!
어서 아르보가 말한 자들을 쫓아야 해요. 빨리 움직이면 저희가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선택


태고의 언덕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지켜야 해요. 그곳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신수들이 있어요.
그만큼 누구보다도 약한 존재들이에요. 이 기운이 닿는 즉시 소멸할지도 몰라요.
깨어난 수호자 홀로 그곳에서 신수들을 보호하고 있을 거예요.
그들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자예요. 어떻게든 책임을 다하려 하겠지만, 그렇기에 더 걱정이 되네요.
수호자라면 아마... 자신의 모든 걸 걸어서라도 그곳을 지키려 할 거예요.
본인이 처한 위험 같은 건 고려하려 들지 않을 테니...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태고의 언덕에서 깨어난 수호자와 신수들을 구하기



내가 있는 한, 이곳에 발 들일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수호자가 이미 파편들을...
저희가 너무 늦었어요.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더 늦어졌으면 돌이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독기는 내가 모두 삼켜낼 테니...
부디 날 소멸시키거라. 그래야만 이 기운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순 없어요.
내면을 향한다면, 거기 자리한 독기를 처치한다면 해결될 거예요.
아르보도 그렇게 도왔어요. 그러니...
이미 늦었다... 이 기운이 내 몸을 빌어 이곳을 해치려 들고 있다...
더 지체했다간 신수들이 위험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스러지고 말 테니...
그전에 날 쓰러뜨리거라.
신수란 무릇 그런 존재인 것을 알고 있잖나. 잃어도 잃은 게 아닌, 소멸로써 곧 시작을 잇는...
그저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는 것일 뿐이니...
이건 부탁이 아닌 내 선택이다. 계속해서 주저한다면 내게도 다른 여지는 없으니...



<퀘스트 완료>
안 돼...
우리가 꼭 숲을 지켜낼게. 그때 여기서 다시 만나자. 꼭...
신수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생각했어요. 함께 했던 기억을 잊지 않아 줬음 좋겠다고...
수호자만큼은 이곳에서의 일을 꼭 잊었으면 좋겠어요.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꼭 그럴 거야. 그리고...
모든 걸 잊는대도 다시 만났을 땐 서로 느낄 수 있을 거야. 아주 깊숙한 곳에서부터 연결되어 있다는 걸.
수호자가 다시 태어난대도, 또 다른 존재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된대도 그럴 거라고 믿어.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정말 그런 날이 오겠죠?
저건...?
신수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어요.
파편들이 사라지고 독기가 이전보다는 약해진 덕분인 것 같아요.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이렇게 되기까지 베아티, 아르보, 수호자가 너무나도 큰 희생을 했어요.
먼저 나서주지 않았다면... 이미 숲은 독기로 뒤덮였을 거예요.
마지막을 맞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두려웠을 텐데 그 마음을 알 것 같기에 더 마음이 좋지 않네요.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으윽... 이 기운...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오고 있어요!



알아야 할 진실


엄청난 독기... 그리고 저건...
에르곤 님의 마력이 이곳으로 퍼져오는 독기를 막아내고 있어요.
로즐리 님, 저기 보세요! 깨우침의 봉우리 아래 뭔가가 보여요.
흐릿해서 잘 보이진 않는데 엄청 커다란 산 같기도 하면서 동굴 같기도 한...
아마도... 은자림인 것 같아.



은자 에르곤을 도와 숲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째서 이런... 보호막이 깨지고 있어요. 
에르곤 님의 마력과 이 기운... 서로 뒤엉켜 요동치고 있어요.
계속해서 공간이 뒤틀린다면, 곧 무너져 내릴지도 몰라요. 
숲의 마력을 안정시켜야겠어. 조금이라도 가라앉는다면 약간의 틈 정도는 생길 수 있을 거야.
모험가님, 저희가 이곳의 마력을 안정시킬 테니, 틈이 보이면 주저 말고 차원 너머로 향해주세요.



으윽... 역시 와주었군. 다행일세.
이 기운... 자네를 본 후로 더 심하게 요동치는군. 마치 화가 난 것처럼.
자네에게 할 말이 많네만, 머뭇대다간 이 기운이 우리 모두를... 집어 삼킬지도 모르겠네.
모든 건 이후에 말해줄 테니, 부탁이네만 날 도와주게. 
시간이 없네. 이제부터 내 모든 힘을 쏟아부을 생각이네.
그러니 자네는 내 마력에 스민 이 기운에 맞서주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지 말게나.



<퀘스트 완료>
크으윽... 조금은 약해졌네만... 아직 끝나지 않았네.
이제부터 이 기운을 완전히 밀어내야만 하네.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낼 테니, 남아있는 이 기운을 모두 처치해 주게나.
마이어가 맡긴 힘을 썼음에도... 쉽지 않군.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네, 이 공간의 이면에 가둔 독기의 근원을 직접 제거하는 것.
남은 힘으로 그곳에 보내줄 테니, 마지막은 자네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난 그 여파가 안티엔바이에 가닿지 않도록 막아야 하네.
그전에 자네에게 하나 물어볼 것이 있네. 
자네는 마치 이 기운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 이 기운 또한... 자네를 마주한 후 더 극심하게 요동쳤네. 
이 기운을 퍼뜨리는 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줄 수 있나?
디레지에... 그게 저 무서울 정도로 끈질긴 존재의 이름이군.
그자의 기운이 차원 너머에서 빠르게 몰려오면서 안티엔바이를 위협했네.
최대한의 피해를 막아내려면, 내가 흡수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위험은 계속될 것 같네.
그러니 부탁해도 되겠는가?
(본체가 아닌 환영일 뿐이지만 이 정도의 영향을 주다니.)
크흐흐... 이제야 재밌어지는구나...
차원의 틈에서 온몸이 찢겨질 때마다...
기필코 살아남아 네놈을 꼭 갈기갈기 찢어 죽이리라 되뇌었다...
녹아내리는 고통에 처절하게 몸부림칠 때까지 숨통을 조여주리라...
수천 번이고 다짐했다...
이제 모든 건 끝났다... 이곳에 퍼지는 비명과 절망이 네놈의 뼛속 깊이 스며들 것이다!
오거라. 환란의 땅으로... 검은 역병에 집어 삼켜져
절규와 고통만이 가득한 이곳으로 말이다!
(분명 환영에 불과했어. 아직 다시 살아난 게 아니라면...)
(환란의 땅... 그곳에 나타나기 전에 막아야 해.)
괜찮은 건가?
후... 덕분에 이곳의 일은 마무리됐지만...
이 기운, 완전히 소멸된 게 아니네. 저 멀리 어딘가에서 여전히 느껴지는군.
비록 이전보단 약해졌지만 말이네.
그렇군. 안개신도 나서주었다니...
자네에게 할 말이 많네만, 우선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네.

되돌아온 숲
전부 이전으로 돌아왔군.
어떤가. 깨끗함만이 남은 이곳을 보니. 이곳이 자네의 눈엔 선으로만 비치는가?
내 눈엔 이 뒤에 가려진 것들이 보이네. 소멸한 이들의 흔적 그리고... 안티엔바이를 무너뜨리려는 이들의 움직임까지.
자네가 안티엔바이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걸 알고 있네. 자네 뿐만이 아닌 모두가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누군가는 그걸 책으로 누군가는 또 다른 형태일 거라 생각하고 있겠네만, 정확히 말하자면 안티엔바이는 눈으로 볼 수도 손에 쥘 수조차 없는 것이네.
다만 자네가 발을 딛고 모험해 온 모든 곳과 앞으로 향하게 될 곳들을 보호해 주고 있지.
역시 누구보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군. 그곳에서도 대마법진을 만들고, 자네를 이곳까지 이끌었으니...
이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마이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네. 
아라드에 있다는 이슬을 지켜낼 대마법진. 
그 너머에 이슬을, 그리고 이 세계를 지켜내고 있는 또 하나의 비밀이 존재하네.
그렇네. 안티엔바이는 그 모든 곳을 아우르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마법진이네. 
오래전, 마이어의 부탁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만들었지. 켈돈 자비는 물론 안개신까지 모두 함께.
마이어는 우주 너머의 존재들로부터 이 세계를 지켜내려면 그들의 눈을 가릴 방법이 필요하다 말했네.
조금이라도 늦어져 태초의 조각이 그들에게 회귀하게 된다면, 한순간에 아라드 행성은 종말을 맞을 거라 했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네. 가진 마력을 쏟아내서라도 이곳을 지켜내야겠단 생각뿐이었지. 
그 마음 하나로 아라드 행성 전체를 보호하는 안티엔바이를 만들기 시작했네.
우선 백해와 중천, 천해천을 보호할 세 개의 마법진을 만들어 안티엔바이의 중심축을 만들었네.
백해의 마법진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그 중심이 될 기반과 충분한 마력 또한 필요했지.
해서 청연이 그 중심축이 되게끔 했네. 그리고 깨어난 숲에 흐르는 마력을 동력원으로 삼아, 백해의 마법진을 유지해왔네.
그만큼 이곳은 중요한 곳이었네. 결코 문제가 생겨선 안 됐네만... 
자네와 함께 몰아낸 디레지에의 기운. 그자의 적의가 이곳을 향했네.
그자의 기운 속에 스민 또 다른 마력을 마주한 순간, 확신했네. 배후에서 이 모든 일을 꾸미는 자들이 있다는 걸.
그들은 차원 속을 떠돌던 디레지에의 기운이 세상에 드러나자, 그 기운을 이곳으로 흘려 보냈네.
선계를 휩쓰는 요기, 차원을 찢고 흘러 들어온 저자의 기운, 조화를 깨뜨리려는 계속된 움직임...
그들은 이미 선계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모든 걸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네. 그리고 자네는 이미... 그들 중 하나를 만났네.
그렇네. 그자뿐만이 아닌, 그자가 속한 조직, 바니타스... 그들을 조심하게. 
그들은 안개로부터 시작된 선계의 모든 문명을 탐탁치 않아 했네. 그 이유로 안개신과 마이어, 켈돈 자비와 날 적대해 왔네.
하지만 최근 들어 움직임이 뜸해졌고, 분명 또 다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단 직감에 뒤를 쫓았지.
그렇게 알게 됐네. 그들이 안티엔바이의 존재를 알아채고, 부수고자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단 걸.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모든 걸 무너뜨리려 하고 있네.
단지 그것만을 목적으로 해 움직인다고 생각지는 않네. 분명 그 너머의 목표가 있는 듯 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네.
그리고 이건...
깨어난 숲을 비울 때면, 여기 마력을 담아 숲이 지켜질 수 있도록 안배해두곤 했었지.
물론 그간 도움도 됐지만, 더는 의존하고 싶지 않네.
바니타스,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곳을 지키려 하네. 무엇에도 기대지 않는 방식으로 말야.
오래전 마이어가 언젠가 자네에게 이걸 건네주라고 하기도 했고.
그러니 원래의 주인에게 이만 넘겨주겠네.
자네라면 꼭 필요한 순간에 이 힘을 사용할 거라 믿네.
자네라면 안티엔바이를 찾는 게 아닌, 지켜낼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낼 수 있으리라 믿네.
중천 아래에 있는 존재만으로도 고통 자체인 이들... 그들의 의미를 알아내길 바라네. 그걸 알아낸다면, 안티엔바이를 지켜낼 수 있는 큰 동력을 얻을 것이네.
필요한 건 이제 모두 말해준 듯 하네.
부디 선계를, 그리고 이 세상을 부탁하네. 이제 나는 이곳을 안정시키겠네.
오랫동안 헤매던 질문의 답을 들은 기분이구만.
켈돈... 그자도 부디 답을 찾아 돌아와야 할 텐데.

나도 이제 움직여야겠군. 저들의 발을 묶어둘 방법을 찾아야겠으니.



기억한다는 것


모험가는 일행에게 돌아가 은자림에서의 일을 전했다.
로즐리는 어두워진 표정을 숨긴 채, 우선 신수들을 살핀 후 마을에 돌아가자 말했다.



숲으로 돌아가 아름과 함께 신수들을 살피기



대부분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빈자리 또한 남아있었다. 



모두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떠올리며 그 자릴 채웠다.



기억하는 한 함께일 수 있기에.
언젠가 이 숲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그리움을 대신했다. 



모험가. 우리가 너무 늦었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자네가 가고 기운이 급속도로 심해지는 바람에 시야가 가려져 아무것도 볼 수 없었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건만, 정신을 붙잡는 것도 어렵더군.
결국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참을 헤맸네. 이거 참 미안하군.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좀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생각보단 멀쩡한데?
뭐 애초에 크게 걱정 안 하긴 했지만. 
근데 다들 누구세요? 모험가님 친구분들이에요?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 넌 보아하니... 아름이구나?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건 곧 알려줄 수 있겠는데? 
다들 오셨군요. 
네. 최대한 빨리 와서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버렸네요.
이쪽은... 로즐리 님 맞으신가요?
네. 다들 처음 뵙네요. 오는 길에 카밀라한테 전해 들었어요.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마을까지 오시지 못했다기에, 이 기운 때문에 혹시나 여파가 있었진 않았을까 싶었는데 다들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분은... 복장을 보니 낯익은데 혹시 중천에서 오신 걸까요?
네. 중천 출신이지만, 오래전 아래 세계로 떠났었어요. 
공해를 뚫고 아래 세계에 가신 분 중 한 분이군요. 많은 이들이 안티엔바이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떠난 사실은 알고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다들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숲의 일은 다행히 잘 해결됐어요. 다 모험가님 덕분이에요.
모험가님이 안 계셨더라면, 숲은 물론 에르곤 님도 위험에 처하셨을 거예요. 
에르곤 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로즐리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갔다.
에르곤은 이 기운을 막아내며 안티엔바이를 지키고 있었음을.
숲을 위협한 기운, 그 배후에 자리한 이들과 그들도 안티엔바이를 노리고 있단 사실 또한.
안티엔바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모든 곳을 보호해오고 있었던 거군요. 
선계도, 아라드도... 제가 향했던 모든 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네요.
걱정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직 희망은 있는 것 같아요.
바니타스, 그들에겐 아직 명확한 단서가 없는 듯해요. 지금까지의 움직임들. 너무나 불확실하고, 의도가 명확하지 않아요. 
물론 안심해선 안 될 것 같지만요. 에르곤 님 말씀대로 안티엔바이만을 노리는 것 같지만은 않아요.  
이 세계를 무너뜨린다는 건, 그들에게도 치명적인 일일 테니까. 분명 그 너머의 목적이 있을 거예요. 
그전에 막아야겠죠. 지금으로선 저희에게 더 정확한 정보들이 있으니까요. 
그럼 정리해보면 안티엔바이는 아라드에 있는 대마법진 같은 거란 말이지? 
뭐야. 찾는다고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네?
그렇지만 안티엔바이를 언젠가 보게 된다면, 분명 그 안에서 이 세계를 지킬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알 수 있겠지만요.
아래 세계에도 그곳을 지켜주는 마법진이 있는 건가요?
네. 비록 균열이 일고 있어서 완전하다고 할 순 없지만요.
그걸 해결할 방법이 안티엔바이에 있단 이야기를 듣고 선계에 온 거예요. 다행히도 이곳에서 실마리를 찾았고요.
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언젠가 꼭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드릴게요.



<퀘스트 완료>
우선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으니 마을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해야 할 일부터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해야 할 일


에르곤 님께서 안티엔바이를 지키고 계신 거라면, 저희도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테니까요.



마을에 돌아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퀘스트 완료>
중천과 백해에 바니타스, 그들의 마수가 뻗은 거라면, 천해천도 안전한 상황은 아닐 거예요.
어이님과 첫 땅지기님께도 이 사실을 알리고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카밀라, 그때까지 아름과 깨어난 숲을 부탁할게.
네. 맡겨주세요.
여러분들은 안개신님께 돌아가 이곳에서의 일을 모두 전해주세요. 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네. 그럴게요.
로즐리 님도 부디 조심하시구요.
감사해요. 조만간 또 뵐 수 있다면 좋겠군요.
그리 멀지 않은 날이기를, 그땐 꼭 좋은 소식과 함께이길 바랄게요.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남아있는 불안


모험가님!
저한테도 잠깐 시간 내주시면 안 돼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에요.
제 연주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도와드릴게요!
사실 오랫동안 고민했었어요.
숲을 아끼고 신수들을 보살피는 것만으론 제게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다고 제가 모험가님처럼 강한 것도 아니고, 연주말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고민해 보려 해요! 제 연주로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요.
열심히 방법을 찾고 있을 테니까 제가 필요하시면 꼭 불러주셔야 해요!
아샤, 모험가님은 그렇게 한가하신 분이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연습을 안 하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응?
으엑...
아샤! 어디가! 다 너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니까?
......



안개신에게 돌아가 깨어난 숲에서의 일들을 전하기



<퀘스트 완료>
...그랬군요.
숲의 일이 해결되어 다행이지만, 에르곤이 그리 괜찮아 보이진 않아 걱정되네요.
많은 힘을 쏟아내 지쳤겠지만, 그보다도 신수들의 소멸을 막지 못했단 생각에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또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 또한 힘쓸게요.
당신과 에르곤 덕분에 저를 위협하던 기운이 거의 사라졌어요. 그러니 선계 전역을 살피고 보호할 수 있을 거예요.
약해졌다고 느낀 건 아마, 제가 그 틈을 막고 있어서일 거예요.
깨끗한 안개의 마력으로 최대한 막아두고 있지만, 그 기운... 옅게나마 계속해서 새어 나오고 있어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해요.
그래도 당분간은 안전할 테니, 조금이라도 쉬고 계신다면 좋겠어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계속되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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