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잠긴 호수

적아 울라드
“크앙...”

어느 어린 신수가 오래된 그물 덫에 걸려 꼼짝도 못 하고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크게 울어도 자신이 외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길잡이 강은 별내림 숲과 달이 잠긴 호수에 비해 많은 신수가 살지 못했다.
이어진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요괴와 험난한 지형은 신수가 편히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신수들은 있긴 했다. 어린 신수의 무리도 그러했다.
요괴들이 그들의 무리를 몰살시키기 전까지 말이다.

어린 신수는 혼자 천운으로 살아남았지만, 그리 기쁘지 않았다.
도망치다 생긴 상처와 굶주림이 점점 심해진 것도 있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 아팠다.

 “베즐로! 여기 신수가 걸려 있어! 어린 녀석 같은데?”

눈이 감기려던 찰나, 어린 신수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곧 황금빛 칼날이 어린 신수의 시야를 가리던 낡은 그물망을 베어냈다.
길잡이 강에서 가끔 보았던 '인간들'이었다. 

“진작에 오래된 덫은 치우라니까, 애먼 어린 신수만 죽을 뻔했잖아.”

인간들이 어린 신수에게 다가왔다. 아마 베즐로라는 게 저 인간의 이름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지난번 요괴들에게 당했던 녀석들 새끼 같은데."

베즐로라는 인간은 어린 신수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밀려온 다정한 온기에 순식간에 어린 신수는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꿈에서 어린 신수는 자신의 무리에게 달려갔지만,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그제야 꿈이 꿈이라는 걸 자각한 어린 신수는 목 놓아 울었다.

“어이고야. 서럽게도 우네.”

그제야 어린 신수는 눈을 떴다. 
베즐로라는 인간과 산처럼 쌓인 열매, 그리고 약초로 덮인 상처가 보였다. 
어린 신수는 상처와 열매와 베즐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눈에 경계심이 가득한 걸 눈치챈 베즐로는 몸짓을 섞어가며 말했다.

"네가 잠들어버린 사이에 야탄 님, 그러니까 우리 대장이 주고 갔어. 그러니까 네 거야."

그제야 어린 신수는 자신 앞에 놓인 열매를 모두 먹어 치웠다.
오랜만의 달콤함에 경계심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렸다.

“하긴 인간이든 신수든 혼자 지내는 건 쉽지 않지."

베즐로는 팔을 뻗어 어린 신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몸짓을 섞어 말했다.

“너, 나랑 같이 갈래?”

베즐로의 몸짓에 어린 신수는 금세 의도를 알아챘다.
어린 신수는 베즐로를 따라 호수로 향했다. 하지만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끝내 어린 신수는 호수를 코앞에 두고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저런, 고향이 눈에 밟히는 모양이네.”

앞장서서 가던 베즐로는 어린 신수에게 되돌아왔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할까? 내가 다시 만나러 올게. 그럼 넌 고향에서 외롭지 않을 거야.”

다시. 만나러. 올게.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울림이 좋았다. 어린 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어디 보자... 그래, 울라드 어때?”
“길잡이 강을 좋아했던 내 친구 녀석 이름인데, 너와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야.”
“죽은 사냥꾼의 이름은 좀 그런가?”

또다시 기분 좋은 울림이 느껴졌다. 어린 신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맘에 든다면 다행이네.”
“그럼, 울라드. 금방 다시 올게. 그때까지 몸조심하고.”

그날 이후로 어린 신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약속을 지킨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따라 요괴를 사냥하는 법을 익혔고, 강해졌다.
시간이 지나 이 어린 신수는 자랐고 길잡이 강의 수호신, 울라드로 불리게 되었다.
나약한 어린 신수가 수호신이라 불릴 정도로 거대하고 강한 신수가 되는 세월에도
하나는 변하지 않았다.
바로 베즐로는 울라드를 다시 만나러 온다는 거였다.


급습자 제르미오
강줄기는 부유섬 사이사이를 벼락같은 소리로 관통하며 떨어졌다.
요괴는 그 강줄기를 따라서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갔다.
요괴는 이 강줄기가 끝나는 곳, 동족의 땅으로 가고자 했다.
하지만 요괴는 그 땅에 이르지 못하고 물기 가득한 진흙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망할 놈들... 망할 족속들... 망할 미물들..."

이윽고 악에 받친 괴성이 물줄기 소리를 뚫고 퍼져갔다.
그것도 잠시 요괴는 온몸의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그럼에도 요괴는 괴성을 질렀다. 자기 안의 모든 걸 토해냈다.
압도적인 힘을 타고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을,
도망치는 재주만 있다며 무시하던 동족들에 대한 설움을,
감히 요괴인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인간들에 대한 분노까지.

괴성은 비록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버렸지만,
요괴는 그렇게라도 잊어버리고 싶었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요괴 안에서 기억이라는 줄기는 점점 거대한 강줄기로 커져갔다.

"베즐로 님! 녀석이 도망칩니다! 쫓아야 합니다!" 
"얼마 못 가 죽을 거다. 동료들부터 챙겨!"

한쪽 눈을 잃으면서도 자신의 어깨를 베어낸 그 사냥꾼.
한쪽 팔을 잃으면서도 자신의 허리를 베어낸 그 사냥꾼.
마지막으로 금빛 화살로 자신의 목을 관통한 그 사냥꾼까지.

거대한 기억의 줄기는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세차게 내리쳤다.

“달 사냥꾼... 달... 사냥꾼...”

요괴는 그 치욕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바라고 바랐다. 
자신의 어깨를 베어낸 그놈의 남은 눈마저 으스러뜨리길.
자신의 허리를 베어낸 그놈의 남은 팔마저 잘라버리길.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을 관통한 그놈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줄 수 있길.

요괴는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바람을 이루고 싶었다. 
특히 그 오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거대한 상아를 든 달 사냥꾼을 떠올리며 
요괴는 되뇌었다. 하지만 요괴는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의 되뇜이 인간이 말하는 기도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는 것을.


땅지기 카메린
눈부신 노을이 부유하는 거대한 기계 도시, 이내의 위를 덮었다.
톱니바퀴 공방과 메인스프링의 발명가들이 피워낸 회색의 연기도
무역항에 하나둘씩 정박하는 크고 작은 비공정들도
요괴와의 싸움에서 돌아온 요격대 대원들의 지친 얼굴도
이 황혼 아래에서는 모두 공평한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하지만 광장에 서 있는 어느 여인의 갈색 머리칼만은 더욱 밝은 빛을 띄고 있었다.
손에 든 어떠한 목록을 보고 있느라 여인은 날이 저무는 것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쿡.

여인의 곁에 있던 투박한 인상을 가진 별자리 거북이 무심하게 그녀의 팔을 가볍게 찔렀다.

“바무, 왜 그래? 일정만 정리하고 놀아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톱니바퀴 공방과 메인 스트링과 함께 다음 이내 컨퍼런스의 주최는 어디에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했고,
상공인협의회와는 올해 무역항에 정박하는 외부 비공정에게 통행료 징수 여부를 조율해야 했다.
게다가 내일은 하루 종일 요격대와 요괴 출몰 제보가 들어온 곳에 출동해야 했다.
물론 이 일은 달 사냥꾼 출신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니 약간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요괴 출몰 제보가 많아진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정이었다.

이처럼 남아있는 일정은 산더미였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나날들이었다.

여인은 여전히 시선을 떨군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버니혼 님을 먼저 찾아가면, 롤럼버 님이 화내시겠지? 그래, 톱니바퀴 공방에 먼저 가고...”
“바... 무...”

여인은 목록을 보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여인의 말은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들로만 가득 찼다.
단순히 분쟁과 규칙을 정하고 조율하는 것뿐만 아닌, 이내에 살아 숨 쉬는 이들을 챙김에 있어 비롯되는 말들이었다.

누군가의 기쁨에 같이 기뻐하고,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것 또한 그녀의 일이었다.
달 사냥꾼 출신의 땅지기라서가 아닌 인간 카메린이라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해서 그녀의 하루가 더 바빠진 걸지도 모른다.

쿡.

카메린의 별자리 거북, 바무가 또다시 팔을 찔렀다.

“알겠어. 바무. 이것만 마저 보고 놀아 줄게.”

콱!

성이 잔뜩 난 바무가 이젠 카메린의 팔을 물기 시작했다.
물론 다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프긴 했다.
손에 들고 있던 일정 목록을 그만 바닥에 떨궜으니 말이다.
목록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상에, 다 흩어져 버렸어. 바무! 너 오늘따라 왜 그래!”

앉아서 목록을 줍던 카메린은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바무를 바라보았다.
바무는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짓궂게 웃었더니 몸을 돌렸다.
바무로 가려져 있던 카메린의 시야 앞에 황혼이 물들었다.
오늘따라 유별나게 짙은 노을빛이었다.

“바무. 이걸 보여주려고 그렇게 날 불렀던 거야?”
“바무!”

카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응시했다.
붉게 물든 하늘에 온몸이 집어삼켜지는 기분이었다.
바빴던 머릿속마저 일순간에 붉은 노을빛으로만 가득해졌다.

“잠깐은 괜찮겠지?”

카메린의 말에 바무는 기꺼이 자신의 등을 내주었다.
카메린은 바닥에 떨어진 목록을 집어 들고는 바무의 등에 올라탔다.
바무가 높이 날수록 중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노을이 닿는 곳이라도, 닿는 순간이라도 모두 평온하면 좋겠다. 너도 그렇지. 바무?”

바무는 대답 대신 투레질을 했다.
카메린이 잠깐이라도 쉬었으면 했는데 또 다른 이의 안녕을 바라고 있으니.
하지만 이러니까 카메린이라는 생각을 하며 바무는 그녀를 더욱더 높이 데려갔다.
찰나의 노을 지는 그 순간까지 그날의 비행은 계속되었다.


모사꾼 체셔
"야탄, 야탄. 놀자, 놀자아!"

칭얼대며 다가오는 체셔에게, 야탄은 거친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사이에서, 체셔는 문득 궁금해졌다.

"야탄, 야탄이랑 다들, 왜 나랑 놀아주는 거야?"

체셔의 긴 털들이 꾸물거렸다.
어떤 생물에도 비유하기 어려운 그 모습은, 비단 사람에게만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달이 잠긴 호수의 신수들은 그런 체셔를 애써 외면했다.
홀로 남겨진 체셔를 데려와 돌본 건, 야탄과 달 사냥꾼들뿐이었다.
야탄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도,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체셔를 바라봤다.

"그건 우리가 체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사랑? 그게 뭐야아?"
"계속 말을 걸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소중하게 여기고 싶어 하는 감정이지." 
"으음~ 어려워~"

체셔의 긴 털이 다시금 꾸물거렸다.

"체셔, 우리에게 장난을 칠 때 어떤 기분이니?"
"응! 계속 치고 싶어! 그리고 계속 놀고 싶어!"
"그건 체셔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사랑하기에, 장난을 치고 싶고, 사랑하기에, 계속 놀고 싶은 것이지."
"나, 달 사냥꾼들, 야탄 사랑해?"
"그럴 테지."
"야탄, 달 사냥꾼들, 나 사랑해?"
"그렇단다."

체셔는 그제야 알아챘다.
자신은 사랑이 고프다는 걸.
자신을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자신이 장난을 쳤던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서임을.
드디어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기쁨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즐거움에 체셔는 온몸을 마구잡이로 배배 꼬았다.
기괴한 모습이 더욱 기괴하게 일그러졌지만, 야탄과 달 사냥꾼들은 그저 그 모습에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나도 다들 사랑해!"

체셔의 몸이 거대해지며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이상했다.
평소라면 누군가가 볼멘소리를 내고, 누군가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쳐야 했고, 누군가가 숨을 몰아쉬며 사람 좋게 웃어야 했다.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도 웃지 않았다.
체셔가 안고 있는 그들은 싸늘하게 식어있을 뿐이었다.

"다들, 왜, 그래? 야탄, 어디, 갔, 어?"

마치 꿈이라도 꾼 듯한 기분에, 체셔는 잔뜩 당황하고 말았다.
자신의 말투가 어눌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체셔는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야탄과 달 사냥꾼들을 찾아,
언제나 놀아주는 이들을 찾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을 찾아.
그러나 체셔가 찾은 건 무언가에 목숨을 잃은, 말 못 할 이들뿐이었다.

"설, 마, 내가 그, 랬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자상과 뭉갠 흔적.
그 모든 게 자신의 것이라는 걸.
그리고 자기 손으로 사랑하는 모두를 죽였음을.

"아아, 아, 아아아."

체셔의 눈물은 초점 잃은 눈에서, 일그러진 볼에서, 그리고 차가운 시체로 떨어졌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 그것은 사랑도, 분노도 아니었다. 바깥에서부터 잠식하는 이상한 기운일 뿐이었다.
그 힘은, 체셔의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장난치고 싶어, 모두와 함께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놀고 싶어.
체셔의 장모가 움직였다.
바닥의 시체는 인형처럼 장모에 들려, 그대로 체셔의 입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체셔의 입에서 익숙한 달 사냥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꺄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웃음이 나왔지만,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이기에.

"나랑, 놀자아."


파종하는 머크
머크가 씨앗을 발견한 건,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수영하는 도중, 꼬리에 무언가 이물감이 들어 확인했을 뿐이었다.
꼬리에는 투박하게 생긴 씨앗들이 목숨을 구걸하기라도 하듯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씨앗, 필요 없다."

그가 살고 있는 곳에 널리고 널린 게 꽃과 풀 같은 식물들이었다.
흔해 빠진 물건이 어떻게 귀한 물건이 될 수 있는가.
달이 잠긴 호수에 사는 그 어떤 인간도 이것을 보물이라고 말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름답고 귀해 보이는 물건을 모으는 머크에게 그것은 가치 없는 물건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버리기 위해 다시 물에 던져놓으면, 또 머크의 꼬리에 걸려 귀찮아질지도 몰랐다.
그래서 머크는 씨앗을 방치했다.
머크의 보물을 숨겨두는 은밀한 곳 옆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느 때와 같이 머크는 귀해 보이는 물건을 숨겨두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아왔다.
그러나 머크의 눈길을 끈 것은 보물이 아니었다.
투박한 껍질 사이로 튀어나온 연약한 새싹.
아무래도 따스한 햇빛과 머크가 물과 뭍을 오가며 흘린 물들이, 씨앗의 성장을 도운 듯싶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머크는 무시할까 싶었지만, 그대로 씨앗들을 땅에 심었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변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도 머크는 이곳을 올 때마다 씨앗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눈 흘김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관찰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방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돌봄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무관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애정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머크는, 자라나는 새싹에, 식물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 머크의 변덕 또한 더욱 커져만 갔다.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꽃봉오리를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식물들은 화사하게 만개했다.
머크는 우연히도, 그 모습을 직접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올망졸망 봉오리 져 있던 꽃들이, 햇빛을 받아 만개하는 그 모습.
투박한 땅을 가득 메우며 피어나는 수어 송이의 알록달록한 꽃잎들.
작고 하찮게 여겨지던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그 과정.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머크는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엄청나다."

머크는 꽃밭 가까이 가 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꽃잎을 쓰다듬었다.
그제야 머크는 깨달았다.
작디작았던 변덕이 만개하여 자신의 가슴을 가득 채웠음을.
그 어떤 보물보다 눈앞의 꽃이 가장 값져 보임을.
자신은 평생 이 광경을 잊지 못할 것임을.

'식물을 가꾸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군.'

들바람이 일었다.
꽃잎들이 바람결에 일렁였다.
마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기라도 하듯이.


벌목꾼 그레일로
혹시, 그거 알아?
그레일로가 지나가는 곳은 곧 길이 된다는 거.
무슨 뜻이냐면, 그레일로가 지나가는 곳의 나무들은 모두 부서진다는 거지.
그 어떤 나무도 그레일로에게 걸리면 남아날 수 없어.
그래서 달이 잠긴 호수에는 항상 길이 나 있는 거야.
그레일로가 호수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거든.
우리가 호수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정말 '벌목꾼'이란 이름에 걸맞은 녀석이지 않아?
근데 한 가지, 네가 더 알아둬야 할 게 있어.
그레일로는 마구잡이로 부수는 게 아냐.
그레일로가 부수는 건, 부숴야만 하는 것들뿐이야.
무슨 말이냐고?
그레일로는 평범한 것들을 부수지 않아.
숲에 종종 너무 거대해져 풀들의 성장을 막는 녀석이나 이미 죽은 녀석들 있잖아?
그래, 그레일로가 그런 녀석들만 부수는 거야.
그런 녀석들이 오래 남아있으면 달이 잠긴 호수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차리냐고?
그레일로는 굉장히 똑똑한 신수거든.
외형과 냄새, 그리고 나무를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
그렇게 녀석은 모든 정보를 종합하고, 판단을 해.
그리고 부수지.
겸사겸사 우리를 위해 길도 내고 말이야.
응?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그냥, 네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라도.
부디 그레일로를 미워하지 말아 줘.
녀석이 어떤 모습이 되어도, 너만은 말이야.


흩어진 별의 쉼터
달 사냥꾼의 집결지.
달이 잠긴 호수의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달 사냥꾼들이 암묵적으로 모이는 장소이다.
원래 달 사냥꾼들은 안전한 사냥을 위해 특정 거처를 두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결할 곳이 필요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호수에서 거대한 달이 가장 잘 보이는 이곳으로 모이게 되었고, 이들이 모여 쉬는 곳이라 하여 흩어진 별의 쉼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습격의 목적


혹시 달이 잠긴 호수로 향했던 요격대 대원들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없나요?
아직.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따로 없네. 설마... 이미 점령된 건 아니겠지?
달이 잠긴 호수는 숲과 강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나 다름없어요. 게다가 전면전이 벌어졌다 해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도 요괴들이 인간의 땅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게 동료일지라도, 그게 가족일지라도, 그로 인해 죽는다고 해도.
달이 어둠을 가르는 한, 그 맹세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환란의 땅 코앞에서 살아온 게 바로 달 사냥꾼이니까요.
달 사냥꾼들은 이내가 생겨나기 전부터 달이 잠긴 호수에서 머물며 요괴들을 견제해왔어.
이내가 생긴 후에는 안전을 위해 충분히 거처를 옮길 수 있었지만, 요괴를 막는 게 자신들의 사명이라며 거절하고 지금까지 호수에 남아 있지.
이 중천에서 요괴 사냥과 어둠에 가장 특화되어있는 자들인 만큼, 무사하다면 엄청난 전력이 되어줄 거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요괴들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저 아래, 환란의 땅으로부터 이곳 이내까지 오는 최적의 발판을 쉽게 포기하진 않겠죠.
테아스 님! 바로 주둔지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지? 잠깐 가봐야 할 것 같아. 다들 준비 마치면 요격대 주둔지 앞에서 봐!
저도 잠시 캡틴에게 상황을 전하고 그쪽으로 갈게요.



테아스에게서 달이 잠긴 호수에서 돌아온 요격대 대원 소식 듣기



<퀘스트 완료>
달이 잠긴 호수에서 소식이 오긴 했는데... 정말 전면전이 벌어진 모양이야. 이미 호수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다더군.
특히 정체 모를 강력한 요괴가 중심이 되어서 나서는 모양이야. 요격대는 물론, 달 사냥꾼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더라.
남은 달 사냥꾼들과 요격대 대원들은요?
우선 요격대는 요괴들이 이내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고, 달 사냥꾼들은 숲과 호수 안에서 그 강력한 요괴를 쫓기로 했다는데...
이것도 그 디레지에의 힘인가? 요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영향을 준다고 했으니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바로 가야겠어요.



별이 내리는 숲


우선은 야탄 님과 베즐로부터 만나야겠어요. 분명 전장으로 나와 상황을 정리하고 계실 거예요.
길잡이 야탄 님과 노련한 사냥꾼인 베즐로 말이지? 우리 요격대에서도 두 분은 유명하지.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안심은 안되네.
일단 호수로 가려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숲, 별내림 숲부터 가보죠.
대비책도 필요할 것 같네요. 테아스 님이 남아서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이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나요?
---------------------------------{구버전}---------------------------------
그래, 요격대는 상황에 따라 지원할 테니, 먼저 가서 상황을 파악해 줘.
---------------------------------{개편}---------------------------------
그래, 요격대도 준비할 테니, 먼저 가서 상황을 파악해 줘.
--------------------------------------------------------------------------
고마워요. 그럼 두 분만 괜찮으시면 바로 출발하죠.



별내림 숲에 도착하기



분명 '급습자'가 야탄 님을 이쪽으로 끌고 갔는데... 제길, 쫓기도 바쁜데 이 망할 요괴들이 끝도 없네.
우선, 다른 동료들이 쫓아올 수 있도록, 상황을 적어두고 계속 앞으로 가 보자.
그럼 일단...
이런! '급습자'다! 모두 공격해!
크크큭... '급습자'라...
인간 따위가 지어준 이름치곤, 꽤 마음에 드는걸.
베즐로 님에게 상황을 전달해야 해. 모두 흩어져야...
크크큭...!
그래. 달아나라. 달아나! 이번에는 너희들이 사냥당할 차례야.



날카로운 무언가로 일격에 깊게 베인 상처... 테아스 님이 말씀하신 그 강력한 요괴에게 당한 걸까요? 
부디 달빛이 그대를 인도하시길...
...아무래도 루드밀라 님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여기 달 사냥꾼의 전언이 남겨져 있어요. '급습자'라 불리는 요괴... 그리고...
사냥꾼들이 야탄 님을 찾고 있어요! 야탄 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이쪽에 핏자국이 이어져 있어요!



이미 많은 달 사냥꾼들이... 인귀가 되었군요.
...다들 무사하길 바랐는데...



<퀘스트 완료>
......
카메린 님?
......
바아! 무우!
아, 미안. 바무.
후우. 죄송해요. 마음이 혼란스럽군요.
이해해요. 이런 일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죠.
지금까지 겪은 모든 일이 모두 디레지에, 그자의 등장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두렵군요.
잠깐, 주변 나무에 누군가 남긴 흔적이 있어요.



구조자


아까와 비슷한 표식이군요.
이건... 맞아요. 요괴에게 들키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방법이죠.
뭐라고 적혀있는 건가요?
이 사냥꾼은... 아까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인 것 같아요.
우리는 '급습자'에게 쫓기고 있다. 그리고 야탄 님은 아직... 찾지 못했다.
설마...
...우선은 이 흔적을 계속 쫓아가요!



별내림 숲에서 생존자를 찾고 베즐로와 합류하기



크큭... 여기까지다.
뭐야, 이 어린애 장난은?
마키아 님의 힘 앞에서는 그 날카롭던 화살도, 솜털이랑 다를 게 없네.
야탄 님을... 어떻게 한 거지?
그 골치 아팠던 놈? 너희들 대장이었나? 뭐... 죽지는 않았을걸. 아마?
그래서 너는 살고 싶어? 살려줄까? 이 제르미오 님에게 목숨을 구걸한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웃기지 마. 달 사냥꾼은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크흐흐... 포기하지 않으면? 뭐가 달라져?
크윽... 커헉...
바로는 못 죽겠어? 그래, 어차피 끊어질 목숨. 친구들 손에 보내줄게. 그 정도 아량쯤이야.
말하지 마세요! 상처가...
어... 엄청난 수의 요괴들이... 길잡이 강을 넘어서... 몰려왔어...
처음에는 버텼지만... 급습자... 제르미오... 그 요괴가... 야탄 님을...
그만! 상처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야탄 님... 아직 살아있다고 했어... 카메린... 야탄 님을... 찾... 아.
야탄 님은 제가 반드시 찾을게요. 편히... 쉬세요.
이런,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모양이에요.
네, 얼른 쫓아가 보죠.



미천한 너희의 땅을 우리 요괴들이 삼켜주는 걸 영광으로 알 것이지, 발악하는 꼴하고는.
오랜 세월 너희는 우리의 사냥감이었다. 사냥감이 감히 사냥꾼의 땅을 넘보게 할 수 없어.
사냥감... 네놈들, 아직 주제 파악이 안됐네?
라르고 님의 명령만 아니었어도, 이 자리에서 네놈들을 씹어먹었겠지만... 너희들을 절망에 빠뜨릴 존재는 내가 아니니.. 
발악해 봐라. 너희는... 너희 스스로 무너지게 될 테니.
무슨...
잠깐, 저 녀석은... 설마... 그레일로? 하지만 저 모습은...
신수를... 이렇게 만들다니... 망할 요괴 놈들...
크큭... 아직도 너희들을 무너뜨리려는 게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나 보네.
뭐?
이제 정답은 스스로 찾아. 이 멍청한 인간들아.
크윽... 그레일로...
단순히 요수로 변한 게 아니야.
이 강한 힘은 도대체...
베즐로! 여기 계셨군요!
저건... 그레일로?
카메린!
미안, 지금 상황이... 환영 인사는 못하겠네.
그레일로... 미안하다.



<퀘스트 완료>
그레일로... 부디 깨어난 숲에서 다시 태어나거라.
달빛이 그대를 인도하시길...
베즐로.
요괴를 사냥하는 건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는 확연히 달라.
디레지에... 요괴들이 따르는 자가 있어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예요.
아직은 차원 속에 있지만, 디레지에의 힘을 받은 요괴들이 완벽한 부활을 꿈꾸며 선계 전체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죠.
그런 존재가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군. 하지만 그 말이 진실이 아니면 모든 상황이 설명이 안되긴 하네.



호수의 중앙으로


오는 길에 달 사냥꾼들이 야탄 님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후, 너는 모르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겠네.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달 사냥꾼들은 크게 두 조로 나눠서 움직이고 있었어.
처음 사냥을 시작할 때는 평소와 다름없었어. 하지만, 곧 강력한 요괴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어.
급습자, 제르미오라고 불리던 그 요괴 말인가요?
맞아. 오래전에도 마주친 적 있었어. 그때는 그저 좀도둑 같던 놈이었는데, 말도 안되게 강해져서 돌아왔지.
그 힘에 노련한 달 사냥꾼들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어. 게다가...
끌고 온 요괴들로는 부족했는지 숲과 호수의 신수들도 죄다 요수로 만들어버렸어.
대부분의 달 사냥꾼들은 마음이 아파도 베어야한다는 걸 알았지만, 신참들은 아무래도 정든 신수를 제 손으로 죽인다는 게 쉽지 않았는지 망설이고 말았어.
---------------------------------{구버전}---------------------------------
그 찰나를 놈은 놓치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달 사냥꾼들이 희생되고, 그들을 지키려다가 야탄 님이... 실종되셨지.
---------------------------------{개편}---------------------------------
그 찰나를 놈은 놓치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달 사냥꾼이 희생됐지. 게다가 그들을 지키려다가 야탄 님까지... 실종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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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오, 그놈의 손에 끌려간 것. 그게 우리가 기억하는 야탄 님의 마지막 모습이야. 
......
그래도 너희가 말해준 사실 덕분에 어느정도 납득은 했어. 야탄 님을 찾고 그놈을 찾아야 하는 건 물론 당연해졌고.
여기 상황도 정리해야 하고, 야탄 님과 제르미오의 흔적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인원을 나누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베즐로, 루드밀라 님과 함께 움직여줄 수 있을까요? 모험가님은 제가 안내할게요.
야탄 님이라면, 분명 우리가 쫓을 흔적을 남겨 두셨을 거예요.



숲에 남은 요괴들을 처치하며 호수의 중앙으로 향하기



모두 괜찮으세요?

카메린! 이내에서 지원을 와준 거야?
네,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카메린! 옆에는... 너는 요수화때문에 떠났던 그 아이 맞지?
일단,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아직 요괴들이 많아. 그래도 급습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아서 조금씩은 처치하고 있어.
...아직 움직일 수 있으신가요?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저희는 야탄 님의 흔적을 쫓아 이 앞으로 가려고 해요. 그래서 주변 요괴들을 빠르게 처리해야 해요.
알겠어. 이 근처는 우리에게 맡기고 앞으로 가!
그럼 부탁드려요.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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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식은... 급하게 남긴 것 같지만 분명히...
으윽...
머크? 세상에... 나무와 꽃을 심던 다정한 아이였는데... 게다가 지금... 독을 머금고 있어요.
안되겠어요. 이대로 두면... 머크의 독에 이 주변이 모두 망가지고 말 거예요.



<퀘스트 완료>
미안해, 머크.
네가 사랑했던 이들을 위해, 네가 사랑한 호수를 위한 선택이었어.
널... 잊지 않을게. 그리고 호수도 반드시 지켜낼게.
부디 달빛이 그대를 인도하시길...



모사 (模寫)


이 모든 게 단순한 요괴의 짓이 아닌, 모험가님이 말씀하신 그 디레지에라는 자의 힘이겠죠?
점점 쉽지 않은 싸움이 되고 있어요.
야탄 님이 남기신 표식은 이쪽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서두르죠!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 루드밀라 일행과 합류하기




야탄 님이 남기신 표식을 따라 오긴 했는데, 여기서 끊겼네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거기... 누구 없어...
방금... 혹시 들으셨나요?
거기... 누구 없어... 이쪽이야... 어서!
이건 야탄 님의 목소리에요!
으아아아악!
모두... 조심해요! 요괴... 가...
모두 흩어지면 안 돼!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아야 해요!
...이쪽으로!



더는... 이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았는데...
(...정작 목소리의 주인은 아무도 없어. 어떻게 된 거지?)
으윽...
이봐요! 정신 차려요!
체셔... 체셔를... 조심...
체셔라면 야탄 님을 따르던 그 신수를 말하는 건가요?
끄으으... 윽... 달 사냥꾼... 모두... 후퇴...
이봐... 조심해... 아냐... 오지 마...
요괴다! 전투 준비!
요괴들을 막아!
꺄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
카메린? 카메린! 속았어? 속은 거야?
이런. 정말 체셔의 짓이었다니...
설마,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네가 죽인 거야?
응! 재밌지? ...뭐야? 왜 안 웃어? 즐겁지 않아? 왜? 왜!
...이미 정신마저 요수가 된 것 같아요.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그저 장난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너, 미워. 너도 내 장난감으로 만들 거야.



<퀘스트 완료>
달... 사냥꾼... 포기하지 마라...
달빛이 우리를 인도할 것이니...
달 사냥꾼... 몰락...
호수를... 지켜...
곧... 이 땅에...
내... 장난감... 내... 꼭두각시...
어디... 갔어... 사라진 거야...? 죽어... 버렸어...? 
...도망친 거야? 날... 버렸어?
여기 있구나.
찾았다... 카메린.
체셔?
나랑... 놀자...
카메린! 여기서 분명 너희와 야탄 님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체셔였어요. 체셔가 야탄 님과 우리 흉내 내서 우리를 이곳으로 유인한 것 같아요.
체셔의 장난을 이런 식으로 겪을 줄이야. 게다가 원점으로 돌아와버렸어.
원점? 너희가 뭘 했는데?
우스워서 정말 못 봐주겠네. 너희는 아무것도 못했어.
고작 잔챙이들 잡고, 친구였던 신수들을 가차 없이 죽여버린 거?
끌려간 대장 놈 하나 제대로 못 찾고 헤맨 거?
야탄 님이 어디 계신지 당신은 알고 있군요.
라르고 님이 쓸모있는 인간이라고 아주 맘에 들어 하셨지.
뭐가 됐든, 난 네놈들이 고통받는 것. 그거면 돼. 특히 망할 달 사냥꾼... 너.
다른 달 사냥꾼은 아량을 베풀어 한순간에 보내주겠지만, 내 목에 화살을 꽂았던 네놈만큼은 절대 그럴 수 없어.
끝까지 살아서 네 두 눈으로 요괴의 땅과 인간이 땅이 이어지는 모습을 봐라.
난 네놈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 줄 테니.
제길, 놓쳤어.
수고했다. 제르미오.
라르고 님. 어째서 그 인간을 이용하려는 겁니까? 직접 모두 죽여버리는 게 빠르고 편하시지 않습니까?
...내가 그걸 너에게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나?
아, 아닙니다. 하지만...
......
너도 좀 강해진 거 같으니, 우리를 넘어서고 싶어졌어?
제가 어찌 감히... 저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라고?
그래, 그럴 수 있지. 네가 생각이 있다면 그놈과는 다르겠지.
한순간에 모두 죽여버리면 편하지. 그래, 편했겠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저놈들은 자신들의 정의가 얼마나 조악한 것인지 알 수 있을까?
곧... 절명의 길에서 막 태어난 그 역겨운 괴물 놈의 발아래 짓밟히고 나서야 깨닫겠지. 그동안 우리는 이 땅에 군림할 테고.
그 순간에 느낄,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절망. 너도 그걸 원하니까 그 달 사냥꾼을 살려둔 거 아닌가?
그, 그건...
사적인 감정은 거기까지 봐주지. 하지만 그 덕분에 살아남은 놈들이 절명의 길을 찾게 된다면, 그 책임은 너에게 갈 거다.
인간 따위가 어떻게 감히 라르고 님이 계신 절명의 길을 찾겠습니까?
모험가, 그 성가신 놈이 나선다면 다를 수도.
그러니 너는 여기서 사냥을 계속해라. 절명의 길에 인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저쪽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 모양이군. 그럼 뒤를 부탁한다. 제르미오.
모험가... 그래봤자 네놈도 마키아 님께 받은 힘 앞에서는 무릎 꿇게 될 것이야.

이 정도 찾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미 호수를 떠난 것 같아.
어디로 간 걸까요? 아니, 언제부터였을지가 먼저려나요.
분명, 라르고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인간으로 변신해서 오래전부터 호수에 잠입했을 수도 있어요.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는 요괴라는 건가?
네, 인간의 모습으로 백해에 혼란을 주고 위험에 빠뜨린 요괴에요. 강력한 힘을 가진 환요오괴 중 하나죠.
그럼 당연히 그 디레지에라는 존재를 따르겠네.
제르미오... 그런 강한 요괴에게 힘을 받고 저렇게 기고만장해진 거였어.
아무래도 절명의 길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군요.
그 요괴도, 야탄 님도 말이죠.



달을 삼킨 공포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절명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어.
길잡이 강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 뿐이지. 여러 번 찾으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였어.
절명의 길 근처에만 이른다면, 제가 찾을 수 있어요. 그 주변의 모습은 똑똑히 기억하니까요.
루드밀라 님? 어떻게...
오래전, 추락시킨 악덕 상인의 배에서 수상한 요기가 흘러나오는 걸 보고 버디와 함께 쫓았었죠. 하지만 그만 수상한 요기에 얽혀 낯선 곳에 추락했었어요.
그곳이 바로 말로만 들었던 절명의 길이었죠.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그때 온몸으로 느꼈던 어마 무시하고 먹먹한 요기는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 근처만 찾을 수 있다면, 절명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절명의 길에서 흘러나온 요기가 배를 추락시킬 정도라니... 
이거, 그동안 느꼈던 공포와는 차원이 다르겠는걸.
하지만 또 그 공포에 맞서서 이겨내는 게 우리 달 사냥꾼들의 운명이겠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하지만, 길잡이 강은...
평소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 하는 곳이지. 길을 여는 방법도 쉽지 않고.
서둘러 쉼터로 가서 다른 달 사냥꾼들을 모으고 가는 게 좋겠어.
네, 그래야죠. 그래야는데...
야탄 님이 걱정되어서 그렇지? 이해해. 특히 너에겐 아버지나 다름없잖아.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으니... 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어.
달빛이 그분을 지켜주길, 그분이 무사하시길 믿자.



흩어진 별의 쉼터에 도착하기



<퀘스트 완료>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 이곳이 바로 달 사냥꾼들의 집. 흩어진 별의 쉼터야.
쉼터는 예전 모습과 똑같군요.
절대 내줄 수 없는 곳이니, 필사적으로 지켰지.
우선 이곳으로 오는 길에 요괴가 없었던 것을 보면 정리는 얼추 다 된 것 같아.
바로 달 사냥꾼들을 모아서 길잡이 강으로 향하면 될 것 같아.
길잡이 강은 호수와 숲과는 확연히 다를 거예요. 그곳은 지형부터가 어려우니까요. 
호수와 숲은 비교적 평탄했지만, 길잡이 강은 부유하는 섬을 따라 움직이는 것부터가 난관이죠.
그래서 달 사냥꾼들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곳곳에 있어. 철저히 준비해서 주기적으로 출정하고 그곳에서도 울라드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지.
울라드라면?
길잡이 강에 살고 있는 거대한 신수야. 길잡이 강의 수호신 같은 녀석이지.
거대한 몸집만큼 강한 힘을 가진 신수에요. 만에 하나, 울라드마저 요수가 된다면 그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어요.
...각오해야겠군. 일단은 그 전에 해야 할 일 있어.
저도 오랜만에 보겠네요.



달 사냥꾼의 마음


길잡이 강으로 가는 입구는 평소에는 호수 아래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아.
치열한 힘들이 맞부딪혀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지.
그걸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나요?
달 사냥꾼들이라면 언제나 지니고 있죠.
그래, 두 명의 강한 달 사냥꾼의 대련을 통해 발생하는 에테리얼 보우의 힘이 달빛과 맞물리면 문이 열리지.
우린 그걸 길잡이 강 출정 의식, 달 사냥꾼의 출정 의식이라 부르며 매번 해왔죠. 
강한 달 사냥꾼들끼리 대련할수록 입구는 금방 모습을 드러내니, 주로 나와 야탄 님이 혹은 다른 노련한 사냥꾼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했어.
하지만 지금은...
제가 할게요.
카메린, 네가 한다고?
네, 비록 지금은 땅지기지만,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여기 달이 잠긴 호수에요.
실수 없이 해낼게요. 한 사람의 달 사냥꾼으로서 진심을 다해서 의식을 치를게요.
...너의 마음은 달빛이 증명해 주겠지.



길잡이 강으로 가는 입구를 여는 달 사냥꾼의 의식에 참석하기.



수많은 친구들이 달빛의 인도 아래 우리 곁을 떠났고, 살아남은 이들 또한 지쳐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냥을 멈출 수 없다.
우리의 길잡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더 큰 비극과 거대한 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우린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로 길잡이 강의 문을 열고 나아갈 것이다.
길잡이 강의 요괴들을 사냥하고 절명의 길을 찾아내어 오랜 시간 우리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사명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두 명의 달 사냥꾼이 모두를 대표하여 문을 열것이니.
살아남은 이들이여, 떠난 이들이여, 그리고 달이시여. 우리를 지켜보시길. 우리에게 부디 용기를 주시길.
달 사냥꾼은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요괴들이 인간의 땅을 밟지 않도록 한다.
그게 동료일지라도, 가족일지라도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해도.
달빛이 어둠을 가르는 한, 그 맹세를 지킨다.



<퀘스트 완료>

(느껴져. 이 아이... 결국 자신 안의 요수를 온전히 받아들였어.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어.)
(너는 너를 믿기로, 인간과 요수가 아닌 자신으로서 살아가기로 선택했고, 그걸 해냈구나.)
문이 열렸다. 달 사냥꾼들이여! 사냥을 시작하자!

어느 달 사냥꾼 못지않은 강한 힘이었어. 두 사람 모두 고생했어.
에테리얼 보우를 맞대보니 확실히 알겠네요. 모험가님. 아니 이 순간만큼은 잠시 예전처럼 불러도 될까?
[닉네임]. 너는 너의 존재를 굳게 믿고 스스로를 받아들였구나.
그리고 너의 선택을 믿고 여기까지 나아가줘서 고마워.
그 선택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도 너와 함께 걸어갈게.



강줄기를 따라서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길잡이 강의 상황은 요괴들이 가득한 최악의 상태였어.
이곳에서 물러난 요괴들도 있을 거고 이미 희생당한 친구들이 인귀가 되어 우리를 기다릴지도 모르지.
게다가 얼마 전부터 강 아래에서 이상한 굉음까지 들려. 요괴들이 발악을 하는 건지, 뭔지 알 수 없지만...
말이 길었네. 모두 긴장해야 할 거야. 조심해.



길잡이 강을 따라가며 주변을 수색하기



부유섬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강. 이 강 아래에 절명의 길이 있겠군요.
다른 사냥꾼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도와줄 거야.
절명의 길로 가는 길이 보이는 것 같으면 바로 말해줘.
네, 그렇게 할게요.



여긴 달 사냥꾼들이 지나간 모양이야. 좋아, 우리도 계속 움직여보자고.



숲과 호수에서 겪은 참사를 그새 잊어버린 건가?
그래, 달 사냥꾼. 네놈들은 언제나 미련할 정도로 끈질겼지.
...그나저나 인간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설마 아까 그놈들 중에 모험가라는 놈이 있었던 건가?
절명의 길에, 라르고님의 위대한 계획에 버러지가 꼬이게 둘 수 없지.
남김없이 치워주겠어.



이건... 제르미오. 그놈의 짓이군. 다시 시작됐어.
그놈부터 잡아야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 텐데...
부디 달빛이 그대들을 인도하시길.



<퀘스트 완료>
제르미오가 라르고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거라면, 분명 절명의 길 근처를 지키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그놈이 있는 곳에서 절명의 길이 멀지 않겠어.



급습하는 그림자


여기 주변에 흔적 보여? 녀석의 흔적이야.
시신에 남아있던 상처들과 비슷하군요.
희생당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야탄 님과 그 요괴를 모두 찾아야 해요. 움직이죠.



길잡이 강에서 길잡이 야탄을 찾기



저건 야탄 님의 에테리얼 보우가 틀림없어요!
맞네. 저 흠집... 함께 사냥할 때 생긴 거야. 사냥꾼이 무기를 놓쳤다는 건...
그래도 야탄 님을 직접 뵙기 전까지는 포기하면 안 돼요.
그래, 아직 절명의 길에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포기하긴 일러.
이거 무기가 아니라, 손모가지라도 놔둘 걸 그랬어.
네가 모험가, 맞지? 그때 적당히 눈치껏 도망갈 것이지. 어리석은 놈들.
달 사냥꾼, 아니 인간이라는 족속들은 왜 우리보다 약한 주제에 도망가는 법이 없지?
호수에서 못 깨달았는지 여기까지 기어들어오는 꼴들이 참... 그럼 뭐해, 모조리 내 손에 죽어 버렸는걸.
네놈!
그래, 직접 사냥 당하는 기분이 어때?
이제 사냥꾼은 나야. 사냥감은 너희들이고.
우리가 사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바뀌는 건 없어.
난 이미 수백이 넘는 인간을 사냥했어! 그런데도 내가 사냥감이라고?
그래, 넌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에겐 사냥감이다. 볼썽사납게 도망치는 비겁한 사냥감.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이 망할 인간 놈아!
그래... 네놈들은 늘 그랬어. 별것도 아닌 버러지 같은 것들이... 항상 우리 요괴들을 죽이네, 마네...
안되겠어... 그냥...
죽여주마.



<퀘스트 완료>
그분의 힘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라니... 이게 말이 돼?
그래봤자, 너희 달 사냥꾼들은, 인간들은 아무것도 못해. 지금도... 저 이상한 놈만 아니면!
말해요. 야탄 님은 어디 계시죠?
크흐흐...
온갖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그 땅에 닿는다고 해도, 내딛는 순간 숨통이 막힐 그곳. 그곳에 던져버렸지.
말해주면, 갈 수나 있을 것 같나? 크흐흐...
너희가 그곳에 간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라르고 님은 이미 준비를 끝내셨을 거다.
네가 말하는 그곳이 절명의 길이라면, 우리도 이제 길을 알아.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 너희 따위가 어떻게 감히 그곳을...!
너희 따위라...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 하지만 우린 곧 그곳에 도착할 거야.
그때 느꼈던 끔찍한 기운이 멀지 않은 곳에 있군요.
절명의 길에서 살아 돌아온 인간이 있어...? 안... 돼... 라르고 님의... 명령을...
달 사냥꾼들... 네놈들을 짓이겨 버릴... 놈을...
라르고 님께 어서... 알려야 해...
이런, 도망쳤어요!
멀리 가진 못해. 저놈도 한계야. 그리고... 난 내 동료들을 믿어.
망할 놈들... 이 제르미오를 이렇게 만들다니... 빌어먹을...
인간들 손에 이렇게 당할 수는... 없어... 가야... 해.
이 화살은... 설마... 말도 안 돼.
내가! 이 제르미오가! 다시 사냥감이 된 거라고?
네놈을, 이 순간을 기다렸다.
달 사냥꾼은 사냥을 포기하지 않는다.
달 사냥꾼은 사냥감을 두 번 놓치지 않는다.
네놈들... 끝까지 나를... 나약한 네놈들 손에... 절대...
확실히 요괴의 눈에 우리는 한낱 나약한 인간이지.
하지만 그 긴 시간, 인간인 우리가 너 같은 요괴들을 사냥할 수 있었던 건.
강해서가 아니다. 함께하기 때문이다.
어떤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믿는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서로가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 그게 바로 달 사냥꾼들이다.
우린 사냥감을 다신 놓치지 않는다.

...이로써 떠난 이들에게 작별 인사는 할 수 있겠어.



어둠을 몰아내는 달빛


제르미오가 이쪽으로 왔다는 건, 절명의 길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네요.
온갖 우연이 겹쳐 닿는다고 해도 내딛는 순간 숨통이 막히는 곳...
루드밀라, 아까 제르미오에게 했던 말... 사실이야? 끔찍한 기운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말... 
사실 완전한 확신은 없었어요. 제르미오를 당황하게 만들려고 했던 게 컸죠.
하지만 제르미오를 따라가면서 점점 확신이 들었어요.
제르미오... 궁지에 몰리자 이성을 잃고 스스로 길 안내를 해버린 꼴이 되어버렸네요.
절명의 길. 그곳에서 라르고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음이 틀림없어요. 제르미오가 벌인 일은 그저 준비 과정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 참사가 고작 준비 과정이었다니. 어서 절명의 길을 가야겠어.
베즐로 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여기 모험가처럼 강한 동료가 있고, 뒤에서는 친구들이 함께하는데 뭐가 두렵겠어.
야탄 님과 무사히 돌아올 테니, 길잡이 강에서 사냥을 계속해 줘.
부디 조심하십시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지금 라르고를 막지 않으면 제가 겪은 지옥을 모두가 겪게 되겠죠.
제가 앞장설게요. 그 끔찍한 기억이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에요.



절명의 길에 도착하기



여긴... 분명해요. 버디와 함께 떨어졌던 곳 근처에요.
속이 울렁거려. 머리도 지끈거리고. 이거 견디기 쉽지 않은걸.
아직까지는 익숙한 길잡이 강의 모습인데, 절명의 길이 코앞이라니 믿기지 않네요.



다시 마주하니 그때 살아 돌아온 게 기적처럼 느껴지네요. 이 압도적인 요기는 정말...
저곳이 절명의 길... 수많은 달 사냥꾼의 염원이자 숙원이었던 그곳이란 말인가.
분명 절명의 길을 찾은 건 다행인데, 마치 불행과 마주한 느낌이군요.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하지만 우리는 돌아가지 않아. 야탄 님을 위해서라도, 먼저 간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맞아요. 우리는 앞으로, 저 너머로 나아가야 해요.
(이 길 너머에 그 환란의 땅이... 디레지에가 있어.)



제르미오. 이 한심한 놈 같으니. 결국 막지 못했잖아?
모험가, 왜 항상 나를 방해하는 거지?
썩어 문드러진 청연을 봤음에도 내 말이 진실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 건가?
라르고...
태연하긴.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 감히 나에게 치욕을 선사한 놈이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여기는 우리의 땅, 마키아 님의 땅이다.
네놈이 감히 두발 딛고 서있을 수 없는 곳이란 말이다.
으윽... 여기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죠?
루브라와 마흐나발을 만났다면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알 텐데?
난 이 호수를 마키아님께 바칠 것이다.
그분과 그분을 따르는 모든 요괴들이 이내로 향할 수 있게
너희의 몸과 마음을 짓이겨 이 호수에 그 길을 만들 것이다.
(이 기운과 힘... 그리고 저 모습은... 디레지에의 기운에 녹아내려버린 건가... )
울라드, 길잡이 강에 있어야 할 네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어?
게다가 저 끔찍한 모습은 대체...
단순히 요수가 된 게 아니에요. 저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눈치가 좋네. 땅지기. 하지만 하나를 놓쳤어.
야탄이라고 했나.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보지 그래. 친구들이 못 알아봐서 섭섭해?
도망... 쳐... 베즐로... 카메린...
야탄 님의 목소리가 왜 울라드에게서... 설마...
울라드와 야탄 님을... 인간과 신수를 합친 건가요?
그래, 나도 처음 저걸 봤을 때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지.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게 그럼 요괴의 짓이 아니라는 건가요?
바니타스, 그놈들의 짓이다.
그래, 네놈들과 같은... 인간의 짓이지.
우린 그저 죽여버리면 그만이라고 해도, 그 지독한 놈들이 오히려 이 괴물을 꼭 만들고 싶어 하더군.
그래야 더욱 참담한 지옥을 선사할 수 있다면서 말이야.
직접 보니까 어때? 인간과 신수. 너희들이 선하다는 것들을 합친 저 괴물 말이야.
죽일 수 있겠어? 아니면, 살려두고 싶어?
너희들이 이 괴물을 죽인다면, 너희가 우리와 구분 지었던 그 망할 놈의 선이라는 기준이 우리로 인해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거고,
살려둔다면, 강을 타고 올라가 호수를, 네놈들의 가족을, 친구를 짓밟을 텐데. 어떻게 할 거지?
마키아 님께서 곧 이 땅에 내려오실 것이다. 우리가 그 역겨운 놈들의 손을 잡은 것도 모두 그분을 위한 것이니.
자, 괴물아. 저놈들이 그분 앞에 무릎 꿇도록 마음껏 짓밟아라.
저예요. 카메린. 제발 알아봐 주세요.
당신이 키운, 이 어린 사냥꾼. 이 어린 땅지기를... 알아봐 주세요. 
카메린...
달빛이 우리의 길잡이를 굽어살피시길.
달빛이 부디 그를 인도하시길.



카메린, 네가 중천을 이끄는 땅지기가 될 줄이야.
땅지기가 된다고 해도 달 사냥꾼의 마음을, 호수를 잊지 말거라.
강자에게는 어둠에게 배운 공평함을, 약자에게는 달에게서 배운 희망을 알려주거라.
어떤 싸움이라도,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말거라. 그게 요괴든, 사람과의 일이든 말이다.
나의 어린 달 사냥꾼아. 우리의 땅지기 님이시여. 나는 널 믿는단다.
야탄 님...
이거, 바니타스 놈들 생각대로는 안 된 모양이군.
그래, 인간들이 감히 처음부터 마키아 님의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없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 벌써 끝내면 곤란하다고.
특별히 내 힘을 빌려줄 테니 마저 날뛰어라, 괴물아.
으윽... 크으으윽...
안돼요. 야탄 님!
미안... 하구나.
야탄 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 제발... 스스로를 놓지 마세요.
카메린 님... 안타깝지만,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막지 못하면, 이대로 강을 따라 올라가서 호수를 망가뜨릴 거예요.
카메린, 야탄 님은 언제나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호수와 달 사냥꾼들을 지켜오셨어.
달 사냥꾼의 의무를... 맹세를 생각해.
야탄 님... 저를 믿어주세요... 당신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호수를... 중천을... 모두를 지킬게요.
달 사냥꾼이자, 땅지기인... 당신의 딸로서 맹세할게요.
야탄 님... 나의 아버지. 부디 안녕히...
카메린... 나의 아이야... 베즐로... 나의 벗이여... 나는 이만 달님의 곁으로 가겠네...
부디 안녕히...



떨어진 건가...
그 아이에게 더 이상... 상처는...
마지막... 시간... 없네...





<퀘스트 완료>
어둠을 몰아내는 달빛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마지막은... 부디 아프지 않으셨기를...
야탄 님은 호수 옆에 모실게. 그토록 사랑하시던 호수 곁이라면 편히 잠드실 거야.
쓸모없는 것.
아, 안돼!
뭐야, 그 반응은? 역겨운 괴물을 치워줬으면 고마워해야지.
정말 거슬리네. 네놈들, 모두.
라르고. 절대 용서 못 해.
이대로... 보내지 않아. 반드시...
그 괴물의 뒤를 그렇게 따라가고 싶다면, 도와주지.
이런, 이쯤에서 그만둬야 할 것 같네.
도망치려는 생각... 하지 마.
도망? 그럴 리가? 그저... 아니 드디어.
드디어, 때가 되었을 뿐이야.

솟아오르는 거수

내가 카메린을 지켰어야 했는데... 아니 내가... 대신...
베즐로 님, 진정하세요. 아무도 막을 수 없던 일이었어요.
긴 세월 달 사냥꾼으로 살았지만, 베히모스가 절명의 길에 나타난 것도, 저렇게 폭주한 것도 들은 적 없어.
설마, 얼마 전부터 들렸다는 그 굉음이... 저 베히모스였던 건가?
방금 전, 라르고가 드디어 때가 됐다고 했어요. 그럼,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일이었다는 건데...
...잠깐.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밀려오는 요괴들


이런. 베히모스의 충격으로 이 일대의 요괴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했어!
환란의 땅으로 가는 길이 막혔으니 반대 방향인 호수로 달려오겠군요.
반드시 막아야 해!



호수로 향하는 요괴들을 물리치기



크윽... 이거 아무리 없애도 계속 몰려오네.
곳곳에 엄청난 수의 요괴가 숨어있었군요.
베즐로 님!
크하하핫! 요괴 놈들 다 죽었어!
당신은 요격대의 언믹? 요격대에서 추가 지원이 왔군요!
모두 모였습니다! 사냥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래, 달 사냥꾼들이여. 아직,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도 가자고! 크하하핫!



<퀘스트 완료>
더 이상 올라오는 요괴는 없는 것 같아요.
저건...

어이, 모험가! 여기 있었구나! 고생했어! 얼른 타!



베히모스의 돌진


당장은 호수로 가는 놈들은 없는 것 같네. 잠깐의 숨 고르기 정도겠지만.
절명의 길이 끊어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겠어요. 디레지에의 기운을 받은 요괴들이라면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급한 불은 껐네요. 요격대와 달 사냥꾼이 늦지 않게 와준 덕분이에요.
이곳에 요격대가 합류할 수 있었다는 건, 애쥬어 메인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는 건가요?
아직은. 요격대 쪽은 그나마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되고 있어서 올 수 있었어.
물론, 제대로 복구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 저기 보이는 베히모스 말이야? 저 정도로 거대한 베히모스는 본 적이 없는데... 
카메린 님이 그만... 저 베히모스에 휩쓸렸어요.
...최악이군. 이런 상황에 카메린이 위험해지다니.
중천이 더욱 혼란에 빠지기 전에 카메린을 되찾아야 해. 땅지기가 없다면, 수많은 약속으로 이루어진 중천의 질서가 어지럽혀질 거야.
다 내 잘못이야. 카메린을 지켰어야 했는데... 애초에 이런 위험한 곳까지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지금은 후회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해. 일단은... 돌아가자. 돌아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려줘.



흩어진 별의 쉼터에서 테아스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인간임을 포기할 법한 짓까지 하면서 요괴와 손을 잡은 이들이 있고, 그들과 요괴들이 합심해서 불러낸 베히모스라니.
그동안의 여정을 생각해 보면 베히모스에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라르고가 절명의 길이 부서지는 걸 보고도 순순히 물러섰으니까요.
베히모스에 디레지에를 부활시킬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지금으로선 저 베히모스가 이내로 향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없어.
그리고 저런 크기의 베히모스는 흔하지 않은데... 설마...
테아스 님, 혹시 의심되는 게 있으신 건가요?
자세한 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선계의 종교와 관련된 고서에서 이런 기록을 봤어.
선계의 가장 큰 베히모스 위에는 한 여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다. 하지만 여신은 신도들에게 배신당해서 악신이 되었고, 결국 신전과 여신 모두 자취를 감췄다.
저렇게 거대한 베히모스라면, 어쩌면 그 기록에 언급된 여신과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안개신과 죽음의 신, 우시르까지 노리던 자들의 소행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군요.
알고 있군? 맞아. 고서에 적혀있던 이름이, 미의 여신 베누스였어.
죽음의 여신전과 애쥬어 메인, 그리고 달이 잠긴 호수를 공격한 이유가 베누스와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카메린 님의 행방도, 베히모스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도 결국 직접 확인해야만 하겠군요. 서둘러야겠어요.
어지간한 비공정 실력으로는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방법이 있을까?
요격대의 비행 실력이라면 쫓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나요. 테아스 님?
내가 반드시 따라잡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그럼 난 이곳에 남아서 달 사냥꾼들과 끊어진 길을 살펴보고 사냥 준비를 하겠어. 부디 카메린을 부탁하네.
난 바로 준비할게. 준비들 마치면 비공정 앞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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