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아르덴 지역. 아라드력 987년. 3차 아르덴 회전 중. 어느날 밤. 아르덴 수비군 진지 외곽.
"어머... 예쁘게 생긴 총이네. 네가... "머쉰 건"이라고 불리는 오드리 맞지?"
저멀리 밤바람이 열심히 모래언덕을 이리저리 옮기며 자신만의 방을 꾸며대는 사이, 가만히 앉아 열심히 총을 손질하고 있는 한 흑발의 여인에게,
어떤 키 큰 여인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흑발의 여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을 올려보다가 잠깐 입을 열었다.
"유명하신 분이로군."
그녀의 말에는 억양이 느껴지지 않아, 칭찬도 비꼬는 것으로 들렸다.
"정말 소문대로 별로 재미 없는 친구네? 근데 난 왠지 거짓말을 안할 것 같아서 좋은 걸~"
오드리는 아까 뱉은 문장도 너무 길었다고 생각했는지, 이제 한동안 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며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총을 손질하는데 전념하는 듯 보였다.
"우하..."
키리는 이곳의 공기를 다 마셔버리겠다는 기세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으며, 오드리가 듣던 말던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는 사방은 사막지역인데다가 카르텔 녀석들 때문에 험악하고 피폐하지만, 공기가 정말 맑고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그렇지 않니? 공해로 별하나
안보이는 황도는 비교할 수도 없어. 넌, 황도에는 가봤니?"
"황도가 고향"
"뭐?"
황도. 황녀가 머무는 그곳은 천계의 수도.
천계의 온갖 문명의 중심지로서 부와 명예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하루 한끼를 먹기가 힘들게 살아가는 무법지대는 너무나도 치열하기만 한 현실세계.
어쩌면 이곳이 지옥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
무법지대의 사람들은 황도로 가서 살기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군이 보유한 배가 아니면 해상열차가 다니지 않는 무법지대에서 황도로 갈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으며, 어떻게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무법지대 출신은 다른 지역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견되는 즉시 무법지대로 되돌려지거나,
혹시나 카르텔로 오인받을 경우 사살되기도 한다.
가진자에 대한 증오, 이것은 카르텔뿐 아니라 사실 모든 무법지대의 사람들이 가진 공통분모격의 감정이랄까.
사정이 이러니 무법지대에서 황도로 밀입국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황도에서 무법지대로 오려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있다고 하면 수배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들뿐이니, 갈수록 무법지대는 점점더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키리는 세상에 가장 신기한 일을 만났다는 듯,
"그래, 몇마디 안하는 말투라도 이곳 무법지대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 그런데 황도 사람이 왜 이런 곳에? 정말 궁금하다."
키리의 시끄러움이 끝날 기색이 없자, 오드리는 총 손질을 잠시 멈추고 이 키크고 호기심 많은 여성을 신기하다는 듯이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유, 답답해. 뭔가 말을 좀 해봐. 분명 끝내주는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응?"
오드리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아마도, 최근 몇 년간 했던 어떤 말보다도 길게 말해야 할 때가 왔구나 하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황도 수비군 출신."
"어? 정말?"
황도 수비군. 카르텔로부터 황도를 수비하는 런처위주의 부대로서, 카르텔과의 3년전쟁 이후에 결성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증명된 사람들만 선별하여
혹독한 교육을 견뎌내야만 될 수 있다는, 천계인이라면, 아니 특히나 천계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원하지만 거의 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하다.
"나, 원래 말 많이 하지 않아. 내가 얘기를 해주는 대신, 당신의 리볼버를 뽑는 기술을 가르쳐줘."
키리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대며 웃었다.
"하하하하... 사람들이 감정없는 머쉰건 오드리라고 부르던데, 흥정 솜씨는 대단한걸. 하지만, 어차피 네가 맘에 들었으니까 그건 원하면 가르쳐줄 생각이었어"
"그럼, 더이상 내 얘긴 안한다?"
"하하하하... 사람들이 너에 대해 하는 얘기를 전혀 못믿겠는걸? 아주 재밌어."
자신을 재밌어하는 사람을 난생 처음 만나본 오드리. 그래서일까, 평소답지 않게 마음을 좀 여는 듯이 보였다.
"좋아. 그럼 공평하게, 당신 이야기 먼저."
"나? 나 별거 없는데. 나는 그냥 무법지대에서 떠돌이로 살던 부모 밑에서 자랐어. 부모님이 총잡이셨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총과 함께 여러가지 기술들을 배웠지.
열두살 쯤이었나... 갑자기 집에 카르텔 군이 쳐들어 와서는.. 다짜고짜 부모님을 쏴버렸지.
좀 크고나서 짜맞춰보니까 아마도 세력 확장에 눈이 먼 카르텔이 우리 부모님도 끌어들이려고 했었던거 같아.
하지만 거절하셨던 게지. 그때 나만 운이 좋았는지, 카르텔 놈들이 나까지 쏘려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가 나타나더니 카르텔 놈들을
순식간에 해치우더군.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지. [아... 카르텔의 로망은 여전히 썩어있구나...] 그때부터 갈 곳 없던 나는 그 아저씨를 졸졸 쫓아다니며 몇 년간
함께 유랑을 했지. 아저씨는 처음에는 귀찮다고 도망가려고 하는걸, 내가 아저씨 다리에 매달려 울면서 무엇이든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총쓰는 법이며 싸우는
법을 조금 가르쳐 주더군. 그 아저씨,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빨리 배우니까 재밌었던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지.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어느날 홀연히 홀로 떠났지만 말야."
"그 유명한 키리를 가르친 사람이라. 황도는?"
"황도는 어떻게 가봤냐는 얘기지? 그 이야기는 이래. 어느날 생소한 복색의 여자 둘이 앞을 가로막더군. "당신이 키리 맞나요?"라고 묻길래,몸놀림을 보니
보통이 아니어서 카르텔 자객인줄 알고 경계를 했는데, 알고보니 황녀를 모시는 조직에서 온거더라구. 이름이 뭐였더라.. 황녀의 꽃밭이었던가?"
"황녀의 정원."
역시, 단답형에 억양이 없는 전형적인 오드리 특유의 말투였다.
"그래 맞아, 황녀의 정원. 땡큐~! 하여간 그길로 내 평생 처음 배도 타보고 황도도 가봤지. 공기는 참 안좋은 곳이었어 황도.
하지만 걔네들은 정말 멋지게 꾸며놓고 살더라. 먹을 것도 많고. 아참, 하여간 그네들이 나를 부른 건 황도에 무슨 여자들로만 구성된 특수부대를 만드는데,
나보고 교관이 되어 달라는 거였어. 앞으로 특수부대원이 될 소녀들을 정성들여 뽑아줄테니 무법지대 식으로 키워서 레인저를 만들어 달라는 거지.
메카닉이나 런처, 스핏파이어들만 우글우글하는 황도인들로서는 레인저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면 새로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뭐 어차피 카르텔을 무찌르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 혼자 싸우는 것 보단 낫겠다 싶어 수락하긴 했는데, 단, 여기 아르덴에서 카르텔이랑 싸움을 끝나면 가기로
했거든. 만약 내가 못가도 다른 훌륭한 사람을 찾겠지 뭐."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겠지."
역시 전혀 억양과 함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지만, 대단히 확고한 신뢰가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너무 고맙다~ 자, 난 성의껏 대답해 줬으니, 이제 네 차례!"
그래서 오드리가 한문장, 한문장 천천히 끊어가며 억양없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오드리는 선천적으로 뇌의 감정적인 영역이 작동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오드리가 보여준 거너로서의 뛰어난 능력 뿐 아니라, 바로 [감정적인 영역의 불능]이
군인이 되기에는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그녀는 황도 수비군이 될 수 있는 선택받은 자들의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었다.
황도 수비군이 되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오드리는 18살에 이미 일개 소대를 이끄는 소대장이 되었는데, 이때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녀는 우연히 수비군 내외부에 카르텔과 내통하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고, 스스로 몇주간의 조사끝에 리스트를 작성하였다.
행동에 옮기기로 한 그날, 그녀는 자신의 리스트에 적힌 모두를 찾아가서 한명씩 한명씩 침착하고 차분하게 사살하였다.
그녀가 사살한 모두는 그녀가 조사한 대로 카르텔과 내통한 자들이 맞긴 맞았으나 너무 잔인한 방식이 문제였는데, 그녀가 사살한 56명이라는 숫자도 끔찍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는 임산부와 15세의 소년, 80세의 노인, 장애인 등이 섞여 있었고, 후에 밝혀진 바로는 돈으로 매수된 소수를 제외하고는 카르텔과
내통하려 했던 대부분이 카르텔 측에서 가족을 인질을 잡고 위협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드리에 대한 주변 평판이 매우 흉흉해지고 같이 일하기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군에서도 처음 훈장을 내리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감정적인 영역의 불능] 은 군생활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명예제대의 방식을 취했다.
제대 후 갈 곳이 없어진 오드리는 그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기 위해서, 카르텔과 싸우는 최전방인 이곳 무법지대의 소도시 아르덴으로 왔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 한 것은 처음. 역시 당신에게는 재미 없었을 듯."
키리는 지금까지의 웃음기를 가신채, 가만히 오드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에피소드. 천계에서 떨어지다. 에서 부분 발췌 (전문 미공개)-
황녀의 행방
황녀의 행방을 아는 자를 찾기
<퀘스트 완료>
황녀님의 이야기요? 그러고 보니깐 얼마 전에 콩콩이가 황녀님의 이야기를 하는걸 들었는데 그냥 헛소리려니 했죠.
해적단이 알고 있다?
콩콩이 상태가 오락가락하니깐 제대로 된 말을 들을 수 없을 거에요. 차라리 함장실로 가서 보티첼리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저번처럼 마사치오로 변장해서 들어간다면 문제 없을거에요.
함장실의 보티첼리에게 가기
<퀘스트 완료>
음... 또 너냐? 그건 그렇고 요즘 어디서 관리 받는 건가? 요즘 들어 인물이 나는구먼.
마를렌에게 보고하기
갑자기 겐트 황녀의 행방을 묻다니... 수상한걸?
어디에 정보를 팔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중요한 사실을 너라고 해서 쉽게 알려줄 수는 없지. 요즘 들어 행동 하나하나 모두 수상쩍고....
좀 더 나에게 신뢰를 보여봐. 그러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
마를렌에게 보티첼리의 말을 전하기
<퀘스트 완료>
강철 비늘 해적단이 황녀님의 행방을 알고 있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신뢰를 얻고 황녀님의 행방을 알아내야 해요!
해적에게 신뢰를 얻는 법
그래... 나에게 줄 신뢰는 준비되었나?
돈으로 신뢰를 사다
좋아! 좋아! 뭐를 알고 싶은 건가? 아~ 황녀의 행방이라고 했지?
황녀는 서부 무법지대에...
아주 중요한 정보군요! 지금 바로 황도군을 헤이즈로 이동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보티첼리를 매수하는데 사용한 금액은 저희가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여기 황도 귀족의 반지를 받아주세요. 이 반지를 상점에 판매하시면 그 정도의 가격은 충분히 될겁니다.
강철비늘 해적단을 돈으로 매수한 다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카르텔에 의해 피납된 황녀 에르제는 서부 무법지대의 협곡 지역으로 호송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황녀를 구출하고 싶은 상황에서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때문에 황도군을 움직이기 힘든 젤딘 슈나이더는 모험가들에게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고 헤이즈의 수색을 부탁한다.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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