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응답 없는 기도 - 1화. 다시 떠오르는 악몽

응답 없는 기도 - 2화. 성자의 결심

이 세상을, 정확히는 이 세상의 뿌리를 갈망하는 자들이 있다.
그 초월적인 힘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힘이다.
하지만 기회는 있었다.

그들에게 일 년은 우리의 한순간과 같았기에, 그들은 나태했고.
우리에게 일 년은 그들의 한순간과 같았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기에 안티엔바이로, 세상의 뿌리를 갈망하는 자들의 시선을 가렸다.
그들에겐 눈 깜빡임과도 같은 찰나이나, 억겁과도 같을 그 순간에 모든 것을 바꾸리라.

예정대로 이 세상의 수맥이 뒤틀려 역병이 창궐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서서히 빛을 잃어갈 때
결국 최악의 위기가 유일한 기회가 되는 그 순간,
바다 밑과 하늘 위, 마법의 왕국으로부터 운명의 길을 따라온 빛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지금은 누구인지 모를, 운명의 길을 따라온 자여.
그리고 기꺼이 모든 희생을 감내하고 이 자리에 선 이들이여.
그 예정된 희생에 앞서, 아주 작은 나의 희생을 보태어 나의 의지를 보이려 하니

기꺼이, 함께 걸어주겠나?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차갑게 식은 푸른빛이 감도는 성당 한가운데, 미카엘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렬한 통증과 함께 밀려드는 감정들이 그를 잠식해갔다.
내재된 사도의 힘은 종말의 기운에 잠식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을 더해갔다.
아득히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그는 저도 모르게 되뇌었다.

"저는 항상... 의심했습니다."
"네놈의 꼴이 꽤나 보기 좋구나."

미카엘라의 귓가로 비릿한 음성이 스며들었다.
잊으려 해도 차마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그가 지금 이곳에 있을 리 없다. 지금 들리는 것은 분명 환영일 뿐이다.
미카엘라는 애써 그 목소리를 지워냈다.

"그렇기에... 진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혼돈과 다를 바 없군."

그러나 환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이 저의 힘이었습니다."
"결국 사도의 힘을 받아들이려 하는가?"

미카엘라는 그 환영을 마주 보지 않았다.

"이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힘은 질병처럼... 너를 무너뜨릴 것이다."

환영의 목소리에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미카엘라의 내면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아니었다.

신의 침묵은 그의 의심을 키워왔지만,
다가올 종말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종말을 막을 것입니다."
"내가 무너진 것처럼... 말이야."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의심이 아닌 확신이었다.

"오롯이 나의 의지로서."

환영은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여전히 그를 비웃는 듯 귓가에 맴돌았다.
미카엘라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오직 그만이 서 있는, 차가운 푸른빛만이 고요히 감도는 곳에서
그는 아주 조용히.
무너졌다.


가려진 정의 미카엘
"저 아래, 진실을 보는 눈을 지키라. 그는 훗날 빛을 대변할 터이니."

레미디오스의 계시는, 대천사 미카엘에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감히 그 누가 빛을 대변할 수 있는가.'

그런 의문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그 즉시 지상으로 내려가 계시의 진의를 확인하고자 했다.
레미디오스가 지목한 그 대상은, 한 평범한 여행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의 계시가 잘못될 리 없기에, 미카엘은 그를 눈여겨보았다.

미카엘이 지켜본 그는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자신을 보살피지 않았기에 행색은 비루했지만, 그의 행동에선 항상 품격과 위엄이 느껴졌다.
또한 그는 항상 선행을 베풀었으며, 행동함에 있어 그 어떤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가는 길에 한치의 의심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여행자는 언제나 세상에 빛을 흩뿌렸다.
사람을 도우면서.
약한 자들을 일으켜 세우면서.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으면서.
그리고, 갈 곳 없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흡사, 세상을 빛으로 뒤덮고자 하는 성자(聖子)처럼.
그라면 훗날 빛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런 확신에 마침내, 미카엘은 지상에 현신하였다.

광채가 일며 날개가 펼쳐졌다.
광휘가 쏟아졌다.
그곳에 빛의 종이 강림했다.
세상 누구도 보지 못한 신성한 모습에, 여행자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대천사로군요. 이 세상을 위해 내려오신 겁니까?"

진실을 보는 눈.
그제야, 미카엘은 자신이 따르던 계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내가 지켜야 할 이.

"나는 미카엘."

그의 이름을 들은 여행자의 눈빛이 변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미카엘의 한쪽 무릎이 바닥에 맞닿았다.

"그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의 존재까지 바칠 것입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행자는 담담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미카엘라. 그것이, 제 이름입니다."


진리의 불꽃 우리엘
"레미디오스시여, 어찌하여 제게 당신의 불꽃을 내리셨나요?"

우리엘을 비추며 내리쬐는 빛, 그녀는 빛의 근원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내밀었다.
그녀의 손안에는, 작은 불씨가 일렁이고 있었다.
얼마 전, 그녀가 레미디오스에게서 하사받은 것이었다.

"진리의 불꽃... 저는 이것을 지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분명 저보단, 다른 이에게 내리심이 옳다고 생각해요. "

진리의 불꽃.
그것은 세상에 진리가 존재하는 한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우리엘은 그대로 불꽃을 담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신을 거역했다는 가책과 부담감으로, 그녀의 두 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느냐?"

그녀의 요청에, 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엘은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제겐 불꽃을 지킬 능력이 없어요. 저는 지금처럼,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힘을 나눠주어 그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진리는 불꽃과도 같아 도움을 주지만,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성스러운 목소리에, 우리엘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빛을 바라보았다.
찬란한 그 빛은 강렬히 우리엘을 쬐고 있었다.

"많은 이들을 수호하였듯, 진리를, 그리고 진리로부터 나를 따르는 이들을 수호하거라."

그제서야 우리엘은 깨달았다.
신은 그저 진리의 불꽃을 지키기만 하라 한 것이 아님을.
진리에 다가오고자 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상처 입지 않도록 그들을 지키라고 한 것임을.
그 뜻을 알았음에도, 우리엘은 여전히 자신감이 없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지금껏 많은 이들을 지켜온 너라면, 능히 가능하리라."

강렬히 내리쬐던 빛은 점차 약해졌다.
목소리 또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엘의 떨림은, 이미 멈춰 있었다.

"알겠습니다, 레미디오스시여. 당신의 뜻을 따르겠어요."

우리엘은 손안의 불꽃을 꼬옥 안았다.

"이 불꽃과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꼭 지키겠나이다."


치유의 손길 라파엘
과거, 한 천사가 있었다.
그녀는 그 어떤 천사보다 타인의 아픔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으며, 그만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에 가슴 아파했고, 누군가의 슬픔에 그녀 또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고통을 더욱 마주할 수 없었던 그녀는 한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이 짊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타인의 상처를 자신의 몸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녀의 몸은 성할 날이 없었으며 항상 크고 작은 상처들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작은 상처는 천사인 그녀가 감당할 수 있었지만, 커다란 상처는 그녀 또한 수용할 수 없었다.
죽음에 이르는 상처는 그녀가 나눠 가질 수 없었고, 그렇게 상처를 나누지 못한 이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그녀는 늘, 구하지 못한 이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으로 더욱 피폐해지고 말았다.

몸과 정신이 모두 한계에 달한 그녀는, 기도를 올렸다.
기도의 내용은 오직 하나.
자신에게 모든 이들을 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기도는 신에게 닿았고, 신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마음에 감복한 신은 그녀에게 타인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상처 입지 않고 타인을 구할 수 있는 천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신의 치유를 뜻하는 라파엘(Raphael)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신의 일곱 천사가 되어 세상에 회복과 위로를 흩뿌리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도 그녀는 고통받은 이를 위해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늘의 목소리 지브릴
신의 전언과 계시를 전하는 지브릴은, 처음부터 전령의 역할을 수행했던 건 아니었다.
대천사에 임명되기 이전에, 그녀는 그저 듣는 것을 좋아했다.
신의 말씀은 물론이고, 천상에서 흘러나오는 성가 소리, 그리고 천사들의 웃음소리.
그녀에게 있어 평화롭고 즐거운 소리들은 모두 유희거리와도 같았다.
그런 그녀가 지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빛을 따르라."

신께서 인간들에게 내리신 그 말씀은, 매우 간단했다.
그저 자신을 따르라는 말, 그것은 유약한 인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의 그 말은, 온전히 인간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어떤 인간은 빛을 의심했고, 어떤 인간은 빛을 등졌으며, 어떤 인간은 스스로 빛이라 칭했다.
이로 인해 세상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신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신께선, 인간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행동들을 존중하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이에 지브릴은 신의 말씀을 잘못 이해한 그들의 모습에 신을, 그리고 인간들을 안타까워 했다.

"신은 침묵하시지만, 난 침묵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녀는 고민 끝에 결론을 냈다.

"내가 신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한다면, 그 뜻을 오독하는 사람이 없어질 거야."

그러나 사실 그녀의 목적은 정확한 해석이 아니었다.
지브릴은 그저, 그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을 줄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그리고 그 말씀을 직접 해석하여 인간들에게 전해주는 목소리가 되었다.


공정의 저울 라구엘
악이란, 무엇인가?
선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망치며 질서를 흩트리고 죄 없는 이를 해하는 것.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년 동안 난 그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으며, 그 기준에 맞게 벌을 행해왔다.
적지 않은 죄인들이 쓰러져 갔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악인들이 스러져 갔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며, 내가 해야 할 마땅한 소명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단죄를 행하던 중, 우연히 빵을 훔치는 이를 보았다.
그는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할 빵 한 조각을 훔쳤기에 상인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는, 망가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는 병든 아내가 있었다.
쉽사리 몸을 못 움직이는 탓인지, 아내는 그저 침대에 있을 뿐이었다.
수척한 아내에게, 남자는 훔쳐 온 빵을 물에 개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들리는 바로는, 그와 아내는 벌써 일주일째 굶었으며 일조차 할 수 없어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죄를 저질렀다.
그렇기에 그는 죄인이 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세상을 떴다.
결국 남자는 상인들에게 맞은 상처가 덧나 죽었고 아내 또한 침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죄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형벌은 죽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상황에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들은, 저런 형벌을 받아 마땅한 이들인가.

나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빵 한 조각의 대가로, 둘이 죽었다.
죄를 지은 것은 한 사람이었으나, 스러진 것은 둘이었다.
오랜 시간 나는 행위만을 저울에 올렸다.
그러나 그가 왜 훔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 소명은 얼마나 좁고 메마른 것이었는지.

단죄를 멈췄다.
질서를 강조하며, 중재를 내세웠다.
옳고 그름을 논하며, 안타까운 죄가 철저한 단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나는 공정함을 추구했고, 이로 인해 세상의 악은 점차 사라졌다.
내 사명은, 그렇게 바뀌었다.

"신이시여.
당신께서 내리신 단죄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베풀어야 마땅하실 공정함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베풀겠나이다.
당신의 빛이 세상 모든 이들을 비추듯 말입니다."


영혼의 안내자 사리엘
사리엘이 인간에게 흥미를 갖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작고 옅은 기도, 마치 저녁노을의 꺼져가는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는 듯한 그 기도는 우연히도 사리엘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평소 천상 외의 일, 특히 지상에서의 일에 관심이 없었던 그녀였지만, 작디작은 기도 소리에 눈길을 주었다.
기도를 올리는 이는, 아주 작은 꼬마였다.
인간의 나이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사리엘이 보기에도, 그 아이가 태어난 지 고작 4~5해밖에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그 아이는 아기자기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신 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뿐이었다.
대단한 소망도 아니었고, 거창한 부탁도 아니었다.
그저 일상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올리는 그 기도가, 사리엘의 흥미를 이끌었다.
그때부터 사리엘의 눈은 늘 그 아이에게 머무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점차 성장했다.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청년은 이내 노인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지나 늙은 인간은 죽는다, 사리엘은 그 아이의 최후를 눈에 담았다.
결국 이렇게 소멸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신이시여,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작고 옅은 기도가, 또다시 들려왔다.
죽음, 혹은 소멸을 앞둔 존재는 많이 봐왔다.
그러나 살아온 삶에 감사한 이는 손에 꼽았다.
마지막을 앞에 두고 감사를 올릴 수 있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설령 천사라 한들,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필멸자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 의문은 이내 관심으로 이어졌고, 관심은 결국 흥미로 번져갔다.
그렇기에 사리엘은, 그 존재가 못내 궁금해졌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나약한 육체에 여린 영혼이 머무르는 존재.
사리엘이 인간을 알기 위해, 영혼을 찾아가 그들을 심판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은, 그 사소한 호기심이었다.


희망의 속삭임 레미엘
...그대는 믿음을 유지하던 중, 좌절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과거의 나 또한 그러한 시련을 겪었었다.
끊임없는 고난과 검증, 그리고 증명과 수양.
살아가며 그 모든 걸 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난,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마티아스 신관(*각주 1)에게 털어놓았음에도, 제대로 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난 1000일 기도를 시작했다.
오로지 기도실에서 성서를 공부하고, 경전을 집필하며 시간이 남을 때에는 기도와 수기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또한 내 믿음과 신앙을 증명해 주진 못했다.
신의 은총을 갈구하는 내게 매일 밤마다 조급함과 불안감이 찾아왔다.
믿음은 그런 대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그저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999일째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나에겐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기도실에서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난 999일째의 밤에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신께 죄송하다고, 그리고 내 포기를 결코 질책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기도가 끝나고 눈을 떴을 때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달빛보다 밝은 빛이 날 비추고 있는 게 아닌가!

피부에 닿는 그 빛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성스러운 신의 빛이라고.
그리고 그 빛을 타고 무엇인가 나에게 다가왔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얀 여섯 장의 날개와 분홍빛의 머리, 그녀는 분명 대천사 레미엘이시라는 것을.
신앙의 끝에 다다른 이만이 볼 수 있다는 지고하신 존재!
그런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레미디오스께선 알고 계세요. 당신의 믿음은 찬란하고 거룩하며 그 어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당신의 지금껏 이어온 믿음은 결코 허튼 것이 아님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쌓아온 믿음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레미엘께선 내 믿음을 증명해 주었음을!
그렇게 난 지금까지 더더욱 열렬히 믿음을 가졌으며, 신앙에 인생을 바쳤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신자들이여, 기억하라.
그대의 믿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 믿음을 의심 없이 유지해나가길.

그리고 기억하라.
그대가 만약 대천사 레미엘을 만나 뵌다면,
그 희망의 속삭임을 듣는다면!
그대의 지난 믿음들은 결코, 쓸모없는 것이 아닐 것이다.

- 성인 살레오르의 수기 일부 -
*각주 1 : *이 당시에는 신관으로 있었으며, 이후 그는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상실의 루타리엘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습니까?"

미카엘과 그의 병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격이 낮은 하급 미카엘리타가 내뱉은 돌발적인 발언이었다.
미카엘은 발언의 주인을 확인했다.
최근 좋은 실력으로 두각을 보이는 병사가 손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열정과 의욕이 드러나있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나처럼 되고자 하십니까?"

"강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강해져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그건...."

목적 없는 목표, 미카엘의 물음은 되려 미카엘리타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제가 그러하였듯, 우리는 천상의 뜻을 널리 알리고, 그 뜻을 수호해야 하는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직한 미카엘의 말은, 온 미카엘리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목표를 더욱 선명히 하면,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미카엘은 싱긋 웃음을 지었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한다면, 분명 더없이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누군가를 지킨다, 그 말에 하급 미카엘리타의 눈이 더욱 빛났다.

"그렇다면, 지키고자 하는 이가 저보다 강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다고 한들, 그대가 지키고자 하는 의지마저 퇴색되는 겁니까?"

"......"

미카엘은 하급 미카엘리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소중한 이를 지키는 건 그 어떤 일보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걸 해내고자 하면 자연스레 힘을 얻을 테지요."

힘, 하급 미카엘리타는 조용히 읊조렸다.

"그러니 소중한 이를 찾아보십시오. 그리하면, 당신 또한 강해질 겁니다. 루타리엘."

루타리엘, 그는 고개를 들어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미카엘의 뒷모습을 보았다.
나보다 강하지만 내가 동경하는 이.
루타리엘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동경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해지겠다고.
그의 주먹은 더욱 굳세게 쥐어졌다.


부리는 자 앤지
앤지는 다른 천사들과 달리 특이한 이 중 하나였다.
그녀는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작은 몸과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날개 또한 작은 몸집에 어울리는 크기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항상 앤지는 고민과 자괴감에 빠져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밝은 모습을 보였다.
언젠간 자신도 여타 천사들만큼 성장할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은 시간이 흐르면 성장하지만, 천사는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앤지의 고민은 겉으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는, 한 가지 방책을 떠올린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인형을 다루는 것.
그녀는 커다란 인형을 제작했다.
자신의 몸을 감싸면서, 그 속에서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을.

인형을 만든 앤지는 뿌듯했다.
언제든 자신의 몸을 숨기면서 타 천사들과 비슷한 눈높이로 볼 수 있었으니까.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앤지는 늘 인형 속에서 움직였다.
그래서일까, 천사들은 앤지가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걱정하고, 슬퍼했다.
그들은 앤지에게 조언하고, 충고하고, 타일렀다.
그저 크기만 한 건 아무 가치가 없다고.
그러나 그 무엇도 앤지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커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작아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래요."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앤지는 더 이상 인형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 누구도 앤지의 본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에 천사들은 안타까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사들은 더 이상 앤지를 나무라지 않고 그저 인형을 앤지로 대하며 예전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그녀가 인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말이다.


생명의 엘루미아
"후우우우..."

낮고 무거운 숨이 허파를 오갔다.
다리 또한 한계에 다다르기라도 한 듯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라트리.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로지 신학만을 연구하며 살아온 그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그곳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의 눈앞에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땅, 별마로가 펼쳐졌다.

별마로, 그곳은 레미디오스의 기운이 흐르는 성지이자 천상으로 승천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
뭇 빛의 추종자들이 꿈꾸는 땅이자, 아무나 함부로 도달할 수 없는 땅.
천상과 지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땅.
수십 년에 걸쳐 세운 신앙심 덕에 라트리 또한 이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기에 그는 무리해서라도 이곳에 온 것이었다.
라트리는 곧장 자신의 발을 별마로에 내디뎠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하면 되는가?'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다.
이야기로만 떠돌던 천상으로 향할 수 있는 계단도, 누군가를 옮겨주는 구름도 없다.
그저 비어있는 땅을 두른 회백색의 강만이 존재할 뿐.
혹시 강물에 어떤 비밀이 있는가, 라트리는 강 가까이로 다가갔다.
마치 쇠와 은과 유사한 강물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강물을 만지고자 했다.

"엇?"

순식간에 라트리의 시야가 강물에서 하늘로 바뀌었다.
강물이 떠난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이 기울어 바닥에 널부러진 것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짐승의 소리가 들려오며 이내 시야에 소리의 주인이 나타났다.

"...신수?"

별마로에 신수가 있다니, 라트리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사실, 별마로에 대한 이야기는 그 수가 매우 적었다.
다녀온 이가 매우 적기에, 전해지는 이야기 또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알려진 내용은 별마로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

라트리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으나, 신수는 그저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몸을 돌리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저 신수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 생각에 라트리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신수는 마냥 제 갈 길을 가는 게 아니었다.
라트리가 잠깐 주춤하면 그 자리에 멈추고, 라트리가 느려지면 그에 맞춰 자신의 속도 또한 줄였다.
신수의 행동은 마치, 길잡이 내지는 안내인의 역할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라트리는 신수를 따라 점점 별마로 안쪽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며 라트리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지고 이내 멈추고 말았다.
별마로까지 맨몸으로 걸어온 탓에, 그에겐 더는 남은 체력이 없었다.
여기까지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신수는 그에게 다가와 물을 건넸다.
강의 것과는 다른, 청아하고 맑은 물.
이에 라트리는 깨달았다.
이 신수는 자신을 돕고 있다고, 말이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고된 행군 끝에 신수는 이내 멈추었다.
그러고는 라트리를 향해 턱 짓을 했다.
이곳이 당신의 목적지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행동에 라트리는 신수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별마로에 비치던 빛이 라트리에게 집중되더니, 이내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려왔다.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깨달은 라트리는 신수를 향해 말을 걸었다.

"고맙구나."

신수는 대답 대신, 그저 짧게 그를 마주 보았다.
마치 자애가 담긴 듯한 그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신수는 자신이 온 길로 그대로 걸어 나갔고,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빛을 잃은 피톤
과거 신성의 빛을 머금었던 괴수, 피톤.
깨어나자마자 그의 머릿속에 강렬한 충동들이 일었다.
서로 다른 의지의 충돌 속에서 강력한 의지가 남았고, 그것은 마침내 그를 지배했다.

"미카엘라의 의지를 따르라!"

이전과 달리 퇴락한 빛이 느껴지는 그 의지는, 이내 피톤을 변화시켰다.
가려졌던 눈은 뜨였으며, 피부는 물론 신성한 뿔은 이내 흉흉한 색으로 물들었다.
무엇이든 부술 수 있는 주먹 또한, 흉측한 기운에 뒤덮이고 말았다.

그러나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피톤은 여전히 미카엘라를 위해 행동한다.
그것이 어떤 방향을 향해 가든 말이다.

"크하하, 오로지 미카엘라, 그를 위하여!"


붕괴한 천사 루치펠
진정한 혼돈이란 무엇인가.
눈이 감긴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왔다.
내가 바라야 하는 혼돈은, 어떠한 형태인가.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혼돈은 무엇인가.
내가 바라는 혼돈은 무엇인가.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멀어지는 내 의식처럼.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많은 생각이 일었다.
어디선가 스며들어오는 의식.
그것들은 이내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마치 의지를 가진 그것들은 이내 융화되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존재로 뭉쳤다.
그리고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네가 바라는 답은 곧, 네가 비롯된 이에게서 나오리라."

그제야 나의 원천을 마주했다.
이전과 달리 탁한 빛을 띠며 혼돈의 기운이 엉클어져 있었다.
그는, 이전과 달라져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나와 유사해졌다.
드디어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결국 내가 바라는 혼돈이 되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난 바라 마지않던 혼돈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가 어떤 방향을 향하든, 난 그곳을 따라가리라.

"나의 혼돈... 미카엘라 님을 위하여."


천상의 문 베스페라
빛이 일매 신께서 가라사대, 천상의 문지기 베스퍼여. 드디어 네 역할을 끝마치고 소멸의 의무를 받아들인다고 논하시니.

이에 베스퍼가 고개를 숙이노니, 신은 그의 노고를 다시금 칭찬하시었다.

이어 그의 역할을 말씀하시니, 그가 오로지 천상의 문에 머무름을 칭찬하노니.

신께선 그의 의무를 찬란함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하시었다.

그러하나 신께서 못내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시니, 천상은 물론이요 지상에도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가 미처 나누지 못한 인연들이 있었음을 아뢰시었다.

이에 신은 거듭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이르시니, 베스퍼는 그 말씀 앞에 다시 고개를 숙이노라.

이제 때가 이르렀음을 선포하시며, 신은 그 의무에서 그를 놓아주시니, 새 생명을 얻어 그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 명하시었다.

그의 뜻은 새로운 문지기 베스페라가 이어받으리라 하시며, 그가 치러온 희생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약조하시었다.


천해천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빛과 가장 가까운 땅, 그리고 빛과 생명의 신 레미디오스의 성지.
성지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레미디오스의 기운이 충만한 땅이다.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순례길에 오른 빛의 추종자가 과업의 전당을 거쳐야 한다.


레미디오스의 기운이 충만한 정원.
과업의 전당을 지나온 이들이 별마로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지나는 장소이다.
과거 빛을 추종한 최초의 신도가 레미디오스와 마주한 장소이기에 신의 정원이라 불린다.



빛을 찾아


아, 마침 저기 오시는군요.
늦지 않았군요. 다행입니다.
과업의 전당의 정리는 끝났습니다.
저희 빛의 추종자들도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미카엘라가 있을 별마로로 향하기



결국 그대를 사지로 내몰고 만 저를...
부디 용서치 마십시오.
네. 저는 당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
......
희생...
이름조차도 남지 않은 그 희생들이 끝나지 않습니다.
신이시여. 당신이 정말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신 것이라면...
어째서 이 희생이 끝나지 않는 것입니까?
세상은 그 후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종말로 다가가고 있으니.
우리가 기꺼이 짊어진 희생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습니까?
당신은 진정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희생을 사명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틀렸던 것이라면...
이젠...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겠습니다.



마이어 님, 모험가는 별마로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겁니다.
잘 나아가고 있군. 다른 이들은 어떤가?
로페즈가 천해천의 안티엔바이를 파괴한 후...
종말의 기운이 선계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천과 백해까지 종말의 피조물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남은 사람들은, 종말의 피조물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들 덕에 선계 너머로는 나아가지 못할걸세.
지금부터가... 진짜 고비가 되겠군.
마이어 님.
마이어 님께서는 계속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 계십니다.
그건 아직도 무언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종말을 막기 위한 마지막 열쇠는 미카엘라일세.
모험가와 함께하는 이들이 그를 구원하길 기다려야 하네.
......
만약 미카엘라를 구원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 계획이... 틀어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로메우. 자네의 불안함을 이해하네.
하지만 그런 경우의 수는 나의 계획에는 없네.
그렇지만...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네.
그 모든 것들을 결코 허사로 만들지 않을걸세.
...알겠습니다, 마이어 님.
새롭게 소식이 들려오면 전달드리겠습니다.
모험가.
반드시...
미카엘라를 구원해야 하네.
그래야만,
지금 눈앞에 다가온 위험을 이겨낼 수 있을 테니.



생각과는 다른 모양이 되었지만,
로페즈 님이 안티엔바이를 파괴한 덕에...
종말을 불러올 준비는 다 되었군요.
이제 남은 것은, 종말이 들어오실 문을 여는 것뿐...
종말을 취한 이들이 그분의 힘을 담아 한 곳에 모이니...
드디어, 완전한 강림을 위한 때가 왔다.
광휘의 빛은 결국 제 스스로 눈을 닫고 있다.
이로써 이 세계는 더욱 어둠에 잠길 것이니,
빛은 제 역할을 잊은 채 소실할 것이다.
흩어진 힘은 곧 문을 열 것이고,
결국 모든 것은 처음으로 돌아가리라.
자, 그럼 어서 보여주세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종말을.



저기 보이는 곳이 레미디오스 님의 성지, 별마로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별마로는 광활한 대지에 빛만이 충만한 장소일 텐데.
지금은 온갖 지형과 건축물로 가득해보입니다.
...이곳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겠군요.
가까운 곳으로 향해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윽... 이 기운은... 어딘가 뒤틀려 있어요.
너무 강력해요. 이대로는 더 나아가기 어려울 거예요.
그렇다면, 저희가 길을 열겠습니다.
모두, 성천의 고리를 사용할 준비를 해주세요.
저희를 옥죄어오던 기운이 사라졌어요.
하늘 위의 거대한 고리가 기운을 몰아낸 것 같아요.
고리가 머리 위로 올라가면서 하늘을 감쌀 만큼 커졌어!
저 물건의 힘으로 몰아낸 건가?
광휘의 성에 보관되어 있던 '성천의 고리'입니다.
빛의 힘으로 왜곡을 밀어내는 성물이죠.
본래 광휘의 성을 비춰, 보다 레미디오스 님께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성천의 고리가 우리가 가는 길을 밝혀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운은 대체 정체가 뭘까요? 설마 저 별마로에서...
...별마로 근처로 간다면, 분명 알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여기에서 성천의 고리를 유지시켜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저희는 계속 나아가죠.



별마로는, 빛의 추종자들 중에서도 신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깨우친 이만이 방문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곳에 도달한 이후, 승천하여 천상에 도달할지, 아니면 현세에 남아있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이 계신 천상에 도달한다는 건, 저희에게 있어 그 어떤 것보다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현세에 남아 저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 그 분들이 바로 비올렌티아 님과 베리디쿠스 님이십니다.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이들은 별마로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토대로, 여러분을 안내해드리고 있는 겁니다.
불안하실 수도 있지만 걱정 마십시오.
어떻게든 저희가 별마로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누군가 있어요!
그를... 멈춰 세워야 해.
으음...
당신들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제 이름은 헤지타예요.
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혼자 계셨던 건가요?
당신들은 미카엘라를 구원하기 위해 걸음하신 것이죠?
저도 같은 일을 하고자 이곳으로 왔어요. 
미카엘라를 멈춰 세우고, 성역을 없애야만 해요.
성역은 불완전해요. 천상의 일부가 망가진 채 소환되고,
특히 천사들은 그 영향을 크게 받아 엉망으로 변하고 말았죠.
누군가는 폭력적으로, 누군가는 광적으로, 누군가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의 계획은, 이대로 세상 전부를 성역으로 만드는 것.
그렇게 되면 모든 이들은 그저...
목숨만 부지한 채 인형같이 살아가게 될 거예요.
세상은 다른 의미의 혼란에 빠지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신의 정원에서 느꼈던 그 기운은... 
성역의 왜곡된 기운이군요.
신기할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군.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우리와 같아.
당신은 누구지?
저는 그저 미카엘라와 함께한 수많은 이들 중 하나예요.
그가 무슨 마음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 알고 있어요.
그걸 알기에, 미카엘라를 막기 위해 왔어요.
성자를 막기 위해...
다른 성인들처럼 미카엘라를 막기 위해 오신 건가요?
...맞아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아시나요?
미카엘라는 별마로에 나타난 성역의 가장 꼭대기, 대성당에 있어요.
모험가님. 당신의 생각은 어떠세요?
...분명 이분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우리와 같아요. 
하지만, 무턱대고 믿을 수도...
모험가님의 생각이 그렇다면...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믿어줘서 고마워요. 모험... 가님.
지금 바로 출발해요!



저분을 믿어도 될까요?
이런 상황에 수상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 사람은 미카엘라 님을 잘 아는 듯했어요.
미카엘라 님과 함께했던 수많은 이들 중 하나...
하지만 검은 성전의 기록 중, 성스러운 5인 외에 성자와 특별히 가까웠던 사람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그렇지만 그녀에게선 분명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지금으로선... 믿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모두 미카엘라 님을 막기 위해 별마로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분은, 내부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것 같고요.
일단은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수상하지만 가까이 두는 것이 만약의 상황에도 대비가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미카엘라 님께선 어떻게 별마로에 성역을 펼치고, 천상의 일부를 소환한 걸까요?
이런 것이 가능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어요.
성자께서 만약...
사도의 기운을 무사히 정화했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군요! 사도의 힘이라면...
하지만 별마로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매우 사납고 강렬해요.
만약 사도의 힘을 정화했다고 해도... 완전히 정화한 건 아닐 거예요.
그러니 우리는 서둘러 미카엘라 님을 만나야 해요.
레미디오스 님, 부디 그에게 아무 일도 없길...



이 다리.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 빠르게 지나가도록 해요.



물러나라!

<1회 당함>
<1회 막음>
크르르... 침입자들이여, 물러나라.
이 이상의 접근은 허하지 않겠다.

<2회 당함>
<2회 막음>
죄송하지만, 반드시 안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이번에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3회 당함>
<3회 막음>
이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제거하마!

<4회 당함>
<4회 막음>



제거하겠다.

<5회 당함>
<5회 막음>



어째서 정화된 혼돈을 막으려 하는가!
무너진 빛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역시, 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뜻을, 그의 신념을!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를 이곳으로 보낼 수 없건만.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박살 나라!
빛조차 잠든 바닥에서 뒹굴어라.



다행히 아직 다리의 파편들이 떠있습니다.
저 파편들을 딛고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본래 이곳은...
천상의 입구에 걸맞은 경건함으로 가득한 곳이어야 해요.
하지만 지옥의 입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느껴져요. 미카엘라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
그는 여태껏, 무엇을 보고 느껴온 걸까요.
그는 지금, 어떤 고뇌에 빠져있는 걸까요.
그 모든 것들을, 지금의 우리가 알 수 있을까요.
저건...
이런! 우선 제압해야 해요!



(도망쳤어. 쫓아가야 해!)



잘 제어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 같지만...
반응하지 않는군. 힘으로 열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역시나! 이곳에 계셨군요, 여러분.
라미에르 님! 어떻게 저희보다 먼저?
저를 비롯한 성인들은 성자가 성역을 펼치는 순간,
성역 안쪽으로 함께 소환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천상에 소속된 자들에게 영향을 준 모양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천상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들.
그렇기에, 들어올 수 없었던 것이죠.
들어갈 방법이 없습니까?
천상은 허락된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성자가 펼친 성역이 같은 규칙을 따른다면...
천상의 문지기인 베스페라를 이용해야 합니다.
베스페라는 허락받지 못한 자의 침입을 막습니다.
그리고 자격이 있는 이들은 천상으로 인도하죠.
하지만 방황하는 힘의 영향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군요.
이런, 베스페라가!
방황하는 힘...
그렇다면 지금, 이 성물이 필요하겠군요.
저희가 이곳에 남아 성역과 베스페라를 억제하겠습니다.
이건...
교단의 성물 '계율의 사슬'입니다
과거 검은 성전에 사용했던 성물이에요.
위장자가 된 이들의 힘을 억제하는 힘이 있죠.
빛의 힘이 잘못 사용될 때를 대비해 만들어졌어요.
거룩한 힘으로 대상을 봉쇄하고 약화시킬 수 있어요.
계율의 사슬이라면, 베스페라의 폭주를 막는 것은 물론,
넓어지는 성역을 잠시나마 억제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 또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모험가님께선 어서 미카엘라 님을 만나러 가세요.
그리고 부디 그에게서... 빛을 찾아주세요.
베스페라는 천상의 침입자를 막기도 하지만,
정당한 자를 천상으로 안내하는 성물이기도 합니다.
베스페라를 사용해 성역 안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베스페라의 능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건가요?
베스페라에게 덧씌워진 힘을 떼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어 낭패로군요.
...제가 해볼게요.
당신은... 설마!
헤지타 님이십니까?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그건 분명, 미카엘라와 관계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우선, 베스페라를 안정시키는 게 먼저예요.



베스페라에게 덧씌워져 있던 힘이 사라졌습니다.
이 성물과 베스페라의 힘이 충돌하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모험가님, 그 성물은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헤지타 님, 방금 그 힘은 분명...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 성자의 힘을 어떻게?
그건... 미카엘라만이 알고 있겠죠.
라미에르 님, 이 분은 도대체?
그렇군요. 여러분은 알지 못하겠군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운명이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군요.
검은 성전 당시, 미카엘라 님과 함께했던 성녀셨습니다.
예? 하지만 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네. 그렇겠지요. 교단의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헤지타 님은 검은 성전에서 처음으로 희생한 사람입니다.
정확히는...
신의 이름 아래에 성자께서 결정한 첫 번째 일이었죠.
그 희생이란 건...
우리가 사명이라고 부르는 것.
하지만 성자는 항상 그 희생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그는 더는 희생이 없도록 하겠다 말했습니다.
지금, 기억 끝에 있을 헤지타 님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무너졌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시간이 많지 않군요. 
우선 안쪽의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성역으로 소환된 직후, 성인들은 상황을 인지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성자의 빛을 지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신의 힘이 남아있는 적멸의 성소를 찾았고
성인들은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적멸의 성소는 천상에 해가 되는 것들을 멸하는 장소.
천상에 다다른 왜곡된 것을 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죠.
지금 미카엘라의 힘도 마찬가지겠군요.
맞습니다. 단 하나의 성소라도 제대로 동작한다면...
그의 힘을 크게 약화할 수 있을 겁니다.
모험가님. 그리고 여러분.
지금 바로 적멸의 성소로 향해주십시오.
성인들은 곧바로 적멸의 성소에 도착했지만,
왜곡된 힘에 물든 천사들이 성인들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성소로 가서 천사들을 무찔러야 합니다.
그래야 적멸의 성소로 성자의 힘을 약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자께서 펼친 성역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어서 서둘러야 합니다.



모험가님, 성물을 잠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건...
성자 큐빌레이의 힘이에요.
성서에 기록된 천상의 성자 중 한 명의 이름이군요.
그의 힘이 깃든 성물이 왜 베스페라에게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그 힘과 모양새는 마치...
교단의 성물인 세븐 비투스와 너무나도 닮아있어요.
세븐 비투스? 이 성물은 검은 성전 때 사용한 무기예요.
아무래도 교단에서 그 성물을 본떠 만든 모양이군요.
세븐 비투스의 원형들은 천상에 보관되어 있을 거예요.
천상 일부와 함께 이곳에 소환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흩어진 성물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다면...
미카엘라 님을 막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적멸의 성소 앞은 강력한 대천사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적멸의 성소를 정화하는 것을 방해할 것입니다.
성인들께서 계속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천사들의 방해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성역 내에 적멸의 성소는 총 네 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어서 베스페라를 통해 성역 내부로 이동하도록 하죠.



모험가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이동할 곳 선택지

핏빛 황무지
순결 잃은 낙원
황금의 묘소
썩은 연회장



미카엘라, 부디 숙고하세요.
당신이 무리하게 품고 있는 사도의 힘의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드리운 종말의 힘이 판단을 흐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당신은 빛의 뜻을 잃고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옭아매는 그 기운들을 완전히 정화하기 위해서는...
당신을 희생하겠다는 말 따위는... 하지 마십시오.
없어도 되는, 무가치한 희생을 늘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를 구원으로 이끌 길에 무가치한 행위는 없습니다.
그럼 저의 수호성께선 저와 다른 길을 걷고 계시군요.
저는 여태껏 너무 많은 희생을 보아왔습니다.
이 눈에, 이 이상의 희생은 담고 싶지 않습니다.
과거엔, 언제나 악을 의심하며, 진실을 좇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믿어온 진실을 의심하겠습니다.
미카엘라.
그만... 당신마저 나를 몰아세우지 마십시오...
......
이것이 그대의 뜻이란 말입니까?
이제는 우리의 뜻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크윽...
마이어.
당신의 말대로도 종말을 물러나게 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잠깐일 뿐일 것입니다.
저는... 더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지닌 세 개의 사도의 힘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초월자를 막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혼란이 계속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말입니다.



다행히 성역의 힘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아요.
모험가가 잘해주고 있나 본데.
하지만 성역이 사라지기 전까지 방심해선 안 됩니다.
미카엘라 님을...
방해하지 마라...
이런, 하필 이럴 때에!
흠, 이상하군.
거슬리길래 베긴 했다만.
어째서 이것들에게 사도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이봐, 이 안쪽에 사도가 있나?
...아뇨. 이곳에는 성자 미카엘라 님께서 계십니다.
성자?
이상하군. 놈은 분명 사도일 텐데.
뭐, 너희가 그놈을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지.
알겠다.
후우, 엄청난 기백이 느껴졌어.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자였어요. 온몸에 오한이 들 정도로요.
저희에게 적의를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적대했다면 당해내긴커녕,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이 강력한 힘은...?
성천(聖天)의 고리예요! 성역에 함께 있었군요!
본래 천상 전체를 밝히는 태양의 역할을 하는 기물이에요.
베스페라와 마찬가지로 미카엘라의 성역에 휘말려 이곳에 온 것 같아요.
마치 레미디오스 님께서 저희를 보고 계시는 것처럼, 따스함이 느껴져요.
그렇다는 건, 이 땅에 있는 미카엘라의 기운을 모두 무사히 몰아냈다는 의미겠네요!
이제 남은 건 미카엘라, 그와 만나는 것뿐이에요.



결국, 오셨군요.
당신들이라면... 분명히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자시여, 지금이라도 성역을 거두어야 합니다.
성역 내부는 이미 본래의 모습을 잃고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 성역이 점차 커져 끝내 아라드를 집어삼킨다면,
아라드 또한 지금의 별마로와 다를 바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누구도 희생하지 않게 되겠지요. 라미에르.
그게 무슨!
본래 제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사도의 기운을 정화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도의 기운은 이 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힘이지요.
그러니 이 힘을 온전히 나의 것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힘으로 이 희생의 연쇄를 끊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역으로 인해 왜곡이 발생했지만, 사소한 문제입니다.
성자시여, 그건 결코 희생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일 뿐입니다.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희생 없이 악을 멸하는 것.
숭고함이라는 이름 아래에 일어났던 모든 희생에도.
결국 세상을 종말케 할 거악이 다가왔습니다.
신은 지금도 응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진 이 힘으로 악을 막아내겠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 시작은 코앞까지 다가온 종말.
제가 그것을 막아내 증명하겠습니다.
저 혼자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만일, 제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잘못되었다면...
레미디오스 님께서 절 막으셨겠지요.
신이 응답하지 않아 원망했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시나요.
당신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것입니까?
당신은 분명 천상으로 가지 못했을 텐데...
제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이 더 잘 알겠죠.
어째서 우리를 기다렸나요?
당신은... 아직 망설이고 있어요.
망설인다라, 그런 마음은 이미 버린 지 오래...
...!
그렇군요. 나의 망설임이... 당신을 만들어 낸 것이군요.
역사에 기록조차 되지 못한 채, 희생한 당신은...
언제나 제 가슴 한 켠에 응어리져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신조차 바라보지 않은 그야말로 무가치한... 희생...
모험가가 어떻게 이곳까지 쉽게 당도했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미카엘라. 당신은 이미 알고 있어요. 희생의 의미를.
그리고 당신은 분명 그 희생들을 똑바로 지켜봐 주었어요.
신의 뜻과 함께 말이에요.
당신의 망설임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저를 불러왔다면...
마음 한 켠에라도 지금의 선택에 대한 모순을 느끼고 있다면...
다시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요.
지금 당신이 하는 짓은... 사도 오즈마와 같아요.
그가 세상을 위장자로 가득 차게 만들고자 한 것과 다르지 않아요.
...오즈... 마...?
크윽...
미카엘라!
그만.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미카엘라...
헤지타. 그때의 저는 틀린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때에 머물고 있는 지금의 당신 역시 틀렸습니다.
이 세상을 보십시오. 당신의 그 숭고한 희생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신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군요.
내가 이곳에서 멈춰선 이유...
마지막으로 끊어내야 할 것이 남아있었군요.
나의 망설임이 만들어낸... 당신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제거한다면...
저는 더는 망설이지 않겠군요.




막지 마십시오, 모험가.
나로부터 비롯된 이를, 제가 소멸시키고자 하는 것이니.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신을 대신해 제가 이 세상을 구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오랜 세월, 그저 희생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나의 마음을.
으윽... 미카엘라...
하지만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희생은 언제나 이어졌습니다.
이제 더는,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안 돼요. 제발...
이제 곧 천해천을 넘어 세상 전체가 성역으로 바뀔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도 지금까지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헤지타 님께선 오늘 검은 대지 안쪽으로 향했습니다.

기꺼이 우리를 위해 적들을 기만하고자 하는 것임을 압니다.

하지만, 헤지타 님을 그대로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의 희생은 결코 기억되지 않을 겁니다.

빛을 저버린 배교자로서조차 기록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희생은 고귀하고, 숭고하였습니다.

헤지타 님이 처음이지만, 이 전쟁이 계속된다면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성녀의 거룩한 희생에 감사를.

그녀가 없었다면, 검은 성전은 더 많은 희생을 낳았을 것입니다.

당신의 희생을 끝으로, 더는 희생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습니다.

이 싸움은 언제 끝나는 걸까. 10년? 20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야... 끝나는 걸까.

성스러운 5인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신은 정말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가? 우리는...

오늘도 너무 많은 형제를 잃었어...

나의 신 레미디오스시여...

출정을 나갔던 수쥬 항마단이 대패했어.

이제 다음은 우리 차례인가?

이 지옥 같은 위장자들과의 전쟁은 과연 끝이 있는 건가?

피를 닦아낼 새도 없이 또다시...

그 구원의 빛은 이 짙은 어둠을 뚫고 오긴 하는 겁니까!

무기를 들어라, 형제들이여! 빛을 등진 채 죽을 순 없다!

헤지타, 신에게 선택받았으나 결국 잊히고만 성녀시여.
그 때 그렇게 희생하셨음에도, 나를 막고자 하십니까.
그대를 시작으로 수많은 희생 끝에 검은 성전은 승리로 끝났지요.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악에 가득 찼고, 여전히 희생을 강요합니다.
나는...
...아니, 제가 초월자를 막아낸다면 모두 옳은 일이 될 겁니다.
그리하면, 결국 힐더의 계획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시로코, 당신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게 되겠죠.
크하하핫, 둘이 아니라 셋이었나!
한 몸에 사도의 기운 셋이 모여있다라!
과연, 이러면 힐더의 계획을 대차게 꼬아놓은 셈이겠군!
네놈, 미카엘라가 맞나?
...당신은, 사도로군요.
이곳까진 어떻게 오신 겁니까?
이상한 걸 묻는군. 난 사도의 기운들을 쫓아왔을 뿐이다.
방해되는 것들을 모조리 베면서 말이지.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는 필요 없지 않나.
난 그저...
사도의 기운을 여럿 가지고 있는 네놈과 싸우고 싶을 뿐.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나!
사도는 사도를 죽이지 못한다... 빌어먹을 속박인가.
네놈, 어째서 전의를 보이지 않지?
이 힘을 사용할 곳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초월자.
이곳으로 올 초월자를 막아야 합니다.
초월자라면, 분명 힐더에게서 들었던 것 같다만.
......
흥이 식는군.
그래서, 네놈이 그 초월자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해야만 하는 일일 뿐입니다.
사도의 기운을 그렇게나 가지고 있어도 장담하지 못하는군?
(초월자, 어쩌면 그놈들이 카인을 상대할 열쇠일지도 모르겠군.)
그들은 우리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들과 엮이는 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릅니다.
그래, 불사라 여겨지던 디레지에가 죽은 것처럼 말이지.
이어지는 사도들의 죽음... 그리고 일어날 수 없는 일의 발생...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흘려듣지 마십시오.
당신과 이 세계를 위해 하는 말입니다.
흥! 쓸데없는 소리군.
다른 사람들은 네놈의 그 숭고한 뜻을 이해 못하는 모양이던데.
......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저도 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저 행했으니.



드디어! 통로가 열렸군요!
그분이 넘어오시기에는 아직도 작고 비좁지만...
그것만으로도...
로페즈 님, 보세요.
당신의 힘으로, 당신의 염원이 이뤄지는 이 찬란한 순간을.



결국 가장 힘든 순간이 왔군.
지금의 그 고난을 이겨내야만, 모든 것이 완성될 테지.
다른 준비는 모두 끝났네. 미카엘라, 모험가.
나는 그대들이 이겨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두겠네.
이 사니, 이제야  드나.
 수  생냐?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일세.
오랜 시간, 당신을 막은 얄팍한 눈가림처럼 말이지.
군.
디, 라. 막 지.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어요.
이곳은...
처음 발을 디딘 곳이자...
제가 있어야만 하는 자리예요.




모두 괜찮으신가요?
강력한 힘에 밀려나는 것을 보고, 이곳으로 대피시켜드렸습니다.
당신들은?
저희는 미카엘라 님을 구원하는 것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요.
천해천을 뒤덮은 종말의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지고 있어요.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마이어 님께서 직접 막으러 갔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험가님, 미카엘라 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성자님께서 그런 선택을...
마치 저희가 종말의 힘에 영향을 받았을 때와 비슷하군요.
우리를 구원하실 때에도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으니...
어서 돌아가서 그를 다시 막아야 해요.
강력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기운은, 그때 느꼈던...
미카엘라의 기운이 더욱 강력해졌어요.
이대로 가면 천해천을 비롯한 아라드 전역이 성역의 영향을 받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결국 전세계가 뒤틀린 천상처럼 변하고 말 거예요.
어서... 으윽...
하아, 하아...
헤지타 님!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아요.
성자의 상태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이대로면 미카엘라는 영원히 빛을 잃고 말 거예요.
대성당의 문이 봉인되었을 거예요.
다시 열기 위해선 영원의 화로에 불을 피워야만 해요.
영원의 화로에 불을 피우기 위해선 성화를 일으키는 힘.
대천사들의 힘이 담긴 순결한 눈물이 필요해요.
미카엘라의 기운 때문에 길이 뒤틀렸지만, 제가 찾을 수 있어요.
비록 사도의 기운 탓에 성안은 쓸 수 없지만...
길은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성역과 십자가로 가득한 언덕, 어디로 먼저 가시겠어요?
성역으로 가지. / 성역으로 가죠.
십자가로 가득한 언덕으로 가지. / 십자가로 가득한 언덕으로 가죠.



이제 이 그들의 눈물을 이용해 영원의 화로에 불을 피우면 돼요.
다시, 미카엘라를 만나러 갈 수 있어요.



"이 시대의 빛이 꺼져갈 때, 그것을 다시 밝힐 자가 오리라."
리드안
"너희는 잠시 눈을 떠 천상으로 돌아오라."
시로넨
"길가의 돌을 치우고 마실 물을 남겨두어라."
이슈타르
"그리곤 지켜보아라." 
루이넬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살레오르
"그 마음이 끝내 흔들리지 않는지를."
라트리
"너희가 안도한다면, 그것이 곧 나의 대답이니라."
......
직접 마주한 그 높은 뜻엔 조금의 의심도 들지 않는군.
부디 이 시대의 성자가 빛을 잃지 않게 이끌어 주길.
모든 것은...
레미디오스님의 뜻일 테니.



물러나십시오.
이 이상의 접근은 허하지 않겠습니다.
미카엘 님, 우리는 미카엘라를 구원하기 위해 왔어요.
그러니 우리를 막지 마세요.
제 임무는 그대들을 막아서는 것.
물러서지 않는다면...
이 힘으로 그대들을 몰아내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알다시피 그는 미카엘라를 지키는 수호성이에요.
분명 미카엘라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역시 당신들은 그에게 다가가서는 안 되겠군요.
그렇다면.
천상의 힘을 빌리겠습니다.





저도 미카엘라를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그가 슬퍼하는 모습을,
더 이상 그가 고통받는 모습을,
더 이상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미카엘라가 아무리, 극단적으로 변모하였다 해도... 말입니다.
미카엘 님, 그의 뜻과 무관하게 그는 세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점차 커지는 성역은, 결국 세상 전체를 일그러뜨리고 말 거예요.
그로 인해 그가 바라는 희생 없는 세상은...
정말 희생만 없는, 인형극에 불과한 세상이 될 거고요.
그가 그걸 진정으로 원한다 생각하시고 그를 따르는 것인가요?
당신들은 어찌하여 그에게 반목하는 겁니까?
저는 그가 누군가 자신을 막아주길 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의 마지막 망설임이... 불러낸 존재이니까요.
망설임... 그의 망설임이 바로 당신이란 말입니까?
미카엘 님.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그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아니에요.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한 길이 보인다면...
그 사람의 뜻이 아니더라도 행해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어서 그를 막아야 해요!
진정으로... 그를 위한 길... 그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따르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눈앞에 보이는 그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에 흔들려,
진정으로 고통스러운 곳이 어디인지를 보지 못했군요.
......
미카엘라를 가리고 있는 상처가 아닌, 미카엘라를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제 의지로 행하겠습니다.
미카엘라를 구원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내겠습니다.



역시 너였나? 오랜만에 보는군.
그건 네가 알 것 없다.
그간 힐더의 계획은 알아냈나? 시련을 이겨낼 정돈 되었나?
아니, 말은 필요 없다.
강자들은 검으로, 무기로 말을 하지.
자, 내게 보여봐라!



불쾌하군. 내가 이따위 싸움을 위해 네놈을 눈여겨본 줄 알았나?
솔도로스... 그자와의 대화 후에 더욱 네놈을 기대했건만.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나아가며 겨우 이 정도로 안주했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흥이 식게 만드는군.
안쪽에 볼일이 있는 것일 테지?
들어가라.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래, 네가 미카엘라를 막으면 초월자라는 놈과 싸우게 될 것이고...
네가 막지 못하면, 더 강해진 미카엘라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크하하하하! 어느 쪽이든 좋구나!
장난? 그렇게 보이나?
......
모험가... 사도는 사도를 죽이지 못한다. 알고 있겠지?
네가 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사도가 죽어갔지.
이번에도... 같은가?
넌, 디레지에를 상대했을 때와 무엇이 달라졌지?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하군.
크하하하핫!



역시 당신들은, 제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시련이군요.
성자시여, 그 모습은!
설마 사도의 힘을 완전히 받아들인 겁니까!
성자이자 사도로서, 제가 응당 받아들였어야 할 힘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당신들이라는 마지막 시련이 찾아온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의 빛을 지키고 있던 루실은...
루실... 저의 미약한 빛을 지키고 있던 작은 불꽃이 바로 그녀였군요.
그녀는 무사할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더 이상의 희생은 용납할 수 없으니까요.
모험가. 당신 또한 다른 이들의 희생을 딛고 이곳까지 온 것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희생은, 끊임없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절 믿어주신다면, 그런 희생들은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 증거로, 눈앞의 종말부터 막아보겠습니다.
이제 불필요한 희생은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의 희생들이 불필요했다고 생각해? / 그동안의 희생들이 불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너의 희생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 당신의 희생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할 수 있습니다.
사도의 기운이 셋이나 있으니.
악에 의해 수많은 희생을 낳았던 곳.
신의 의지를 받아 선을 세운 곳.
그리고 마침내... 제가 신을 버린 곳에서...
그 시작부터... 다시 아로새기겠습니다.
이곳은... 검은 성전 때의!
이럴 수가... 결국... 망설임을... 완전히... 거두었군요...
모두... 부탁해요...
부디, 그가 홀로 짊어지지 않도록...
미카엘라를... 구원...
이곳에서, 당신을 쓰러뜨리고 더 나아가 초월자를 무찌르겠습니다.



어째서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사랑하는 이를 잃고
하나뿐인 혈육을 잃고
후손들의 미래마저 잃었습니다.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고,
너무 많은 희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모든 희생 끝에 남은 것은, 실체 하나 없이 남겨진 의지뿐이지 않습니까?
결국 죽으면,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인데...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신이시여...
어째서 이들로 하여금 나의 길을 가로막는 것입니까.
저는 그저... 다른 이들이 견디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모든 걸 겪어온 당신이, 어째서 그동안의 모든 희생을 무가치하게 만드시려는 겁니까.
그들의 희생을... 무가치하게... 만들었다?
아니, 나는... 모든 희생을 없애고자...
신은 처음부터...
그들의 과거를 잊지 마십시오.
그들의 과거를 통해...
그들의 의지를 이어가십시오.
그들의 의지를 통해...
그것이, 그들이 희생하여 지켜낸 세상에서 살아가는, 당신과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들의 희생을 통해... 대답했다?
등에 진 그 사명을 저에게, 우리 모두에게 나눠주십시오.
지금 당장,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입니다.
성자시여, 당신의 그 짐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십시오.
과거 우리를 도와주셨듯, 이번엔 우리가 돕겠습니다.
그렇군요. 당신들은... 나의 시련이 아니었습니다.
당신들을 통해 나를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헤지타의 희생을... 이어진 모든 희생들을... 외면하지 않으셨군요.
그 모든 것이... 
당신의 대답이었습니까.
나의 신, 레미디오스시여.



가? 다.
버티는 건... 익숙하다네.
 다 데...  할 가.
내가 할 일은... 없네.
오? 은?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결국 왔으니 되었네.
이제 모든 준비가 된 것입니까?
그래. 이제 마지막이야.
그럼... 당신이 준비한 마지막 일을 하십시오.
...그러지.
군.
은...  일면.
 우 맞 가?
후... 지.
면,  수 니.
럼... 야.
만...
 있 나?
가!
어! 여!
 마 가!
크윽... 저 홀로 당신을 막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고?
모두가 힘을 합쳐 당신을 막고자 합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을 막기 위해 희생했고.
그 희생 위에 선 우리 또한...
당신을 막기 위해 기꺼이 희생할 것입니다.
핫!
래. 디... 라.
래. 지.
 나.
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을.



긴 여정의 끝에,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군.
고맙네.
자네가, 그리고 무수히 많은 이들이 선뜻 내디뎌 준 걸음이 없었다면 이 또한 불가능했겠지.
그렇다네. 아라드에 있는 모두의 힘으로... 종말을 막아낸다.
긴 시간에 걸친 내 계획은 종지부를 찍었네.
글쎄. 이 이후의 일은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다네.
이제 자네와 남은 자들의 몫이 아니겠나?
당황하지 말게. 예정된 수순일세.
이런. 눈치챘는가.
그래. 나는 이미 오래전 수명을 다했지. 지금의 나는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안배한 또 하나의 계획일 뿐이야.
이제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이로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내게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일세.
그동안 나를 믿어줘서 고맙네.
내 의지를 이어줘서 고맙네.
그대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네.
모험가. 나의 걸음은 끝나지만, 자네의 걸음은 끝이 아닐세.
태초의 의지. 그녀가 이곳에 있는 한, 이 일은 영원히 반복되겠지.
이제... 그녀가 진실을 마주하게 해야 하네.
...나의 시간이 다 되었군.
그럼...
내가 사랑했던 이 세상을, 잘 부탁하네.



앗! 하늘꼬마! 드디어 만났네!
오랜만이야, 땅꼬마.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선계에 오면 기다리겠다고 하더니!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거든.
이제야 끝낼 수 있었고.
드디어 내 역할을 다한 거야.
뭐야, 하늘꼬마. 왜 다시 떠날 것처럼 말해?
아니지? 드디어 만났는데...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거든.
또 가버린다고? 그건 약속이랑 다르잖아...
이번엔 못 가! 차라리 베키도 따라갈래!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직 너의 모험은 시작되지 않았잖아.
작별 선물이야.
천 년을 살아도 한순간에 멈춰서 사는 삶과.
단 하루를 살아도 모든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삶은 다를 테니까.
조금 더 이 세상에서... 수많은 순간들을 너의 눈에 담길 바랄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어, 땅꼬마.
사라졌어... 또 떠난 거야?
......
그래도, 또 볼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으윽...
하아... 마이어... 자신을 이렇게까지 내버리면서... 지키다니.
아쉽게 되었네요. 로페즈 님. 당신이 진 것 같아요.
그래. 결국 네가 이겼어, 베르길리아.
이번에도 날 앞서나간 기분이 어때?
룬디어...
양연!
후훗, 종말의 힘을 받아들인 자의 끝은 다 이런 거죠.
뭐... 결국 강림에 실패해서 힘이 흩어졌으니...
목숨은 부지하려나요? 제정신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꼴이 웃기지 않니?
왜 이렇게 되었을까... 너무 슬플 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당신이 너무 불쌍해요.
...후후후후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동정을 받다니!
이것도 나쁘지 않은걸?
룬디어. 당신이 정말 원했던 건...
원하는 것... 그따위 것은 됐어.
후훗,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드네.
......
아, 그래... 마지막이니... 한 번쯤은 도움을 주도록 할까?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니,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지.
종말. 그와 어깨를 견줄 자들은 아직 이곳을 보고 있으니까.
어디, 끝까지 지켜내봐.
너의 그 모든 것들을.
룬디어...
으윽... 엘리...아?
양연! 정신이 들어? 양연!



바, 방금 그분이 마이어 님이셨나요?
마법진의 효력이 다하자마자 나타나시다니!
마이어 님께선 아직 살아계셨던 건가요?
아뇨,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어요.
그는 제게 모든 걸 알려주고 떠나갔어요.
아니, 알려주기 위해 억지로 이곳에 남아있었던 거겠죠.
알려주다니, 무엇을요?
제가 해야 할 일을...



(미카엘... 그대가 느껴지는군요. 함께하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
미카엘라 님!
아아, 성자님. 빛을 되찾으셨군요.
여러분께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항상 수많은 레미디오스의 화신께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정작 그것을 보지 못했고,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안정적이고 따뜻한 빛이 느껴지니까요.
예,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정말... 정말로 다행입니다.
그대로 무너지셨다면...
라미에르. 감사합니다.
저를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그럼 이제 저희의 역할은 끝났군요.
돌아가야만 하는 겁니까?
성자님을 구하기 위해 억지로 현세에 발을 디뎠었습니다.
저희가 이곳에 있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
그 역할을 다 했으니 돌아가고자 합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네만, 다시 볼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우리의 발걸음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잘 부탁하오.
항상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성자시여, 부디 그 빛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소서.
반드시 그럴 겁니다.
모험가, 종말의 기운, 그것의 잔해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진 사도의 힘으로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남아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이것은 제 선택이고, 제 뜻입니다.
당신에겐, 당신의 역할이 있지 않습니까?
부디 당신의 짐을 저 또한 짊어지게 해주십시오.
당신이 제게 말했듯.
저희 빛의 추종자들이 성자님과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교단 또한 미력하나 성심성의껏 미카엘라 님을 돕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다시금 깨닫는군요.
저 혼자 짊어지지 않겠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레미디오스의 화신인...
여러분들과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도 함께.
그녀... 라면?



어째서... 내가 다시 이곳에?
헤지타.
미카엘라? 그리고 모험가까지?
당신이 이곳 마지막 전당에 처음 모습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이곳에 계셨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금의 당신은 분명, 빛을 찾은 것 같은데...
네, 제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망설임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저에게 남은 망설임 때문에, 당신이 돌아온 것 아닐까요?
당신은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해왔죠.
앞으로도 그 역할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망설임으로서, 그리고 나의 빛으로서.
과거에 못했던 걸음을 나와 함께해 주세요.
나의 역할...
네, 알겠어요.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지켜보도록 할게요.
당신의 망설임이자... 빛으로서.



<퀘스트 완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험가.
당신이 없었더라면 전, 결국 빛을 잃고 말았을 겁니다.
저를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심하십시오.
이번 일로 초월자들이 당신을 주시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에게 다가올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힐더, 그녀 또한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가 결국 사도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살아남음으로써...
시로코가 말해준 힐더의 계획이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그러니 이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알 수 없을 겁니다.
저를 구원해주신 당신이라면, 그녀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을 테죠.
언젠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함께하겠습니다.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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